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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선언에 아랍권 '폭풍'..분열된 무슬림 구심점 사라져

등록 2017.12.07 07: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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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웨스트뱅크) =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 이전을 선언한 12월 6일 (현지시간) 베들레헴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트럼프 사진과 성조기를 불태우고 시위에 나섰다. 수십년간의 미국 외교정책을 단번에 뒤집은 이번 선언으로 중동지역 전체가 다시 '화약고'로 변하고 모든 평화회담 노력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베들레헴( 웨스트뱅크) =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 이전을 선언한 12월 6일 (현지시간) 베들레헴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트럼프 사진과 성조기를 불태우고 시위에 나섰다.  수십년간의 미국 외교정책을 단번에 뒤집은 이번 선언으로 중동지역 전체가 다시 '화약고'로 변하고 모든 평화회담 노력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베이루트(요르단) =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6일(현지시간) 중동 전역의 아랍국가들은 일제히 격분해서 "재난"을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세계 역사상 최악의 분열을 보이고 있는 아랍권에서 각국 정상들이 분노의 메시지 외에 무슨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를 묻는 목소리도 높다.

 아랍권의 강대국들은 각자 내부 문제로 수렁에 빠져있는데다 국민들은 전쟁과 내전에 지쳐있고,  아랍국가 정상들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수단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선언 이후 아랍국가 정상들은 한 목소리로 격렬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각국의 항의 시위나 잠재적인 폭력과 테러사태의 폭발 이외에  아랍권에서 트럼프에 대항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예루살렘은 오랜 세월 중동의 화약고이자 보물로 존재해 왔지만,  예루살렘의 영유권문제는 내전과  종파간 분열로 장기간 사분 오열되었던 아랍세계 전체를 하나로 단합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예루살렘을 트럼프가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도  중동의 수니파와 시아파 무슬림의 종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은 아랍권에서의 주도권 다툼과 설전을 계속해왔다.

 트럼프 발표 직후인 6일  이란의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만약 어떤 아랍국 지도자들이  테러와 극단주의 , 종파간 분열주의를 부추기는데 쏟아부은 자금의 절반만 팔레스타인 해방에 투자했더라면,  오늘날 미국 이기주의의 이런 극단적 상황을 맞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명백히 사우디를 겨냥한 비난을 했다.

 트럼프의 선언에 대한 격앙된 비난은 이집트,  이란, 터키를 거쳐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수십년간의 중동정책을 뒤집고 격렬한 항의시위를 유발할 것이 뻔한 이스라엘 인정 발언을 한데 대해 비난 성명도 잇따랐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TV로 중개된 대국민 성명발표를 통해 트럼프가 중동의 평화중재국으로서의 미국의 신뢰를 파괴했다며  "이는 그동안의 평화협상에서 미국이 했던 역할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1979년 아랍국가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던 이집트도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는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모든 국제적 결의를 위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결정이 중동지역의 안정에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도 망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집트처럼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요르단의 압둘라2세 국왕도 트럼프의 발표 전날인  5일 그와 전화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을 무시하고 그런 선언을 할 경우 예루살렘은 무슬림과 기독교도의 각축장으로 앞으로 더 심한 극단주의 테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압둘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  에르도안은 다음 주 예루살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대책회의를 개최한다며  이미 아랍국가 정상들을 초청해놓은 상태이다.

 가자지구에서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면서 "이스라엘은 우리의 영원한 수도"를 외치며 트럼프의 이스라엘수도 인정은 "레드 라인"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을 지배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는  앞으로도 항의시위가 계속되며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제 우리는 생존과 멸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선언에 아랍권 '폭풍'..분열된 무슬림 구심점 사라져

베이루트에서도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출신이 시가지를 메우고  "트럼프, 너는 미쳤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터키에서는 앙카라와 이스탄불의 미국 외교단지 앞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의  라미 함달라 총리는 6일  중동평화회담의 협상은 이제 "끝장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6일 유럽국가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이 "앞으로 중동 전역에서 폭력과 전투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떤 나라에서도  구체적인  외교적  행동은 나오거나 계획된 것이 없으며,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중동지역의 수니파  무슬림국가로 백악관의 중동평화회담 중재를 돕고 있던  사우디 아라비아도 트럼프의 조치가 "앞으로 전세계  무슬림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트럼프와의 긴밀한 협력, 특히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 대한 첩보활동 등 정보의 공유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세로 떠오른 살만 왕세자도 트럼프와 각별히 친한 관계이다.

  이에 반해 이란은 트럼프의 이스라엘 인정을 계기로 삼아 이란이 무슬림 세계의 수호국임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사우디 아라비도 체면상 예루살렘 문제에 관한 한은 미국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73년 아랍권 산유국들은 미국의 친 이스라엘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대미 석유수출을 전면 금지,  미국의 유가 폭등과 경제적 타격을 초래함으로써 사우디의 주도적 역할과 아랍국가들의 단결을 과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우디와 요르단, 이집트는 미국과 비교적 더 친하며, 같은 아랍국가들과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불화관계에 있다.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예멘은 각자 전쟁의 수렁에 빠져있고 모든 도시가 초토화된 지경에 이르러 여력이 없다.

 특히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와 아랍 에미리트를 비롯한 페르샤만 국가들은 시아파인 이란을 등지고 이스라엘과 화해관계를 수립하고 있어  앞으로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중동의 대응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지거나, 무력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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