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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주가조작 공방③] 금융위-금감원 또 이견

500억원 가까이 과징금을 사전 통보받은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을 위해 잦은 주문 취소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 증권사들이 95% 이상의 높은 주문 취소율을 보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대량의 주문 취소가 시장 교란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시장조성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어 앞으로 열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서 날 선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총 480억원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받은 시장조성자 증권사들 9곳은 지난해 금감원이 특정한 기간 동안 시장 조성 과정에서 95% 이상의 매매 주문 취소율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문 취소율이란 전체 주문 횟수 대비 취소한 비율을 일컫는다. 주문 취소율이 95% 이상이라면 매매 체결을 위해 100회의 주문을 넣었지만 이중 95회 이상이 체결되지 않고 취소됐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주문 취소율이 지나치게 높고 과징금 대상 증권사들이 다른 시장조성 증권사들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시세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의도를 갖고 주문 취소에 나섰을 가능성은 작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보다 위법성이 낮지만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을 때 적용된다. 과징금은 행정법상 금전 제재이므로 증권사들의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부과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178조2(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금지)는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는 금지된다. 증권사들은 단순히 주문 취소율만 보고 제재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성자는 의무스프레드를 지키기 위해 시세가 움직일 때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새 호가로 주문을 넣게 되는 과정에서 취소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한 종목의 주가가 3만5000원일 때 시장조성자는 호가를 촘촘하고 두텁게 하기 위해 3만4900원에 매수 주문과 3만5100원에 매도 주문을 넣는다. 시장조성자는 시세와 실제 매매가격간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좁혀 시세에 가까운 금액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돕는다. 이때 해당 종목의 주가가 3만5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움직이게 되면 시장조성자는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3만5900원, 3만6100원으로 정정한다. 기존 가격대로 모두 체결되면 시장조성의 의미가 사라지고 리스크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조성 업무를 위해 자동적으로 정정, 취소가 이뤄지는 운용 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시세에 영향을 줬다며 문제로 삼고 있다"며 "해외 거래소의 시장조성자들도 98%에 달하는 주문취소율을 보이고 있지만 당국이 스푸핑(Spoofing)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성자 증권사들은 이날까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다. 내달 열리는 자조심에서는 금감원과 증권사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위가 증권사의 시장조성 행위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점차 과징금 규모가 줄어들거나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류병화 기자 |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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