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업 조사 전쟁①] 기업은 법원으로, 공정위는 조사국 부활…거세진 힘겨루기

등록 2026.10.03 09:00:00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 출범…중대 사건 한곳에서

한화·쿠팡, 최종 제재 전 조사 단계부터 소송 대응

자료 확보 범위·절차 적법성 놓고 법정 공방 지속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점조사기획단(이하 기획단)을 출범시켰다.

플랫폼 독과점과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민생 담합처럼 여러 법 위반이 얽힌 대형 사건을 한 조직에서 맡아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재계 저승사자'라 불리며 2005년 폐지된 조사국이 21년 만에 사실상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사를 받는 기업들의 대응도 달라졌다. 제재가 결정되기 전부터 법원을 찾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을 어겼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공정위가 어디까지 조사할 수 있는지와 조사 절차가 적법한지를 먼저 다투는 것이다.

7명→40명…대규모·복합사건 한 조직서 본다

3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중점조사기획단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기존 7명 규모의 중점조사팀을 조사 1·2·3과, 약 40명으로 확대한 국 단위 조직으로 2년간 한시 운영된다.

공정위는 1996년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과 내부거래를 집중 조사하는 조사국을 만들었다가 2005년 폐지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기획단은 중대 사건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과거 조사국의 역할을 일부 잇는다.

다루는 범위는 더 넓다. 대기업집단 내부거래뿐 아니라 플랫폼 독과점, 민생 담합, 여러 법 위반이 겹친 사건까지 맡는다.

가령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자사우대, 끼워팔기,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이 한 사건에 얽혀 있다면 기존처럼 소관 부서가 나눠 보는 대신 기획단이 전체 구조를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대기업집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줬는지(사익편취), 계열사를 부당하게 도왔는지(부당지원), 공정위에 내는 계열사 자료를 빠뜨리거나 거짓으로 냈는지를 따로 보지 않는다. 이 행위들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경영권 승계와 연결됐는지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기획단은 과별 담당 분야를 미리 특정하지 않고 사건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첫 사건 역시 민생과 밀접한 사안을 우선 고려해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세종심판정에서 첫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0.0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세종심판정에서 첫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0.01. [email protected]


법원부터 찾는 기업들…조사 권한·절차 놓고 공방

그동안 기업들은 공정위가 과징금 등 제재를 내린 뒤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공정위의 최종 제재가 나오기도 전에 법적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사 과정에서 내려진 명령이나 현장조사 자체가 적법한지를 먼저 법원에 묻고 있다.

한화는 공정위의 내부거래 조사 과정에서 내려진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한화 측은 공정위가 직원 휴대전화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31일까지 정지했다.

공정위는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받았고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자료제출명령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공정위 현장조사를 멈춰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23일 이를 기각했지만 쿠팡이 같은 달 28일 재항고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쿠팡에 조사 방해에 대한 과태료 부과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쿠팡은 반복 위반 사업자가 아니어서 적용될 수 있는 과태료 상한은 1억원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현장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 상황은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를 피할 여지를 줄이도록 내부 규칙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기획단 출범으로 공정위의 조사 인력과 범위가 커진 만큼, 조사 권한이 어디까지 미치는지와 기업의 방어권이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를 둘러싼 공방도 커질 전망이다.

법원이 한화와 쿠팡 사건에서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공정위의 조사 방식과 기업의 대응 방식이 함께 달라질 수 있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21.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2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