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리디노미네이션, 전혀 생각 없어"
"질문 나왔기에 원론적으로 답한 것"
"전혀 생각 없고 추진 계획도 없어"
부작용 지적…경제활력 중요한 시점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19.04.18. [email protected]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를 열고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말한 건 질문이 나와서 원론적인 대답을 했던 것"이라며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화의 액면단위를 1000대 1로 낮춘다고 하면 1000원을 1원, 1만원을 10원으로 바꾸는 식이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도 있지만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현재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보다는 경제활력과 생산성 제고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얘기할 때가 됐다'고 했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론적인 차원의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기회에 입장을 좀더 확실히 밝혀달라.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 그때 질문이 나와서 제가 원론적 차원에서 말을 했던 거다. 그 후 간담회때도 확실히 다시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도 있지만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하다.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경제 활력과 생산성 제고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정부가 6-7조 추경하는 점이 반영된 것인가. 아니라면 추경으로 인해 얼마나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나.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04.18. [email protected]
-오늘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는 문구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라는 경기 진단에 대한 경기 진단 문구 두개가 사라졌다. 삭제 배경이 무엇인가. 금리인상 깜빡이 껐다고 봐도 되나.
"성장과 물가의 흐름, 금융안정 상황 고려할때 지금부터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방향성을 사전에 정하기 보다는 불확실성의 전개 영향과 저희가 본 성장 물가 흐름이 그대로 갈지 보면서 정책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하기에 다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다만 문구 삭제했다고해서 곧바로 금리 인하까지 검토한다는 건 전혀 아니다."
-성장전망도 하향했고 물가 전망도 1.1%로 바꿨다. 저성장 저물가 디플레이션 우려 커졌는데 이 같은 용인에 따른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은.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디플레이션이란 가격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최근 물가가 낮아진 건 석유류와 농축산물 가격 약세 등 일시적인 공급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기인한다. 공급측 요인이나 정부 정책의 효과를 제거하고 경기 상황과 관련이 높은 물가 지표를 따로 보면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임금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공급측면의 하방압력도 완화될 것이기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 중후반대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
-지난 1일에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 나설 상황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의견 같나.
"금리인하 검토할 상황 아니라는 종전 입장에는 변화 없다. 성장률 전망치를 0.1%p 낮췄지만 앞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소비자 물가도 0%대 벗어날 것으로 보이고 가계대출도 증가세 둔화된 건 사실이지만 총량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19.04.18. [email protected]
"1분기에는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도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하반기 가면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 그 이후 회복돼도 연간으로 보면 물량 기준으로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는 좀 낮을 걸로 본다. 관건은 반도체다. 다수 기관에서 반도체도 하반기부터 수요 다시 살면서 경기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돼도 시기가 하반기보다 늦어질 수 있고 속도도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반도체 경기는 각별한 관심 갖고 보고 있다."
-금융안정 상황을 평가도 했고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도 언급했다. 그럼 경계는 계속해야겠지만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현단계서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나.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시기가 지났다는 해석은 좀 성급하다고 본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수개월간 둔화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다.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준까지 왔다는 경고도 일부 기관서 보내고 있다."
-주식시장이 역대 최장 랠리 보였다.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 나오는데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됐다. 반대로 채권은 경기 둔화에 배팅하는 듯하다. 최근 시장의 상반된 흐름 어떻게 보나.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 들어온건 미중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점이 있다. 또한 미 연준이 완화기조로 돌아선 영향과 우려됐던 중국경제가 정부의 여러 적극적 부양노력으로 인해 지표가 생각보다는 개선되고 있는 점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투자심리 좋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채권 시장에 관해서는 경기 둔화에 배팅했다고는 생각 하지 않는다. 어쨌든 외국인 투자행태란 건 글로벌 금융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의 움직임에서 섣불리 단정하는 건 아니고 앞으로 외국인 자금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겠다."
-취업자수가 2달 연속 20만명 대다. 그러나 아직도 고용보는 시각 불안한데.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19.04.18. [email protected]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R(Recession·불황)의 공포가 이슈가 됐다. 이런 상황 어떻게 보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어떻게 보면 자기 시장적 예언이라 금리 인하 압박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불황에 대한 공포는 과도하다는게 거의 모든 기관과 전문가의 공통 진단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장단기 금리 역전됐고 미국도 3월 하순 잠시 역전됐다가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와함께 역전이 다시 해소됐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1분기가 생각보다 안 좋아 조정했지만 앞으로의 성장흐름은 잠재 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 보일 것이라고 본다."
-일부 전문가는 추경하면 경기부양 위해 한은도 금리인하 하는게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 조화) 차원에서 맞다고 한다. 가계부채 문제 생각하니까 금리 인상도 하나의 폴리시 믹스 같아. 추경하면 금리 인상이나 인하중 어디가 폴리시 믹스에 가깝나.
"폴리시 믹스로 해석하는건 도식적이고 이렇게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정부가 추경하니까 같이 중앙은행도 따라가야 한다는 예단은 적절치 않다. 앞으로 예견했던 성장 흐름이 이어진다면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이미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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