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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네이버 온스테이지③]"영상 작업물이지만, '음악 전달' 우선"

등록 2023.11.29 05:00:00수정 2023.11.29 0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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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 멤버인 오근재 스튜디오 로보 감독 인터뷰

올해 6월부터 지난달 마지막 촬영까지 담당하며 끝도 함께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페퍼톤스.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페퍼톤스.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네이버 문화재단이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인디음악 지원 사업 '온스테이지'가 13년 동안 사랑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라이브 콘텐츠'였다는 점이다.

온스테이지가 태어났을 당시엔 지상파 TV 방송 외엔 제대로 된 인디음악 라이브 영상물이 없었다. 온스테이지는 장르와 뮤지션의 색에 맞춘 앵글과 조명 등으로 호평을 들었다. 그 만큼 기획자 못지 않게 영상 감독이 중요했다. 온스테이지 태동을 함께 한 스튜디오 로보의 오근재 감독이 그 중 한 명이다. 

2000년대 후반 길거리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카메라에 원테이크 등으로 담아낸 프로젝트 그룹 '라비아쇼'로 일찌감치 홍대 음악 신(scene)에 몸 담은 오 감독은 온스테이지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2010년 봄부터 그 해 11월에 론칭한 온스테이지 기획을 함께 했고, 2015년 11월까지 이 프로젝트 곁을 지켰다. 이후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그룹 '르세라핌' 멤버 허윤진, '악뮤' 멤버 이수현 등이 참여한 작년 캐럴 특집과 올해 6월 개편부터 온스테이지를 진행했다.

온스테이지의 공식적인 마지막 촬영일인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스튜디오에서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의 리더 조웅, 싱어송라이터 퓨어킴, 듀오 '페퍼톤스'의 라이브 영상을 묵묵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담아낸 팀을 이끈 이도 오 감독이다. 생생한 현장의 공기를 오롯하게 포착해 영상에 가감 없이 녹여낸다는 평을 받는 그답게 뮤지션도, 온스테이지 팬들도 만족할 만한 라이브 콘텐츠가 나왔다.

오 감독은 온스테이지 외에 유니버설뮤직의 라이브 콘텐츠 '스튜디오기와' 그리고 광고·뮤직비디오 브랜딩 등을 맡은 영상계 팔방미인이다. 다음은 온스테이지 종영 이후 오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물론 각 뮤지션마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온스테이지 초반 영상과 최근 영상에서 각각 전체적으로 가장 신경 쓴 연출은 어떤 건가요? 예컨대 '뮤지션에 중심을 맞췄다' '음악이 잘 들리도록 했다' 등의 측면에서요.

"온스테이지는 영상 작업물이지만 음악 감상의 영역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생각으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영상이 줄 수 있는 임팩트로 뮤지션을 알리고 각인 시키는 방식도 필요하지만 온스테이지 같이 '노래하는' 라이브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다양한 색깔과 장르의 뮤지션들이 존재했고, 그들을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연출자로서도 아쉬움이 남았기에, 일부 편들은 영상 작업이 더 추가되긴 했습니다. 다만 라이브 뮤직 비디오라는 초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음악 영상으로써 감상에 방해되는 것이나 시각적인 거슬림이 없도록 물 흐르듯 순수하게 음악과 뮤지션의 에너지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는 중입니다."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빈지노.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1.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온스테이지 빈지노. (사진 =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2023.11.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감독님에게 온스테이지 작업이 영상 작업자로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됐는지요.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는 큰 의미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온스테이지는 뮤지션의 역량이 90% 이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저 뮤지션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잘 보여주고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브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 작업과 결이 많이 다른데요, 전자는 기록하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순간의 일부분이 그대로 기록되는 가치가 있어서요. 뮤지션이 한 곡을 여러 번 연주했을 때, 각 테이크가 다 다른 느낌이라 그 중 가장 좋았던 테이크를 오류 없이 잘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개념으로 작업을 합니다. 그렇기에 영상 작업자로서 의미보다 '나는 한국의 다양한 대중음악을 기록하는 소수의 기록원이다'라는 생각이 큽니다. 그리고 그 뿌듯함이 매우 큰 의미로 남았습니다. 온스테이지의 시작과 끝을 제 손으로 기록한 것이니까요."

-온스테이지 작업이 인디 신과 대중문화계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셨는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기록원이라 생각합니다. 온스테이지를 만든 감독으로서 제 생각을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대다수가 제 답변을 듣고 '참 재미없네'라는 표정을 짓더라고요 사실 기록원의 생각이 중요하진 않다고 봅니다. 그래도 지난 시간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인디 신과 대중문화계엔 다양한 취향과 시각들이 존재하는데, 온스테이지를 잘 모르거나 관심없는 분들에겐 그냥 라이브 영상 콘텐츠 정도이지만 아는 분들에겐 그 의미를 말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 느껴질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온스테이지가 없었던 십수년 전, 해외의 유명 라이브 세션을 부러워하고 동경했던 것이 저를 온스테이지 제작으로 이끌었는데요. 오랜 시간에 걸쳐 제작한 온스테이지를 보니 오히려 시대를 앞서나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어느 곳에서 또 이런 콘텐츠가 만들어 질 수 있을까요."

-가장 애정이 가는 회차는 너무 많겠지만 꼽아주신다면요.

"줄이고 줄여서 세편 정도 꼽아보고 싶은데요.
[서울=뉴시스] 이이언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 (사진 = 온스테이지 유튜브 채널 캡처) 2023.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이언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 (사진 = 온스테이지 유튜브 채널 캡처) 2023.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잠비나이 =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정말 새로운 음악이라 느꼈고 영상화 된다면 더욱 멋질거라 생각해 첫 온스테이지 작업 이후에도 잠비나이의 뮤직비디오부터 다수의 작업들을 함께 했습니다.

▲빈지노 = 얼마 전 온스테이지 촬영건으로 만난 빈지노님과 초창기 온스테이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자신이 출연했던 첫 온스테이지 영상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 주시더라구요. 온스테이지와 뮤지션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인 거 같습니다.

▲이이언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 이이언 편 중 이 곡의 영상이 제가 작업한 모든 온스테이지 작업 중 가장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라이브 영상은 보통 컷편집으로만 작업하는데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의 신(scene) 나누듯 기획해 컷 편집 이외의 요소들을 많이 채웠었고요. 원곡이 다프트 펑크의 것인지라 예전 다프트 펑크의 팝아트가 연상되는 아트웍을 없는 예산에 조명으로 녹여내면서 거기에 재즈 구성을 조합하는 게 너무 재미 있었지만 편집을 아주 여러 번 바꿔가며 디테일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만들었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 촬영날 느낌이 어떠하셨는지요.

"사실 제작 종료가 결정된 건 꽤 되어서, 마지막 촬영날 제작진과 마지막 기념 사진도 찍으며 즐겁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처음 종료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제 작업실 옥상에 앉아 한 시간 정도 한강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아닌 '남은 편들을 잘 만들어내자!'라는 생각이었고 마지막 편이 업로드되고 재단 및 스태프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천천히 너를 보내마, 온스테이지' 모드로 지금까지도 온스테이지와 안녕을 하는 중입니다. '최최최종 안녕'은 온스테이지 원년 멤버들과의 회식일 듯 합니다. 온스테이지의 부재에 여러모로 마음이 참 무겁지만, 그래도 참으로 감사한 온스테이지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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