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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쓰러진 차가운 아스팔트…농민들 "괴롭다"

등록 2017.09.23 20:19:29수정 2017.09.23 21: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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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

【서울=뉴시스】'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

【서울=뉴시스】박준호 안채원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이 생전 마지막으로 숨을 쉬었던 비극의 현장에서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백남기 농민 사건 일어난지 670일, 세상을 떠난지 363일만이다.

 23일 해가 저물기 전 서울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는 2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며 농민들과 일반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백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던 도로 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은 어느덧 고인의 넋을 기리는 수천명의 추모열기로 가득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고인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울분을 토했다.

 양평에서 농사를 짓는 김병인(61)씨는 당시 민중총궐기 때 참여해 백 농민이 물대포를 맞는 순간을 멀리서 지켜봤다.

 "백 농부가 바리케이트 잡아당기려고 가는데 쐈다. 당기지도 않았는데 두 세번씩. 도우러 간 사람들에게도 구급차에도 쐈다. 지금은 공사중이라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물대포를 맞은 정확한 곳인데 그 주변에서 집회를 하니 백 농부는 물론 그때 당시 순간이 계속계속 떠올라 괴롭다."

 김씨는 "백 농민이 국가공권력에 희생되지 않았냐"며 "다시는 불법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다"며 주말에 상경했다.

 강순희(50·여)씨는 전남 영암에서 쌀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다섯 시간이나 걸려 서울까지 버스 타고 올라왔단다. "안 오면 죽을 것 같아서 왔다"는 게 이유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시민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차려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국화꽃을 건네받고 있다. 2016.09.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시민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차려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국화꽃을 건네받고 있다. 2016.09.26. [email protected]

강씨는 "백남기 농민이 바로 저쪽에서 물대포에 맞았는데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회상했다. "난 현장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당시 같이 집회에 참여해서···이렇게 우리가 노력하는데 고생한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안 한다. 물대포 쏜 사람들 법적처리해야 하고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는 이는 어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호준(16) 학생은 당시 "뉴스에서 백남기 농민 사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1일부터 백남기 농민의 추모제부터 함께 했다.
 
 김 군은 "우리가 먹는 쌀을 생산하는 게 농민 아니냐"며 "그런 농민을 돌아가시게 만들면 밥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고 물었다. "청소년이 보기에도 완전 화가 나고 경찰고 어이 없다. 백 농민이 물대포 맞은 곳에 있으니 백 농민 생각도 나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말 나들이 대신 먼 전라도 순창에서 추모하러 온 가족도 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김선영(43·여)씨는 딸과 아들, 남편과 함께 백 농민이 쓰러졌던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맞은 곳이 근처인데 너무 정정하시고 평생 양심적으로 살아오신 분인데 어이없게 돌아가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email protected]

이어 "정권 같지도 않은 정권, 대통령 아닌 대통령이 있었던 때가 아니라면 천수 누리면서 훌륭한 일 하셨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누구든 희생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관련자들도 아직 경찰에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도 다 처벌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심도 털어놨다. "수확철이 다가왔는데 쌀값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다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회 바뀌는 게 참 더딘 것 같다"고 한탄했다.

 농민들은 이날 정부에 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을 법률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백남기 농민의 근심걱정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농민들을 여전히 옥죄고 있다. 추모현장 곳곳에서 새어 나온 농민들의 짙은 한숨은 제2, 제3의 백남기 농민이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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