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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경영난' 도미노 파장…제약매출 줄고 임상도 지연

등록 2024.04.14 09:01:00수정 2024.04.14 09: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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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장기화로 관련 산업 위축

영업 차질·리베이트 단속에 '속앓이'

일부 병원, 약 대금 결제 기한 연장

"총선여파…갈등 새국면 전환 기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지 50일이 넘어가면서 정부와 의사들은 물론 병원과 환자들도 모두 지쳐가고 있다. 당초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의료계가 돌연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총선 이후에도 의료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2024.04.1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지 50일이 넘어가면서 정부와 의사들은 물론 병원과 환자들도 모두 지쳐가고 있다. 당초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의료계가 돌연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총선 이후에도 의료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2024.04.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 발표 후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제약회사, 의약품 유통회사 등 관련 산업의 연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이 경영난에 봉착할 만큼 가동률 및 환자 방문이 줄면서 제약회사의 의약품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 글로벌 제약회사는 의정 갈등 전보다 상급종병의 자사 의약품 처방액이 약 20%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 등의 집단사직으로 대학병원에서 수술·입원이 축소되며 병원에 공급되는 의약품·의료기기도 줄어든 영향이다.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최근 경영난으로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한 데 이어 희망퇴직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사는 종합병원에서 주로 비즈니스가 발생하는 사업 구조라 상급종병의 경영난이 바로 우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며 "의정 갈등이 의약품·의료기기 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처방 감소 타격은 종합병원을 주요 거래처로 둔 글로벌 제약사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상급종병은 상당수 국내 제약기업에도 주요 거래처인 만큼 업계 전반이 곡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마취제, 진통제, 수액, 항생제, 수술 치료재료 등 종병에서 사용하는 원내의약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내원하는 환자 자체가 줄면서 전반적인 의약품 처방에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영업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은 최근 의료진 대상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내부 공지를 띄웠다. 제약회사의 의료진 대상 심포지엄도 상당수 취소됐다.

환자에 신약을 제공하기 위한 임상시험 연구에도 제동이 걸렸다. 진료 축소로 임상에 참가할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시험 시작 시점 자체가 불투명해진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임상시험은 신약 출시의 필수적인 절차이므로 시험 연기는 신약 출시 연기로 이어진다.

정부의 불법 리베이트 단속 강화는 제약회사들에게 또다른 압박감을 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히는 등 리베이트에 대한 강한 제제를 예고하면서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주량 줄고 대금 결제 지연…유통업계도 타격

제약사보다 작은 규모 업체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의약품 유통업계의 속앓이도 심하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은 거래 중인 의약품 유통업체들에게 대금 결제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매출 손실로 인해 의약품 대금 결제시기를 3개월 미뤄달라는 병원의 요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사(제약회사·의료기기사)에서 물건을 받아 의료기관·약국에 공급하는 유통업체에 있어 의료기관의 대금 결제는 중요한 요소다. 계약에 따라선 병원으로부터 물건 값을 받아야 제조사에 지급할 수 있어서다. 자금 여력이 없는 업체는 결국 대출을 받아 제약회사에 납부해야 하는데 금리마저 높아, 장기화된다면 소형 유통업체들이 결국 감내 못할 거란 우려가 커진다.

공급량 역시 줄었다. 한 대형 유통기업은 상급종병의 의약품 발주량이 의정 갈등 전보다 20~30% 줄었고, 수술용 의료기기는 30~40%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정 갈등으로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의대 증원 이슈를 컨트롤하지 못해 업계를 힘들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다"며 "1년 뒤에야 복귀하겠다는 전공의가 많은 걸로 아는데 장기화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결제 대금을 받아야 제약회사에 의약품 구입 대금을 지급할 수 있고, 새 발주물량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대금 수수가 지연되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립대 병원의 상황도 비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의정 갈등의 전환 국면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총선으로 전례 없는 여소야대 국면에 직면했다"며 "국정 전면에 대한 전환 요구가 나올 것이 자명하므로 의정 갈등도 실리를 위한 절차적 전환 등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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