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인원 자살]신동빈 가신그룹 '쑥대밭'…대대적 세대교체 불가피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 핵심 수뇌부 사장단에도 검찰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 신동빈(왼쪽부터) 롯데그룹 회장, 소진세 롯데그룹정책본부 대회협력단장(총괄사장),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email protected]
이에 따라 신격호 총괄 회장을 위시한 롯데그룹 1세대 실세들의 퇴장과 함께 그룹 최 고위층들에 대한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6일 롯데그룹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더불어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은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 당시 이후 '신동빈의 남자들'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컸다. 이 때문에 비교적 고령임에도 불구, 이들이 당분간 그룹 실세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미 노병용 대표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와 별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 검찰에 구속된데다 소 총괄사장과 황 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대대적 인사교체가 불가피할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은 그룹 내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던 이들 핵심 CEO들이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이번 수사에서 칼날을 피해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 회장에게도 엄청난 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 측은 2017년 정기임원 인사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한다는 '11월 인사설'과 관련해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상적인 일정과 계획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고 지금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조기 인사 계획은 없다"며 여러번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측은 인사 계획이 없다고 여러번 밝혔지만 이 부회장의 자살로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내부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 시선 때문에라도 인사 파트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신 회장이 그들에 대한 신임은 여전하겠지만 그룹 전체의 이미지 때문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신 회장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신그룹들이 자진해서 용퇴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우선 이번 수사의 핵심 '키맨'으로 꼽혔던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키운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경영권 분쟁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서 신동빈 회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를 나온 소 사장은 2010년부터 롯데슈퍼와 함께 코리아세븐(편의점)의 겸임 대표를 맡으며 취임 초기 52개였던 롯데슈퍼를 350개 이상으로, 2200여개였던 편의점을 7200여개 이상으로 각각 6배, 3배 이상 성장시키며 빼어난 수완을 보였다.
그러다 편의접 갑을 논란이 불거진 2013년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해 2014년 1월 인사때 롯데슈퍼·코리아세븐 대표를 대외업무 담당 총괄 사장으로 보임이 변경되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한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소 사장은 같은 해 불과 7개월 만에 대외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된 그룹 정책본부 내에 '대외협력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이후 홍보·사회적책임(CSR)·브랜드경영 등을 담당하던 기존의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 업무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외업무 지원을 맡고 있다.
한번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 적이 있는터라 자신이 맡고 있는 롯데그룹의 사회공헌과 이미지 제고 등에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인수합병(M&A)전문가이자 롯데의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황각규 사장은 1990년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했을 당시 부장으로 신 회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일본에서 건너올 당시 한국어가 서툴던 신 회장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업무를 보고해 친밀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 회장이 경영의 큰 줄기를 잡아가며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주도할수 있었던 배경엔 M&A를 진두지휘하는 황 사장이 조력자로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또 다른 신동빈의 남자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와 별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10일 검찰에 구속됐다.
노 사장은 2014년 말 정기인사때 롯데월드몰 운영과 올 연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총괄하는 계열사 롯데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 대표는 지난 2007년 롯데마트 대표로 취임한 이후 8년 간 유통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특히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노 사장이 신 회장 대신 국회에 출두하면서 다시 한 번 '역시 최측근'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그룹 서열 최고위급 CEO이자 유통분야 최장수 CEO 중의 한명인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을 롯데물산 대표로 임명했던 것은 그동안 제2롯데월드몰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노 사장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정점에 오를 당시 롯데그룹 사장단을 움직여 신 회장 공개 지지에 나서기도 했다. 노 사장은 나름 성공적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마무리 짓고 다시 그룹 핵심으로 복귀할 포부를 다졌겠지만, 가습기 살균제 건으로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낀 것이다.
노 사장은 대구고 9회 동기 동창 소진세 총괄사장과 그룹 내에서 '라이벌'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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