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1.0%…22년만에 역성장(종합2보)
경제성장률 -1.0%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저
코로나 충격에 역성장…"어려움 속 선방" 평가
1인당 국민소득 3만1000달러 중반, G7 반열 오를듯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지난해 한국 경제가 1.0% 역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에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0%로 집계됐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1.1%를 상회한 것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처음 역성장 충격을 피하진 못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민간소비 타격…수출 막판 회복
정부는 재정을 풀어 역성장 충격을 방어했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2.0%포인트,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0%포인트였다. 정부소비는 5.0% 늘어 2019년(6.6%)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였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0.1% 줄었으나 설비투자는 6.8% 증가했다.
분기별로 1분기 -1.3%, 2분기 -3.2%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 쇼크를 나타냈다가 기저효과와 수출 회복세 등에 힘입어 3분기 2.1%로 반등했다. 막판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경기 회복세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예상보다 충격이 덜 했던 영향으로 4분기에는 1.1%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서울=뉴시스]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5.0%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 경기 회복 등으로 4분기 수출이 전기대비 5.2% 증가하며 회복세를 지속한 가운데 건설투자가 6.5% 늘어난 영향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19년 4분기(8.0%)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민간소비는 1.7% 감소했고 정부소비는 0.4% 줄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대비 0.3% 감소했다. 지난 2019년(-0.3%)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GDI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민 체감소득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GDI가 실질 GDP 성장률(-1.0%)을 웃도는 수준을 나타냈다.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지만 정부와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속에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성장률 충격은 외환위기 때(-5.1%)보다는 덜 했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위기 충격 직후인 2008년 4분기~2009년 3분기 성장률은 -1.0% 수준으로 조사됐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주요국에 비해 코로나19 이전 성장률 대비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고 본다"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다 온라인 쇼핑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민간소비 위축이 덜했고 하반기 이후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규모 10위권 내 선진국이 -3%대에서 -10%대 이상의 역성장이 예상되는 데에 비하면 우리는 그 역성장 폭이 훨씬 작았다"며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위한 기반을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G20(주요 20개국) 중에서는 지난해 2.3%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나타낸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한국 경제 성장세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박 국장은 "추세성장률이 2% 초반이기 때문에 이보다 높아지면 본격적으로 회복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아직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3%대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1000달러 중반 추정
지난해 1인당 GNI는 명목 GDP가 집계된 이후 오는 3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의 1인당 GNI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치가 현실화되면 사상 처음으로 G7 반열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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