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탈의실 몰카 수영선수들 '무죄'…법원 "증거불충분"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부장판사는 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정모(25)씨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 등은 2009~2014년 경기체육고등학교와 진천선수촌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만년필 형태 카메라를 설치, 여자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수차례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동영상을 본 지인이 수사기관에 알리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동영상 원본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동영상을 본 다수의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씨 등을 기소했다.
정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가담하지 않았다", "범행이 이뤄질 당시 경기체고에 입학하지도 않은 시기여서 가담이 불가능했다"는 등 혐의를 부인해왔다.
반 부장판사는 혐의를 부인해 온 선수 4명에 대해 "피고인들이 정씨가 자백한 범죄 사실의 공동정범이 되려면 분업적인 역할 분담이나 기능적 행위 지배 등이 증명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자백한 정씨의 진술도 수차례 뒤바뀌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체육관 등엔 선수들 외에도 지나는 사람이 다수였고, 특히 여자 탈의실 옆에는 화장실도 있어 수시로 출입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남자인 피고인들이 어떻게 카메라를 설치하고 망을 봤는지 선뜻 납득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조차 '박모씨 등 2명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머지는 망을 봤다'고 쓰여 있는 등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 부장판사는 범행을 자백한 정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하면서 "여자 탈의실에서 찍은 동영상을 봤다는 사람은 있지만, 그 동영상이 언제 어디서 찍은 동영상인지 알 수 없다"며 "자백을 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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