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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민생과 괴리된 기재부 '장밋빛 전망'

등록 2024.04.29 18: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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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민생과 괴리된 기재부 '장밋빛 전망'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GDP)은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속에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한국 경제에 깜짝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의 높은 성장세이자, 코로나 기간 마이너스(-) 성장과 이에 따른 기저효과를 누린 2020~2021년을 제외하면 4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1분기 0.5~0.6%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뿐 아니라 정부 예측을 2배 이상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수출 분야 성장에, 부진하던 민간소비(0.8%)와 건설 투자(2.7%)가 뒷받침을 해주면서 이 같은 깜짝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1.3%의 성장률 중 내수 기여도는 0.7%포인트(p)로, 순수출 기여도 0.6%p를 앞질렀다. 수치로만 보면 '내수는 수출 호조가 기업실적·가계소득으로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은의 깜짝 발표에 한껏 고무된 기획재정부는 출입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1분기 성장세와 관련한 배경 설명에 '선명한 청신호', '교과서적 성장경로로의 복귀', '민간주도 성장',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 등 수 많은 수식어를 덧붙였다.

2분기 성장률이 0.0%를 기록하고 3분기와 4분기 잠재수준인 0.5% 성장하는 극한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2.6%가 될 것이라는 가정에 의한 전망도 내놓았다. 가정에 의한 질문에는 좀처럼 입을 다물던 관료들의 태도를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가정한 2.6% 성장률은 올해 초 제시했던 성장률(2.2%)과 한국은행 성장률(2.1%)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투자은행(IB)을 포함한 전망기관들이 성장률을 상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기재부의 평가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데 있다. 특히 회복세가 본격화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한은의 입장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1분기 내수 성장이 앞서 민간 소비 및 건설 투자 부진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1분기 '깜짝 성장'의 1등 공신으로 '기저효과'를 꼽은 것이다. 이마저도 남은 기간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컨트롤할 수 없는 대외 악재는 수두룩하다. 중동 사태의 불씨가 여전하고,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로 인한 환율 불안, 금리 등락 우려가 여전하다. 기후위기, 각종 감염병에 의한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 위협도 결코 기우가 아니다.

국민들은 정부의 섣부른 장밋빛 전망에 끈임 없이 희망고문을 당해왔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현상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이 돼버렸다. 국민들은 1분기 '金사과', '875원 대파 값'에 장보기가 무섭다고 아우성 쳤고, 위축된 자본시장에 시름이 깊었다. 지난 4월10일 총선 결과가 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닌 정부·여당에 대한 꾸짖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재부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체감경기와의 괴리는 더 커진 듯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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