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아동성폭행, 어린이 배우들은?…'도가니'

【서울=뉴시스】성형주 기자 = 영화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 '도가니'는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장애아에게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는 22일 개봉한다. [email protected]
초등학교 5학년인 김현수(연두), 정인서(유리), 중학교 1학년인 백승환(민수) 등은 청각 장애를 표현해야 했고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당하는 모습들을 연기해야 했으며 슬퍼하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격한 감정을 온몸으로 드러내야 했다.
아역 배우들의 수준이 아무리 높다 해도 이 영화만큼 어렵고 힘든 작업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영화를 본 사람들의 중평이다. 그만큼 이들 삼총사를 뽑고, 연마하고, 카메라에 담고, 스크린에 풀어놓은 황동혁(40) 감독의 고충도 남달랐다.
황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의 오디션 공지가 나간 뒤 수백 명의 아역 배우들이 몰려 들었다. "먼저 프로필을 보고 이미지에 맞는 친구들만 뽑았다. 그런데도 100명이 넘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 물어보니 그 아이들 부모들 중 자기 아이가 무슨 역할을 하게 되는지 알고 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황 감독은 아역배우, 정확히는 부모들에게 시나리오를 나눠줬다. "자세히 읽어본 뒤 가족과 상의하고 아이와도 얘기하고 오라고 했다. 그러자 그 중 10% 정도 포기했을 뿐 대부분 오디션에 참여했다."
1996년 장선우(59) 감독의 '꽃잎'은 당시 17세였던 여주인공 이정현(31)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논란이 됐다. 하지만 황 감독은 '도가니'을 촬영할 때 아역 배우들을 충분히 배려했다.
"우리 영화는 아동을 상대로 결코 있을 수 없는 폭력을 고발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러니 절대 우를 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됐다. 그래서 (아역 배우의) 부모가 항상 입회한 가운데 촬영했고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했다. 치마를 입을 때는 반바지를 입게 했다. 스태프는 물론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항상 아역 배우들에게 신경 많이 쓰고 돌봐줬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사회고발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의 아역배우 김현수(연두), 정인서(유리),백승환(민수) 등은 주연배우 공유(32), 정유미(28) 못잖은 연기를 펼쳤다. 위로부터 정인서, 백승환, 김현수. [email protected]
황 감독은 이런 반응에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사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강도는 현실의 절반 수준이었고, 영화는 소설의 절반 정도의 강도로 만들었다. 영화를 만들 때 너무 약하게 한다면 사실을 오히려 왜곡하는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소설에 나오는 성폭력 대목들을 영화로 다 보여줄 수 없어서 모두 다루지 못하고 단순하게 만들려고 했고, 세심하게 가려가며 연출했다. 그런데도 그런 반응이 나와 놀랍기도 하고, 그랬나 싶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하다."
황 감독은 자극적이라는 반응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을 다룬 영화는 없었고, 시청각적으로 보이다 보니 세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교장이 연두를 화장실에서 성추행하는 장면에서 아이는 칸막이 안에 있고 교장만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연출했다. 그런데 그 자체가 잔인하다 보니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관객들이 수위를 세게 느끼는 것 같다. 또 편집을 해놓은 걸 보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남게 되는 것 같다."
특히, 교장실에서 자행된 교장의 유리 성폭행 신에 대해 황 감독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털어놓으며 이해를 부탁했다. "교장이 유리의 상의 속으로 손을 넣는 것까지만 찍고 바로 커트했다. 그리고 유리의 배가 노출되는 것은 유리 역을 한 아역배우가 아니라 우리 남자 연출부 중 몸집이 작은 친구가 대역을 했다. 클로즈 업을 해서 찍으면 관객들이 비율을 잘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속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아역 배우들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어두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촬영은 최대한 밝고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계속 발버둥치고 울부짖는 연기를 하다 보니 에너지가 고갈될 정도로 힘들어지더라. 그래도 아이들이 똘똘 뭉쳐서 훌륭히 연기해줬기에 도가니가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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