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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천박사 퇴마연구소'에는 강동원만 있다

등록 2023.09.26 08: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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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천박사 퇴마연구소'에는 강동원만 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강동원은 영화를 매혹한다.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중 많은 작품이 그를 최대한 아름답게 담아 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늑대의 유혹'을 시작으로 '형사 Duelist'나 '전우치' '군도:민란의 시대'가 그랬고, '검은 사제들'과 '가려진 시간'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외모와 무관할 법한 영화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1987'도 강동원의 얼굴을 최대한 활용해보려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강동원의 신체는 그와 함께하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유혹인 듯하다. 새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9월27일 공개)도 다르지 않다. 퇴마나 설경 같은 단어가 장르물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지만 이 작품이 의지하며 내세우는 건 역시나 강동원이다. 좋게 보면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한다고 볼 수 있겠으나 나쁘게 보면 이 작품엔 강동원을 뛰어 넘는 무언가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강동원을 보기 위해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을 택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작품 초점은 철저히 이 배우를 보여주는 데 맞춰져 있다.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반복해서 클로즈업 하고, 긴 팔과 다리를 드라마틱 하게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스크린에 담긴 강동원의 얼굴은 특별한 필터라도 끼운 듯이 매끈하게 보정돼 있다. 강동원이 등장하지 않는 시퀀스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출연 비중이 크고, 스토리의 시작과 끝 모두 그가 연기한 천박사가 책임지고 있다. 이동휘·이솜·김종수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그의 뒤를 받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뒷받침 해주는 역할 정도만 할 뿐 그 이상의 임무를 얻지 못한다. 한 마디로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은 강동원을 위해 기획된 작품인 것 같다.
[클로즈업 필름]'천박사 퇴마연구소'에는 강동원만 있다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가 아니라 강동원이 도드라진다. 천박사는 앞서 강동원이 연기한 '전우치'의 전우치나 '검사외전'의 한치원과 같은 선상에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장난기 많고 허술한 구석도 있지만, 진지해야 할 땐 웃음기를 없앨 줄 알고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런 캐릭터는 앞서 강동원이 유사한 형태로 보여준 적이 있는데다가 장르물 내에서 다소 전형적이기도 해 특별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무당이라는 설정이 새롭게 다가오긴 하나 설정 이상의 신선함은 없다. 이동휘가 연기한 강도령이나 김종수가 맡은 황사장, 이솜이 책임진 유경 뿐만 아니라 허준호가 연기한 범천 역시 숱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어서 이렇다 할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캐릭터 매력이 크지 않다 보니 러닝 타임 98분도 길게 느껴진다.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은 장르물로서 매력도 약하다. 초반부를 코미디로, 중후반부를 오컬트 스릴러로 나눠 놓고 다양한 장르를 뒤섞는 시도에 나서지만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 특별 출연 배우라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코미디는 웃음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산만해 보인다. 배우 이동휘를 통해 끊임 없이 코미디를 시도하나 타율은 지지부진하다. 오컬트·호러·스릴러가 혼재돼 있는 중후반부 역시 힘이 약하다. 빈약한 이야기를 장르적 재미로 돌파해야 할 듯하지만 다양한 장르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인상만 줄 뿐 어떤 대목에서도 파고 들어가지 못한다. '검은 사제들'(2015)이나 '사바하'(2019) 같은 영화가 준 재미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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