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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미-북미 릴레이 회담 성사 가능성···빨리 도는 '한반도 운명 시계'

등록 2018.03.17 09: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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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미-북미 릴레이 회담 성사 가능성···빨리 도는 '한반도 운명 시계'

대북라인 부족한 美, 남북 회담 결과 신경쓰는 듯
 '대화→협상→합의→파기' 북미 대화 史 끊기 위해 총력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북미간 인식차 좁히는 게 관건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1차 전체회의 결과 브리핑 뒤 한미 정상회담 계획과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저희들로써는 가급적 한미간에 핵심 의제를 갖고 실무적이더라도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저희는 (한미 정상회담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도 (한미 회담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아무래도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미국도 공개되지 않은 스토리에 궁금해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성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지 이틀만에 청와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총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업인 대표와의 조찬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경험이랄까, 그때 얻은 여러가지 판단, 이런 것들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 우리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한미 정상회담이 중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 이 총리의 개인 견해라며 선을 그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난 과거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화→협상→합의→파기가 반복된 과거 북미대화 역사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25년 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적처럼 찾아온 대화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번번이 비핵화 문턱에서 최종 합의에 실패한 과거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6일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정으로서 그 어떤 상황과 조건 아래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이어서 개최 될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조성하겠다"며 "과거의 실패에서 비롯된 우려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관련해 도출한 9·19공동성명과 그 바탕 위에서 이뤄진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3자 또는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흐지부지 된 바 있다.

 궁극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남북 정상보다는 북미 정상의 의지가 더 중요하지만 2000년,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단 한 번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적이 없다.

 2000년 6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대북특사와 대미특사로 교환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타진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후에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적대 정책을 펴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루면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며 '先 정상화, 後 핵폐기'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先 핵폐기, 後 평화협정 협상' 조건을 내걸며 맞섰다. 결국 북미 간 입장 차 탓에 비핵화 논의는 무산됐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미 공통의 목표가 분명한 상황에서 한달의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어떤 식으로든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련한 중재 외교를 통해 북미 회담을 이끌어 낸 문 대통령의 또 한 번의 중재력이 요구된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의제에 있어 북미간 인식의 차이를 좁혀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전 한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북라인이 부족한 미국도 북미 정상회담 전에 전략 수립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고, 문 대통령이 이러한 미국의 소구 포인트를 파고들어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틀에서의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도출되면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세부적인 의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관계정상화와 반대급부로 제시한 비핵화 의지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포석을 마련한다면 북 미 정상회담의 결과도 낙관을 점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으로, 성급한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향후 2개월 동안 남·북·미 3국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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