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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죽음 통해 인생 논하다…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등록 2015.12.15 23:48:13수정 2016.12.28 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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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유럽 브뤼셀의 수상한 아파트, 그 곳에 괴짜 신(브누와 포엘부르드)이 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 아니다. 천지를 창조하고 지루해서 인간을 골탕먹이기 좋아한다.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소리 지르기 일쑤이며, 폭력도 서슴치 않는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10살 사춘기 소녀 에아(필로 그로인)는 결국 복수를 결심한다. 그가 가장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던 모든 이들의 죽을 날을 문자로 공개해버린다. 순간 세상은 아수라장이 되고, 에아는 집 밖으로 나선다.

 여기에는 예수(다비드 무르기아)의 역할이 컸다. 에아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6명의 사도를 모아야 한다며, 세탁기 탈출법도 알려준다. 아버지 몰래 조각상으로 변장해 숨어 지내던 예수는 여전히 집에 머물고, 집을 탈출한 에아에게 빅토르(마르코 로렌치니)가 새로운 조력자가 되어준다.

【서울=뉴시스】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빅토르는 에아가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기 위해 만난 6명의 사도 이야기를 기록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6명 사도의 남은 수명은 모두 다르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은 인생을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모습은 꽤나 숙연하게 다가온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감독 자코 반 도마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갖고 있는 두려움인 '죽음'을 아주 독특하게 풀어냈다.

【서울=뉴시스】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이 작품은 '사람은 언젠가 다 죽는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사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죽는 날짜를 정확히 모른다.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공동 극작가 토마스 귄지스와 함께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완벽하고 선한 이미지의 '신'을 고집불통의 괴짜 신으로 그리고, '죽음'을 모티브로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창조해냈다. 발칙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됐을 때의 사람들 모습을 담았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했던 순간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뉴시스】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오늘 하루를 더 열심히 살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언제 죽는지를 모른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자신이 죽는 날짜를 미리 알게 된다면 삶이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꾸밈없이 드러낸 데 있다. 감독은 괴짜 신으로 나오는 주인공 마저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선악의 대립 구도나 아버지와 딸의 갈등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인물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뉴시스】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사실 극 중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감독은 이 평범한 인간들의 인생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여기에 세계적인 작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 까지 넣어 그 끝이 어떻게 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배우들이 명연기와 멋진 호흡으로 러닝타임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음악 역시 섬세한 미장센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인생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철학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24일 개봉, 115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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