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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 봄' 각본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등록 2024.03.02 0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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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애니 'DMZ 동물 특공대' 홍인표 감독

1300만 영화 '서울의 봄' 각본가 감독 데뷔

"인간 욕망과 갈등 그리는 건 비슷한 부분"

회계사 하다가 영화 배우러 무작정 미국행

미국 생활 마친 뒤엔 제작사 들어가 일해

"일단 한다, 하고 있을 때 기회도 오니까"

현재 하나회 해체 다룬 'YS프로젝트' 집필

"앞으로도 계속 애니 만든다, 지칠 때까지"

[인터뷰] '서울의 봄' 각본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근 국내 극장가는 스타 배우가 나오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파묘' '듄:파트2' '웡카' 같은 작품이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관객 이목을 잡아둘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엔 소수의 작품이 관객 관심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더 잦아지고 있고, 이런 편향은 한국영화 생태계를 생각할 때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작은 영화 한 편이 최근 공개됐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국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세상에 나온 장편 애니메이션 'DMZ 동물 특공대'(누적 2만명)다.

이 영화는 남북 간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통일이 현실화 하는 시기를 맞이한 비무장지대(DMZ)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통일이 되면 DMZ가 사라져 삶의 터전을 잃는다고 판단한 동물들은 통일 방해 공작을 계획하고, 이 과정에서 그들처럼 평화를 원치 않는 인간들에게 붙잡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 각본을 쓰고 연출한 건 신예 홍인표(46) 감독이다. 흥미로운 건 홍 감독의 전작이다. 신인 감독에게 전작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홍 감독은 연출가이기도 하면서 작가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공개돼 1300만 관객을 넘긴 '서울의 봄' 각본을 썼다.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12·12 군사 쿠데타를 영화화한 작가라는 게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만난 홍 감독은 "욕망과 갈등을 그린다는 건 'DMZ 동물 특공대'나 '서울의 봄'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인터뷰] '서울의 봄' 각본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7~8년 전에 닥치는대로 시나리오를 쓰던 시기가 있었어요. 장르·소재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건 다 썼습니다. 'DMZ 동물 특공대'는 그 중 하나였죠. 당시엔 실제로 남북 평화 무드가 있었잖아요. 그 지점에서 DMZ에 사는 동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쪽으로 생각이 뻗어 나간 겁니다. 동물들에겐 터전이 없어지니까 안 좋은 일일 수 있죠. 일단 통일을 반대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동물들이 다시 생각을 바꾸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 역시 평화를 원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홍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 애니메이션 회사 대표로 일하면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다. 실사 영화 시나리오도 쓴다. 앞서 '로봇, 소리'(2016) '덕혜옹주'(2016) 등에선 제작총괄 역할을 맡기도 있다. 본격적으로 영화 일을 하기 전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영화 공부를 했고, 이보다 전엔 영화 일이 하고 싶어 무작정 미국 뉴욕으로 가서 그곳에서 일을 하며 시나리오를 쓴 적도 있다. 이보다 전에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유명 회계 법인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에 회계 법인에서 수습 기간을 거친 뒤에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왔었어요. 그때 전 회계 일이 아니라 영화를 하기로 한 거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미국으로 간 겁니다. 영화 공부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려고요."

이처럼 일단 부딪혀보는 게 홍 감독 방식이다. 한국이 애니메이션 영화 불모지라는 걸 적지 않은 시간 이 업계에 있었던 홍 감독이 모를 리 없지만 그럼에두 불구하고 도전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는 선택이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만 해도 그가 가진 가장 큰 꿈은 실사영화 연출이었다. 다만 당장 생계도 무시할 수 없어서 한국 제작사에 취업해 한국영화 시스템을 배우기로 했다. 약 5년 간 다닌 회사를 나온 뒤에 애니메이션 영화 연출 제안이 오자 그는 그것 역시 일단 하기로 했다. 이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가 12·12 사태를 소재로 각본을 써보자고 했을 때도 그랬다. 그는 당장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그렇게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했고, 첫 번째 실사영화 각본은 1000만 영화가 됐다.

"일단 해보는 거죠. 하고 있을 때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지금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시나리오를 많이 못 쓰지만, 한 때는 정말 많이 썼습니다. 매일 쓰는 겁니다. 아마도 1년에 2~3편 정도는 썼던 것 같아요." 홍 감독은 현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차기작으로 내세운 'YS 프로젝트'(가제) 각본을 쓰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해체가 소재인 작품이다.

홍 감독은 실사영화 쪽에선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 하면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을 계속할 거라고 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명) 성공 이후 성공 사례가 없는 애니메이션 업계에 남아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는 또 한 번 부딪혀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꼭 실사영화를 연출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없어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각본 쓰고 연출도 하면서 애니메이션 창작 시스템을 잘 만들어 가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봐야죠.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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