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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미투 공작' 논란…"경각심 일깨워" vs "재갈 물려"

등록 2018.02.27 14: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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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미투 공작' 논란…"경각심 일깨워" vs "재갈 물려"


"성추행에는 진보 보수 없어…정치논리 수렴 말라"
"미투 캠페인 본질 흐리지 않기 위한 경고였을 뿐"
청와대에 '김어준 성추행' 허위 청원 해프닝까지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방송인 김어준 씨의 '미투 운동'(#MeToo·성폭력 사실을 알리는 캠페인)에 대한 언급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여론 반응도 뜨겁다. 김씨의 발언 '진의'를 놓고 제각각의 해석이 제기되며 공감과 분노의 시선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앞서 김씨는 미투 캠페인이 정치적 논리로 이용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동조 의견도 있지만 정치적 사안으로 엮게 되면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김 씨는 지난 24일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제가 예언을 할까 한다.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라며 "'첫째 섹스, 좋은 소재고 주목도가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 그러면 피해자들을 준비시켜 진보 매체를 통해 등장시켜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팟캐스트가 공개된 직후 누리꾼들은 각종 SNS를 통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여성의 성폭력 피해 사실인 미투를 정치적 관점으로 끌어왔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일단 컸다.

 트위터 이용자 'Page*******'는 "김어준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진보 좌파 인사를 지목하는 미투 운동을 하기는 어려워졌다"면서 "피해 사실을 밝히자마자 우파 공작 아니냐며 진실성을 의심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고발인을 향해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cAA54**********'도 "김어준에게 놀란 건 미투 이야기를 하면서 '섹스'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다. 어떤 여성도 미투에서 섹스라는 단어를 연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는 증언자의 말을 들으며 '폭력'이란 단어만 머리에 떠올랐다. 그의 머릿속이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김씨의 발언이 성폭력을 진보와 보수의 문제로 생각하게 만든 것에 공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직장인 남모(35)씨는 "연대해도 모자랄 판에 특정 진영에 대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피해자를 선별하란 말인가"라며 "(김어준 발언에서) 단 한번도 성추행 당한 적 없는 특권적 위치에서 오는 무지와 폭력성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대학생 이모(25)씨는 "미투는 근본적인 인권 문제이자 세계적으로 개념이 뒤바뀌고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일개 정치 논리로 수렴하는 데 대해 실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어준 '미투 공작' 논란…"경각심 일깨워" vs "재갈 물려"


 김씨는 논란이 커지자 이틀 후인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했을 뿐 미투가 공작이라고 말한 적 없다. 보수 매체들의 모략"이라고 해명했다.

 미투 운동은 성적 폭력 문화를 개선할 기회임이 분명하지만 누군가는 진보 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지로 만들고 싶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진보 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재가 되면 이 중요한 기회가 진보 진영 내 젠더 갈등에 갇히게 된다"면서 "이런 식으로 프레임이 잡히면 미투 운동이 흔들리고 진보 진영의 분열로 끝나게 된다. 이런 시도가 있을 때마다 여성계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그런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운동이 이용당하는 것을 차단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본질은 사라지고, 운동은 소멸되고, 공작이 남는다. 제가 우려하는 바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김씨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내용의 허위 청원이 올라왔다가 사과문이 게재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김씨의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논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트위터 아이디 jebi******는 "보수가 미투 운동의 분위기를 이용해 복마전을 만들 거라는 김어준의 예측은 개연성 있다"며 "여성운동의 동력이 기껏 정치 혐오로 귀결된다면 별다른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A씨도 댓글을 통해 "여성인권이 중요하지만 김어준이 어떤 의미로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며 "이슈를 이용해 진보 진영이 거짓 정보로 무차별 폭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대학원생 정모(30)씨는 "정치적으로 미투 운동을 이용하려는 세력들 때문에 캠페인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그러면 여성 진보 지지자들이 분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봤다"며 "김어준은 프레임 전쟁 속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씨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던 미투 운동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피해자들의 용기로 이어지던 미투 캠페인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 사무국장은 "피해 당사자들이 내가 겪었던 피해가 어떤 것이다 라는 것을 온몸으로 절절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정치공작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예언한 것은 그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공감이 부재한 발언"이라며 "변화해야 된다는 목소리에 입막음을 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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