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동석 시네마틱유니버스, 양날의 검···영화 '악인전'
'악인전'은 기존의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구태의연한 틀을 벗어던진다. 이제는 가장 흔한 영화의 소재가 돼 버린 '조폭'과 '연쇄살인'을 '악 vs 악'이라는 구도로 변주한다.
'악인전'은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라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 보스가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되고, 선인으로 상징되는 형사는 더 큰 악인을 잡기 위해 다른 악인과 공조한다.
이원태 감독은 선과 악이 대결해서 선이 이기는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니라, 악과 악이 대결하는 모순적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작동하는 선악의 문제를 다뤄보고자 했다. 상황에 따라 선이 악이 될 수 있고, 윤리는 비윤리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악도 선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나쁜놈 셋을 병치시켜 선과 악의 상대성, 상황에 따른 윤리의 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는 연출의도를 밝혔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는 역시 마동석(48)이다. 마동석은 '범죄와의 전쟁', '부산행', '범죄도시'를 통해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 불리는 자신 만의 연기 장르를 다져왔다. 압도적인 외모와 카리스마에 물리적 파괴력으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한다. 마동석이 마동석을 연기하는 MCU는 꽤나 소비된 캐릭터지만, 아직 질릴 때가 된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액션신은 여전히 통쾌하고 시원하다. 마동석은 자신의 마동석화 연기에 대해 다른 배우들은 액션 연기를 배워서 하는 데 반해, 자신은 원래 권투 등 운동을 하던 사람이어서 그게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위압감을 풍기는 몸집에서 나오는 민첩한 타격 신은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김무열(36)과 신예 김성규(33)의 연기도 빛난다. 두 배우 모두 극중 마동석과 대립각을 세우며 삼각구도를 완성해야 했다. 이를 위해 김무열은 몸무게를 15㎏ 증량하며 외적으로도 공을 들였다고 한다. 물론 몸을 마동석만큼 키우지 못했지만, 존재감만큼은 마동석에게 밀리지 않았다. 조폭보다 더 양아치같은 경찰 연기를 감칠맛나게 해냈다. 김성규는 김무열과는 반대로 날카로운 이미지를 위해 감량을 했다. 묘하게 연약해 보이면서도, 더없이 악랄해 보이는 눈빛 연기가 일품이다.
MCU는 가장 큰 매력이지만 한계이기도 하다. 마동석이라는 장르는 자체 만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봤던 '마동석의 마동석 연기'가 반복된다. 마동석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살인마를 쫓으며 추리하고 형사처럼 자료도 수집하는 등 조직 보스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내가 맡은 역할들 중 가장 세다"고 차이점을 부각하려 한다. 하지만 글쎄, 이전에도 익히 본 마동석 장르의 반복 정도로 보인다. MCU는 여전히 잘 팔리는 장르지만 언제까지 지속될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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