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트럼프 '관세위협'에 "美공장 검토 중"
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책 및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여러 공장 후보지를 놓고 조율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게레타로 등에 있는 공장에서 TV와 세탁기, 냉장고를 생산해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미국 테네시주에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LG는 올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현재 미국 생산기지 구축에 대해선 80% 정도가 정리가 된 상황이다.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 중국, 터키, 경남 창원 등 세계 곳곳에서 생활가전 공장을 가동 중인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주로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미국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삼성전자 등과 경쟁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3분기 미국 가전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월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생산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다. 세탁기 반덤핑 문제로 한국이 13.5% 고율(관세)에 맞고,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갔는데 베트남도 그런 형태가 되면 우리가 어디로 가느냐. 중국으로 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세탁기, 냉장고, 오븐, TV 등 다양한 제품이 있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미국 내 핵심 생산기지 구축 가능성을 드러냈다.
현재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 관세를 없앤 상태다. 이에 멕시코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 대부분은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미국 등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2500만개의 일자리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관세 폭탄'이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NAFTA를 재협상해 멕시코에 35%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체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의 포문은 GM, 포드 등 자국 기업과 일본 토요타 등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도요타 역시 트럼프의 '위협 발언'으로 인해 멕시코 공장 건설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요타는 지난 2015년 4월 멕시코 콰나후아토주에 10억 달러(약 1조2048억원)를 투입해 연산 20만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최근 "도요타가 멕시코에 미국 수출용 공장을 짓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엄포를 놨다.
미국 빅3인 포트와 크라이슬러는 이미 백기를 들었다. 포드는 지난 3일 16억 달러(약 1조9277억원) 규모의 멕시코 산루이포토시 소형차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주 플랫록에 7억 달러(약 8433억원)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크라이슬러는 오하이오와 미시건주에 있는 공장 두 곳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신형 지프(Jeep) 3개 모델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도 인디애나 공장의 멕시코 이전계획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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