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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입사 지원서에 출신대학 잘못 기재…무조건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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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12 05:00:00  |  수정 2020-09-12 06:42:00
금감원 직원, 지원서에 출신 대학 잘못 기재
회사 "지방인재로 유리한 평가 받으려" 주장
직원은 "잘못 기재, 학력이 입사 이유 아냐"
법원 "고의성 없던 것 인정" 직원 손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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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금융감독원(금감원) 직원이 입사지원서에 최종 학력을 허위 기재한 의혹으로 해고 위기에 몰렸다가 구사일생했다.

법원은 '학력'이 이 직원 채용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금감원 측이 진행한 면접에서 불공정한 세평(지원자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들은 평가) 조회가 있었던 점을 들면서 이 직원이 채용 공정성을 해친 게 아니라고 봤다. 

A씨는 금감원의 2016년 신입직원 채용공고에서 최종 합격해 그해 1월11일부터 일했다. 그러다 2018년 10월 "채용 때 지원서 기재내용 및 제출서류가 사실과 다르다"면서 금감원으로부터 합격취소 통보를 받았다.

입사지원서에 기재했던 A씨 학력이 문제였다.

A씨는 지원서에 지방 소재 B대학을 졸업했다고 기재했지만 실상은 서울 소재 C대학을 졸업했던 것이다. 금감원은 당시 지방인재를 10% 내외로 채용할 예정이어서 지방 대학 졸업자에게 유리했고, 채용공고에 '지원서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합격 취소 처리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A씨는 반발했다. 자신이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실제 졸업한 C대학 증빙서류를 제출했고, 지원서에 있는 '지방인재 여부' 항목에도 "해당사항 없음"에 체크했다고 주장했다. 고의가 아닌 착오였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로는 자신이 출신 대학으로 기재한 학교의 대학원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채용 과정은 A씨 주장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A씨는 2015년 12월10일 다른 지원자 2명과 함께 2차 면접을 봤는데, 당시 면접위원들이 본 참고자료에는 A씨가 '지방인재'로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이후 면접위원들은 최초 평가에서 A씨만 불합격 처리했다가, 이튿날 A씨만 합격 처리했다. A씨 외 다른 지원자들은 전 회사 동료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들었던 사실까지 확인돼 A씨에게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A씨가 지방인재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고의로 출신대학을 허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2차 면접 과정에 대해서는 회사 측의 위법한 세평조회를 인정했지만, 바로 그런 공정성이 훼손된 면접으로 A씨가 입사했으므로 입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금감원을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진행했고,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이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2심 역시 금감원 항소를 기각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먼저 A씨가 고의로 학력을 잘못 기재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A씨가 지원서에서 지방인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체크했으며, 이후 전형에서 실제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증빙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금감원의 합격 취소 요건은 지원자의 정직성, 적응성, 진정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지만, 단순히 허위사항이 기재돼 있기만 하면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2차 면접 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은 단 하루 동안 세평을 듣고 A씨만 합격시키기로 결정했다"면서 "면접위원들도 이 세평조회가 객관성·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면접위원들에게는 채용절차가 공정하도록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따라서 회사 측이 이 사건 채용 전형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사유로 A씨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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