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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석면 비산 유의하라"…50년 노후 건물에 벤처창업센터를 조성?

등록 2023.03.20 15:28:44수정 2023.03.20 15: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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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고 갈라진 벽, 구멍난 방충망, 엘리베이터도 없어

자연녹지지역으로 신축 제약…매각 필요성도 제기

경과원 "리모델링과 확장·이전 등 대책 논의 중"

[의정부=뉴시스] 김도희 기자 =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소재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 의정부1센터 내부 벽에 '이 건축자재는 석면이 함유돼 있으므로 손상 및 비산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2023.03.20. kdh@newsis.com

[의정부=뉴시스] 김도희 기자 =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소재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 의정부1센터 내부 벽에 '이 건축자재는 석면이 함유돼 있으므로 손상 및 비산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2023.03.20. [email protected]

[의정부=뉴시스] 김도희 기자 = '이 건축자재는 석면이 함유돼 있으므로 손상 및 비산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일 오후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 있는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 의정부1센터.

3층짜리 낮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니 벽면에 붙은 노란색 경고문이 눈에 확 띄었다. 빨간색 글씨로 '석면'과 '손상 및 비산'을 강조한 이 경고문은 다른 층에도 붙어 있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등 폐암과 같은 악성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중단됐으나 오래된 건축물에는 일부가 남아있다는 것을 미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부를 둘러볼수록 머릿속에 그렸던 벤처창업지원센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오래된 건물의 흔적만 보였다.

벽 대부분이 금이 가거나 갈라져 있었고 그 위로 페인트가 성의없이 덧칠해져 얼룩덜룩했다.

바닥도 검게 흠집이 나 있고 계단 손잡이에는 새 배설물로 추정되는 이물질까지 묻어 있었다.

이밖에도 기자재를 옮길 수 있는 엘리베이터조차 없었고, 구멍난 방충망에 구석에는 물건 등이 방치돼 있었다.

도구나 공구를 갖추고 공동으로 작업하거나 여러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이른바 메이커스페이스 등의 공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성장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등 우수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기관이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환경 그 자체였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였는데, 우연히 마주친 한 기업 관계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벤처창업지원센터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시설이 노후화됐고 열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문제가 생기면 임시방편으로 시설을 보완하는데 그치고 있어서 근본적인 환경개선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의정부=뉴시스] 김도희 기자 = 20일 오후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 의정부1센터 곳곳이 갈라져 있고 한쪽에는 물건이 방치돼 있다. 2023.03.20 kdh@newsis.com

[의정부=뉴시스] 김도희 기자 = 20일 오후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 의정부1센터 곳곳이 갈라져 있고 한쪽에는 물건이 방치돼 있다. 2023.03.20 [email protected]

현재 의정부1센터를 운영하는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 따르면 이 건물은 경기도청 북부청사가 개청하기 전 북부출장소 시절 사용했던 것으로 50년 전인 1973년 12월 준공됐다.

그러다 지난 2000년 경기도 제2청(지금의 경기도 북부청)이 개청하자 해당 건물에 '경기북부벤처센터'를 개소했고, 이후 2016년 현재 명칭인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로 변경됐다.

경기북부벤처센터로 개소할 시기에도 이미 준공된지 27년이 지난 노후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당시 입주한 벤처기업들도 많은 불편을 겪었다.

환경분야 장비 개발을 위해 북부벤처센터 개소와 함께 입주했던 A업체 대표는 "그 때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3층까지 장비와 짐들을 갖고 오르내릴 때마다 애를 먹었고 내부 시설도 자주 고장이 나서 계속 개보수해가며 사용했다"며 "애초에 벤처센터라는 기관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었다. 20여년 전에도 문제가 많았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냐"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부지는 자연녹지지역과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있어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폐율 20%, 용적율 80% 이하 등 4층 이하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신축하는데 제약이 있다.

상황이 이러자 일각에서는 20년 넘게 이어져온 땜질식 처방이 아닌 아예 센터 부지 매각을 통해 다른 곳에 신축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병선 경기도의원(국민의힘·의정부)은 "50년이나 되고 석면이 나오는 노후화된 건물에 벤처창업지원센터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더러 리모델링 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해결에 그칠 것"이라며 "부지를 팔아서 그 매각 비용으로 새롭게 벤처센터를 마련하든가 확장·이전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전문업체를 통해 석면 건축물 현황 조사를 진행했고, 당장 해체나 제거보다는 유지관리와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라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공기 중의 석면을 확인했는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기업이 퇴거해 공실이 발생하면 석면 제거 공사도 진행하고 있고, 내부 전면 리모델링 또는 의정부시와의 협력을 통해 확장·이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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