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못 얻는 아파트값 주간 통계[기자수첩]
부동산원은 '상승' KB는 '하락' 10주째
방향성 다른 통계에 소비자 혼란 가중
월간 통계 정확성 높이는데 투자해야
이번 주만 이례적으로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한쪽은 '플러스', 다른 한쪽은 '마이너스'인 게 지난 5월 중순부터 벌써 10주째다.
공교롭게도 두 개 통계는 매주 목요일 같은 날 발표된다. 같은 기간 조사해 같은 날 발표하는 수치가 완전히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통계가 추출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다. 부동산원은 전문조사원을 통해 표본주택 실거래 가격 정보를 조사해 지수를 산정하고, KB국민은행은 중개업소에서 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표본주택 실거래가격을 집계한다.
표본 규모도 차이가 있다. 부동산원 표본은 3만2000여가구, KB국민은행 표본은 6만2000여가구다. 표본 규모가 다르다 보니 결과 값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원인은 또 있다. 두 개 통계 모두 조사 담당자와 중개업소의 주관이 반영되는 구조로 돼 있다. 표본주택이 거래가 된 경우에는 실거래가격을 참고하면 된다. 문제는 표본주택이 거래되지 않았을 때 인근 단지 유사사례 거래를 활용하거나 중개업소 시장동향조사를 참고해 지수를 산출한다는 점이다. 이때 조사원이나 중개업소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부동산원이 국토부 산하기관인 점도 통계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상 부동산원 통계는 집값 급등기 때는 KB국민은행 통계보다 낮게, 집값 급락기 때는 민간 통계보다 높은 결과를 내놓은 적이 많다.
집값 폭등 때는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을 감안해 통계를 과소 측정하고, 집값 급락 때는 유주택자의 불만을 신경 써야 하기에 통계를 다소 높게 조정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긴다.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부동산원은 국민은행보다 자체 조사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안 좋은 것은 숨기고, 좋으면 더 좋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처럼 주택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엔 인근 단지 유사 사례 참고 비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월별 평균 매매거래량은 2670건에 불과하다. 서울 표본이 1만여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4분의1가량은 허수를 통해 집계한 값인 셈이다.
주간 통계를 발표하는 건 시장을 좀 더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확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만 부추긴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무엇보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국가의 정책이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주간 통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에너지를 아껴 월간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투자하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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