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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한 달 전' 옥중 급사 나발니…독극물 테러도 이겨낸 '푸틴 정적'

등록 2024.02.17 00:28:50수정 2024.02.17 08: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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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당국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사"

변호사 출신으로 반부패 운동 뛰어들어

독극물 테러 후 생존…관련 다큐 오스카상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2021년 2월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바부스킨스키 지방법원 철창 유리 뒤에서 손짓하는 모습. 2024.02.17.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2021년 2월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바부스킨스키 지방법원 철창 유리 뒤에서 손짓하는 모습. 2024.02.17.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 최고 야당 지도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47)가 16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러시아 교정당국이 밝혔다.

변호사 출신으로 러시아 반부패 운동에 뛰어든 나발니는 10년 만에 푸틴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독극물 테러와 종신형에 가까운 수감을 버텨왔지만, 악명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AP통신에 따르면 나발니는 1976년 모스크바 서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일했으며, 2004년 모스크바 난개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계기로 반(反)푸틴 운동을 시작했다.

나발니의 주 활동 무대는 온라인이었다. 2008년 블로그 등을 통해 러시아 가스 대기업 가즈프롬과 석유 대기업 로스네프트 등 국영 기업 부패를 고발해 명성을 얻었다.

2010년 변호사들로 구성된 반부패 프로젝트인 로스필을 시작했으며, 다음해 러시아 고위층 뇌물 수수 혐의를 폭로하는 주요 플랫폼 '반부패재단'을 세웠다.

2011년 12월 러시아 의회 부정 선거 관련 보도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 참가로 체포돼 15일간 수감된 이후 끊임없이 기소됐다. 러시아 당국이 적용한 혐의는 횡령 등으로, 나발니는 정치적 기소라고 반박했었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에 출마했으며, 개인 지지자들에게서만 9730만루블(13억9820만원)을 모금하는 등 전례 없는 지지를 받았다. 득표율 27%로 2위를 차지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와 가택 연금을 받는 중에도 유튜브 등에 반부패 다큐멘터리를 올리며 지도층의 범죄 의혹을 고발했다. 2015년 공개한 당시 검찰총장 부패 의혹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600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톰스크=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왼쪽)가 측근인 크세니유 파데예부와 함께 2020년 8월 러시아 톰스크시에서 함께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2024.02.17.

[톰스크=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왼쪽)가 측근인 크세니유 파데예부와 함께 2020년 8월 러시아 톰스크시에서 함께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2024.02.17.


2016년 12월 대선 출마를 발표, 전국을 순회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2017년 4월엔 괴한의 독극물 투척 테러로 오른쪽 눈을 다쳤다.

2020년 8월 톰스크시에서 비행 중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을 보이며 혼수상태에 빠졌다. 인근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으며, 베를린 병원으로 후송돼 가까스로 살아났다. 독일 당국은 나발니가 소련 시대 신경 독극물인 노비초크에 중독됐다고 밝혔었다.

5개월간 치료를 받은 뒤 2021년 1월 러시아로 귀국했지만, 도착 직후 체포돼 가석방 위반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감옥에서 야당 활동가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소식을 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누리소통망(SNS)과 법정에서 전쟁을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같은해 3월 횡령 및 법정 모독 혐의로 9년형을 추가 선고받았다. 러시아 서부 블라디미르 지역의 최고 보안 교도소로 이감됐으며, 수감 기간 옷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는 등 사소한 이유로 종종 독방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러시아 의사 400여명은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나발니에 대한 학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나발니 측은 그가 급성 복통이 있었고, 서서히 중독되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같은 해 3월 나발니 암살 시도를 다룬 영화 '나발니'가 최우수 다큐멘터리 장편 부문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난해 10월13일 법원 재판 출두 모습. 2024.02.17.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난해 10월13일 법원 재판 출두 모습. 2024.02.17.


탄압은 이어졌다. 수상 5개월 뒤 극단주의 혐의로 징역 19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나발니 변호사를 구금하고 기물파손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법정에 영상 출두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실종됐다. 푸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기 직전이었다. 보름 뒤 나발니 팀은 그가 악명 높은 북극권 교도소인 가르프 형무소로 이감됐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10일 영상에 등장해 농담을 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4일까지도 SNS에 계속 글을 올려왔지만, 이틀 뒤인 16일 급사 소식이 전해졌다.

교정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이 좋지 않아 쓰러졌으며,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소생시킬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나발니 팀은 확인을 위해 교도소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인은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러시아는 다음달 15~1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나발니 팀은 지난해 12월 푸틴 낙선 운동을 위한 비밀 링크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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