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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맞고 네이버는 틀리다?…검찰·공정위 헛발에 기업 등 터진다

등록 2020.03.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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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계열사 누락 혐의 직접 기소한 검찰

비슷한 혐의 네이버에는 '불기소' 처분 내려

카카오 기소는 '전속고발권' 두고 싸우던 때

"전고권 폐지 위해 카카오 기소했다" 시각도

"네이버 고발한 공정위도 책임감 없는 처사"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지난해 9월25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2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지난해 9월25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1.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6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지정 자료'에 골프와친구·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모두다·디엠티씨 등 5개 계열사를 빠뜨렸다. 공정위는 심의를 거쳐 2018년 1월 "김 의장이 5개 계열사 신고를 빠뜨려 다른 규제를 피해가지 않았다"고 경고 처분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6월 공정위를 압수수색하고, 11월 김 의장을 약식 기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말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는 지난 2015년 3월 공정위에 제출한 지정 자료에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지음·4촌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 화음 등 20개 계열사를 누락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이 GIO를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2일 "지정 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이 GIO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했다.

김 의장이 무죄 선고를, 이 GIO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은 두 기업이 계열사 신고를 고의로 빠뜨리지 않았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공정위 신고를 담당하는 실무 담당자의 단순한 실수"라고 처음부터 주장했다. 또 두 기업이 신고하지 않은 계열사 규모는 매우 작아 카카오·네이버가 규제 대상 기준에 새롭게 포함되거나,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당시 카카오는 5개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뒤에도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겼고, 네이버는 20개 계열사 신고를 정상적으로 했더라도 5조원에 못 미쳤다.

결국 두 사안은 상당 부분이 비슷한 셈이다. 실무 담당자의 실수로 일부 계열사 신고가 빠졌지만, 그로 인해 두 기업이 얻은 실익은 없다는 점. 이 사안으로 두 기업 모두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해 6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 그랜드볼룸으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한국 인터넷 산업의 선구자에게 듣다:네이버 창업과 성장의 경험'을 주제로 대담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19.06.18.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해 6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 그랜드볼룸으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한국 인터넷 산업의 선구자에게 듣다:네이버 창업과 성장의 경험'을 주제로 대담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19.06.18. [email protected]


그러나 이 두 사안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달랐다. 공정위가 경고 처분하고 넘어간 김 의장의 계열사 누락 혐의를 다시 파헤쳐 10개월이 지난 뒤에 기소에 나섰다. 또 "공정위가 기업을 봐주고 있다"며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기업집단국 등을 압수수색했다. 반면 공정위가 같은 혐의로 고발한 이 GIO는 혐의 없음 처리했다.

그 배경에는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갈등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가격 담합 등 일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가 고발했을 때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정해둔 이 제도를 두고 검찰과 공정위는 오랜 기간 다퉈왔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향한 검찰의 압박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더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선 캠프 출신인 김상조 전 공정위 위원장도 전속고발권 폐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전속고발권을 선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에 검찰은 지난 2018년 6월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을 압수수색하고 나섰다. 이후 검찰은 "공정위의 기업 봐주기 행태가 다수 포착됐다"며 김 의장을 포함해 기업 총수 4명을 기소하고,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도 인사 청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정위 직원과 로펌·기업에 재취업한 공정위 전·현직자 간 불미스러운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비판은 계속 있었지만, 당시 공정위를 향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의 뒤에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취업 특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20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2018.06.20.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취업 특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20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2018.06.20. [email protected]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실제로 검찰이 김 의장을 기소하기 위해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지 2개월이 지난 뒤에 두 기관이 일부 행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느냐"면서 "검찰이 전속고발권 폐지 관련 여론전을 펴기 위해 (증거가 부족해) 무죄 판결을 받을 김 의장 사안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부 있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반면 검찰이 이 GIO의 계열사 누락 혐의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김 의장 사안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형사 처벌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년 전 경고 처분했던 비슷한 사안에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든 공정위에 대해서는 "책임감 없는 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 의장을 단순 경고 처분했다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던 공정위로서는 비슷한 사안 처리를 앞두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GIO의 형사 처벌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면서도 "이는 검찰에 책임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 (이 GIO 검찰 고발 결정 전) 김 의장이 1·2심에서 무죄 처분을 받은 상태였으니, 이 GIO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 정부 부처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기든 넘기지 않든 지정 자료를 허위 제출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GIO의 계열사 누락에 고의성이 있느냐를 두고 공정위와 검찰의 견해가 달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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