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배척한다"…충주 '排日마을'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98주년 삼일절을 이틀 앞둔 27일 충북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 배일마을이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의 마을 지명으로 눈길을 끈다. 사진은 27일 마을 입구에 세워진 배일 표지석. 2017.02.27. [email protected]
1910년대 자료에 '排日' '排日谷' 표기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98주년 3·1절을 이틀 앞둔 27일 충북 충주에서 제천·원주 방면 19번 국도변에는 눈에 띄는 표지석이 있다.
동량면 대전리로 들어서는 입구에 세워진 이 표지석에는 '배일·排日'이라는 한글·한자 글씨가 지대석 위에 2m 높이의 자연석에 나란히 세로로 암각돼 있다.
법정리인 대전리의 7개 행정마을 가운데 하나인 '배일마을'을 가리키는 이 표지석에는 배일이란 글씨 아래에 1999년 11월17일 김영봉(金榮鳳)씨가 기증했다고 새겨져 있다.
'排日'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배척한다는 뜻의 배(排) 자와 일본 또는 해(태양)란 의미로 추정할 수 있는 일(日) 자의 합성어다.
2011년 6월 동량면지편찬위원회가 발행한 '동량면지(東良面紙)'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98주년 삼일절을 이틀 앞둔 27일 충북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 배일마을이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의 마을 지명으로 눈길을 끈다. 조선총독부가 1918년께 펴낸 조선5만분의1지형도에 '排日'(점선 원안)이란 마을 지명이 표기돼 있다. 2017.02.27. (사진=종로도서관 제공) [email protected]
같은 책에는 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제는 배일(排日·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이란 이름이 좋지 않으니 배일(拜日·일본을 숭상한다는 의미)이라 고쳐 부르게 했으나, 마을 사람들은 햇볕을 등지고 있는 마을이란 뜻이라고 둘러대며 일제에 항거하는 이름을 지켰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일제로서는 '배일'이란 마을 이름을 달가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1914년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 충주군 동량면에는 '排日谷·배일골'이란 지명이 나오고, 조선총독부가 1918년께 편찬한 '조선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동량면 내동(內洞·안골) 서쪽에 '排日'(배일)이라고 표기했다.
이 배일(排日)이란 지명이 일제강점기 또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본격적으로 침략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무렵부터 생겨났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밸골' 또는 '배일골'로 불리던 것이 한자로 표기하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 경우도 있다.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98주년 삼일절을 이틀 앞둔 27일 충북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 배일마을이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의 마을 지명으로 눈길을 끈다. 사진은 27일 배일마을회관 전경. 2017.02.27. [email protected]
하지만 윗마을, 아랫마을로 나눠 불리는 배일마을 대부분의 가옥이 해를 바라보는 동향 또는 동남향의 건물 형태인 것을 보면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해석이다.
지금의 건물 구조가 예전과는 달라졌을 수는 있겠지만, 예부터 동향이나 동남향을 선호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마을 주민 박양호(85)씨는 "마을에선 주로 밸골이라 불렀다"며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한자로 표기하면서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장석훈 이장도 "마을 입구 떼집거리에 세운 표지석의 마을 지명에 대해선 전부터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으로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