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승맞은 김보경, 마침내 청순발랄 모드…뮤지컬 '위키드' 글린다

김보경은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주로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다. 사랑에 버림 받고, 아들을 위해 결국 죽음을 택하는 '미스 사이공'의 '킴', 아내 '레베카'의 의문의 사고사 이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를 사랑해 후처 윈터 부인이 되는 '레베카'의 '나'…. 그녀의 말마따나 "비련의 여주인공만 200회 넘게" 했다.
김보경은 "글린다 역에 최종 발탁됐을 때 드디어 제가 입어보고 싶던 옷을 산 느낌이었어요. 제가 원하던 스타일이요"라며 즐거워했다.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위키드'는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가 주인공인 이 뮤지컬에서 두 여주인공의 에너지 소모량이 상당하다.
"글린다는 공연 내내 힐을 신고 있어요. 극이 무대 위에 올라가면 2시간30분만 힐을 신으면 되는데 연습 기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힐을 신고 있어야 하니 힘들죠."
평소 잘 웃는 유쾌한 성격이다. 공연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탓에 글린다의 코믹 연기도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웃겨야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코미디를 해보지 않았으니 여러 생각이 다 들었죠. 그런데 글린다는 순수한 캐릭터 자체에서 웃음이 묻어나거든요. 원래 귀하게 자란 탓에 공주병도 있지만, 매우 따뜻한 인물이죠. 오롯이 느끼는대로 연기하려고 해요."
지난해 첫 내한공연 당시 4개월 남짓 공연하며 관객 23만5000명을 모은 '위키드'의 한국어 버전 초연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을 욕심냈다. 김보경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간 7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글린다 역에 발탁됐다. 오디션 당시 글린다가 극중에서 사용하는 '마술 지팡이'를 만들어 왔을 정도로 애정이 대단했다.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오디션을 포기할 생각이 든 날이었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 오디션 자체를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당일 새벽 2시까지 연습을 하다 잠 들기 전 옷을 챙기고 있는데 냉장고 옆에 있던 대걸레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이것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걸레 부분을 떼고 요술봉을 만들어갔죠. 그랬더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게 진짜 요술봉이 됐어요. 호호호."
글린다 역에는 '아이다' '에비타'의 뮤지컬스타 정선아(29)가 더블캐스팅됐다. 정선아의 글린다는 치어걸 같은 좀 더 씩씩한 면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보경은 좀 더 아기자기하다. 따라서 두 사람의 글린다를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못하는 것이 장점이에요. 저만의 글린다, 선아만의 글린다가 나올 것 같아요."

엘파바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글린다의 '파퓰러' 등 '위키드'의 넘버는 버릴 것 하나 없다. 그러나 그만큼 부르기에 만만치 않은 노래들이다. 성악과 출신으로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자랑함에도 김보경은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노래를 하고 나면, 전력 질주를 한 느낌이거든요. 노래들에 저도 모르게 빠져서 웃고 흥분하고 눈물을 흘리게 해요."
엘파바 역에는 뮤지컬스타 옥주현(33)과 함께 뮤지컬배우 박혜나(31)가 더블캐스팅됐다. 김보경은 연습 기간 주로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박혜나와 마치 엘파바·글린다 사이처럼 금세 친해졌다. '위키드'를 통해 박혜나를 처음 만났는데 "연습이 힘들고 그러면 서로 토닥여준다"면서 "짧은 시간에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무대 위에서도 실제처럼 밝은 김보경을 볼 때가 오고 있다. "킴을 연기할 때는 우울증을 앓기도 했어요. 무대 위에서 킴의 고통을 느낄 때면, 공연이 끝나고 그 울림이 너무 컸거든요. 속상해서 많이 울었죠. 감정에 깊이 파고드는 것이 일상이었고요. 그런데 글린다를 연기하면, 계속 에너지가 넘쳐요. 오랜만에 무대에서 즐기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기회라 셀레요." 킴 역은 김보경에게 뮤지컬배우 경력의 1막을 열어줬다. 글린다가 바통을 이어 받아 2막을 올릴 듯하다.
'위키드'는 11월22일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오프런으로 개막한다. 매력적인 바람둥이 왕자로 엘파바와 사랑을 이어가는 인물 '피에로'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이지훈, '레 미제라블'로 주목 받은 뮤지컬배우 조상웅이 나눠 맡는다. 마법사 오즈는 뮤지컬스타 남경주와 뮤지컬배우 이상준이 담당한다.
음악과 작곡에는 뮤지컬 '가스펠' '피핀'과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이집트의 왕자' 등의 작품으로 3개의 아카데미상과 4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스티븐 슈왈츠, 대본에는 TV드라마 작가로 명성이 높은 위니 홀즈맨이 참여했다. 무대 디자인은 '스위니토드', '위키드' 등으로 토니상을 3차례 수상한 유진 리, 의상은 토니상 의상상을 수상한 수전 힐퍼티가 담당했다.
이번 무대는 영어 외에 세계 7번째 외국어 프로덕션이다. 설앤컴퍼니와 CJ E&M 공연사업부문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다.1577-3363. 6만~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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