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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정위 공무원이 손수 만든 영화 OTT 3위…"동료들 자부심 가졌으면"

등록 2024.05.24 05:00:00수정 2024.05.24 09: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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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초 영화…'공정하지 못한 자'

공정위 직원 하나 둘 힘더해 제작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양벙글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실 조사관(42)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조사관이 총연출을 맡아 지난 2월 쿠팡플레이·왓챠 등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개봉한 장편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vie-빛과 그림자'는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로 쿠팡플레이 기준 최고 3위까지 올랐다. 2024.05.2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양벙글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실 조사관(42)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조사관이 총연출을 맡아 지난 2월 쿠팡플레이·왓챠 등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개봉한 장편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vie-빛과 그림자'는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로 쿠팡플레이 기준 최고 3위까지 올랐다. 2024.05.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일반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뭐 하는 조직인지 잘 모르잖아요. 그 조직을 아는 순간 본인에게 크건 작건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작게는 택배를 못 받았거나, 심하면 저처럼 사업 문제로 위기를 겪었거나."

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ive-빛과 그림자'를 연출한 공정위 대변인실 홍보담당관 소속 양벙글 조사관(42)은 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작 배경을 묻자 이처럼 답했다. 이날은 이 영화가 개봉된 지 약 100일이 되던 날이었다.

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는 담합을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자와 이를 파헤치고 단죄하려는 공정위 직원 간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물이다. KT알파가 배급을 맡아 LG유플러스 등 3개사와 왓챠·웨이브·티빙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4개사 총 7곳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최초'란 타이틀을 다수 갖고 있다. 우선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영화란 점이다. 그것도 외주로 제작한 게 아닌 공정위 직원들이 단역으로 참여하고, 직접 촬영·편집부터 스탭으로 활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작한 정부부처 최초 제작 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포스터(출처=공정위) *재판매 및 DB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작한 정부부처 최초 제작 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포스터(출처=공정위) *재판매 및 DB 금지




공정위를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기도 하다. 국내에 넘쳐나는 경찰·검찰 소재 속에서, 돋보이는 공정위 영화란 점에서 그동안 베일에 쌓인 경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살필 수 있다. 정부에서 만든 뻔한 홍보 영상도, 권선징악이나 신파극도 아니다. 스릴러 장르에 상업성도 가미해 재미를 더했다. SNL(Saturday Night Live)로 인기를 끌고 있는 쿠팡플레이에서 무려 3위에 올랐을 정도다.

대단한 것까진 알겠는데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자가 건넨 첫 질문은 "굳이 공정위에서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였다.

공정위는 다른 부처와 달리 폐쇄적인 조직이다. 비밀리에 장기간 조사가 이뤄져야 하다 보니 극도로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홍보보다 규제가 필요하다 보니 가진 예산도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양 감독이 인터뷰 내내 자주 한 말은 "돈이 없어서"였다. 굳이 척박한 환경에서 영화까지 만들 필요까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공정위 입사 전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저는 원래 영상 제작 사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하도급 관련 문제가 생겨 공정거래조정원에 신고를 했을 정도다. 이후 일자리를 찾다 우연히 공정위 대변인실에서 영상 제작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이 자리에 오게 됐다.

당시에는 왜 이렇게 빨리빨리 일을 처리 안 해주지 불만이 컸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처리해야 할 사건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공정위 직원들이 사명감 갖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양벙글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실 조사관(42)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조사관이 총연출을 맡아 지난 2월 쿠팡플레이·왓챠 등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개봉한 장편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vie-빛과 그림자'는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로 쿠팡플레이 기준 최고 3위까지 올랐다. 2024.05.2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양벙글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실 조사관(42)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조사관이 총연출을 맡아 지난 2월 쿠팡플레이·왓챠 등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개봉한 장편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vie-빛과 그림자'는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로 쿠팡플레이 기준 최고 3위까지 올랐다. 2024.05.24. [email protected]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대변인실 소속 답게 공정위 소식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공정위는 일반인들이 크게 당해야만 그제서야 알게 되는 조직이지 않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 공정위 직원들을 보고, 그들의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게 뭘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드라마였다. 그가 최고의 장면으로 두 주인공인 안유환 조사관(김리한)과 베테랑 사무관(강지운)이 차에서 나누는 대화를 꼽은 이유기도 하다. 이 장면은 팀을 이뤄 담합 과정을 조사하던 공정위 직원들이 서로를 의심하다 극적으로 해소된 이후를 담았다. 선배가 후배에게 '공정위에 왜 들어왔냐'고 물으면 '뭐, 그냥 들어왔지'고 답하는 식의 그저 담백한 장면이다.

그는 "공정위 직원들의 마음을 잘 담아낸 장면이라 생각했다. 공정위 직원들이 조사를 나가면 사실 중립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사건이 클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한 쪽으로도 치우치면 안 되니, 그때 그때 짊어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상당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마음을 비장하거나 너무 요란 떨지 않으면서도 인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촬영장면(출처=공정위)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촬영장면(출처=공정위)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뷰 하는 내내 그가 강조한 바가 있다. 이 영화는 혼자 만든 게 아니란 점이다. 공정위 특성 상 예산이 충분치 않다 보니 제작에 한계도 있었다. 하나둘 공정위 직원들이 힘을 보탰다.

공정위 직원들이 일하던 중간에 단역으로 참여했고, 조명도 들어줬고, 소품도 가져다 주다 보니 어느덧 완성됐다고. 심지어 게시판에 주말 스태프 공모를 올리니 응해준 직원도 다수 있었다. 시작과 끝은 연출자인 본인의 몫이었지만 과정 마다 직원들이 있었다며, 인터뷰에 본인만 강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으로는 "직원들이 와이프에게 보여줬다고 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공정위 직원들도 집에서는 누군가의 가족이지 않나. 물론 영화를 만든 건 국민들께 보여주고 싶었기도 했지만, 우리 직원들이 집에서 자랑스러운 가족이길 원했다. 실제로 한 직원은 가족들이 영화를 본 뒤 공정위가 뭐 하는 곳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물론 제 아내도"라고 웃었다.

후속작이 언제 나올지 묻자 "글쎄"라며 웃었다. 그는 "예산의 한계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공정위를 애정하는 마음으로 후속작을 만들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양벙글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실 조사관(42)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조사관이 총연출을 맡아 지난 2월 쿠팡플레이·왓챠 등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개봉한 장편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vie-빛과 그림자'는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로 쿠팡플레이 기준 최고 3위까지 올랐다. 2024.05.2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양벙글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실 조사관(42)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조사관이 총연출을 맡아 지난 2월 쿠팡플레이·왓챠 등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개봉한 장편영화 '공정하지 못한 자, The Movie-빛과 그림자'는 정부부처에서 만든 최초의 상업영화로 쿠팡플레이 기준 최고 3위까지 올랐다. 2024.05.2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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