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연 ‘봄이 온다’...’그 겨울의 찻집~총 맞은 것처럼’ 등 선곡 윤곽
【서울=뉴시스】 평양에서 공연하는 남한예술단 가수들. 2018.03.25.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 공식 타이틀은 '봄이 온다'로 정해졌다. 이번 무대에서는 가수들의 개별 무대 뿐 아니라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추진되고 있다고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25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번 남한예술단에 포함된 가수들은 이미 자신들의 히트곡을 비롯한 예상 선곡표를 윤상 음악감독을 비롯한 실무단에 전달했다. 전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남한예술단 공연 사전점검단이 북한과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만큼 이날 또는 이튿날 중으로 세트리스트 구성이 대략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남한예술단은 28일 합동연습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애창곡 울려퍼질 듯
3시간 안팎으로 예상되는 남한예술단의 단독공연에서 가수들은 각자 적게는 2~3곡, 많게는 4~5곡을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 조용필·최진희·이선희 YB 등 이미 1~2차례 평양을 방문한 가수들은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던 곡들 위주로 선곡을 할 예정이다. 특히 현지 주민들에게도 인기를 누렸던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 애창곡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김 전 국방위원장이 남한 가요에 애착이 많은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용필이 우선 부를 곡목 중 가장 유력한 건 '그 겨울의 찻집'. 김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유명하다. 조용필이 지난 2005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을 당시 큰 호응을 얻은 곡이자,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는데 제격인 '친구여'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못찾겠다 꾀꼬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등 평양에서 울려퍼졌던 그의 히트곡도 유력 선곡 리스트다.
거물급 가수인 조용필은 이번 단독공연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가능성이 크다. 평양 단독 콘서트의 피날레 곡으로 북한 관객 대다수가 따라 부른 '홀로 아리랑', 조용필이 2003년 발표한 18집 '오버 더 레인보' 수록곡으로, 기존 아리랑에서 한반 더 나아가 희망을 노래한 ‘꿈의 아리랑'이 마지막에 울려 퍼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 조용필, 가수 2018.03.20. (사진 =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최진희는 북한의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랑의 미로'를 부를 것으로 확실시 된다. 김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진희는 'MBC 평양 특별공연'에서 이 곡을 불렀었다.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 외에 '물보라' '우리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지난 2003년 평양에서 진행된 SBS 통일 음악회 무대에서 '아름다운 강산', 'J에게' 등을 불러 호응을 얻은 이선희도 비슷한 선곡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도현밴드로 활약하던 당시인 2002년 'MBC 평양 특별공연'을 통해 평양에서 공연을 한 'YB'는 북한에서 부를 한곡을 미리 공개했다. 윤도현은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만든 YB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곡 중에서 이번엔 '1178'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썼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를 뜻한다.
백지영·정인·알리 등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디바 3인방의 선곡도 관심이다. 특히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 젊은 층에서 가장 많이 불린 곡이라는 증언이 앞서 나왔다.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가사와 달리, 애절한 멜로디와 가사에 감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통 발라드에 강점인 백지영과 달리 R&B에 특화된 정인과 알리는 기교를 보여줄 수 있는 곡 위주로 선곡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최진희, 가수 2018.03.20.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해 "북한에서 공연하는 남한예술단 중 '역대급'이라 할 만한 리스트"라면서 "굉장히 장르와 연령대가 다양하다. 북한 사람들이 이번 공연을 관람한다면, 한국의 K팝 한류의 흐름을 한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합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선곡
평양 두 번째 공연은 합동공연 위주가 될 거라 일찌감치 예상됐다. 지난달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에서는 두 번째 공연인 국립극장 무대에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깜짝 등장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는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뉴시스】 레드벨벳, 그룹. 2017.11.19. (사진 = SM 제공) [email protected]
역시 김 전 국방위원장이 좋아한 곡들 위주로 선곡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남한예술단에 함께 하지는 않지만, 나훈아의 '갈무리',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등 김 전 위원장이 애청한 곡들이 세트리스트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 대중가요에서 희망적인 노랫말이 담긴 곡들을 부를 수도 있다. 알리 소속사 쥬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일단 선곡 리스트로 김추자의 '무인도',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제출했다"며 "실무단에서 협의 후 이번 주 내로 연락을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무인도'는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사람" 등의 노랫말이 담겼다.
이번에 평양에서 처음 공연하는 백지영·정인·알리는 남북합동 공연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내에서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가수들이다. 특히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발라드와 R&B 등 감수성 어린 곡들을 소화할 수 있어 북한의 연주자들과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현송월단장이 이끈 삼지연관현악단의 지난달 서울 국립극장 공연에서 깜짝 등장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같이 부른 서현은 이번에도 북한 예술단과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의 가야금 명인 황병기와 북한 작곡가 성동춘이 공동작곡한 곡으로, 19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에서 초연한 '통일의 길'도 언급된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협업의 구체적인 형태다. 이번 남한예술단은 대중음악 위주라,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편성의 협업은 사실상 힘들다.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조율도 필요하다.
【서울=뉴시스】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8.02.11. [email protected]
윤상 음악감독은 "첫날은 우리측 공연으로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두 번째 공연은 아무래도 북측과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이뤄지다 보니까 아티스트들의 편의를 정말 많이 살펴서 진행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음악적인 것은 윤상 감독이 책임지고 있지만, 공연 제목과 구성 등에 있어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기여도도 관심을 끈다. 공연기획자 출신인 그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행사 구성을 도맡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시작 전 회견장 내 대중음악을 울려 퍼지게 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성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 때 선곡됐던 정인과 윤종신의 '오르막길'은 이번에 정인이 함께 하는 만큼 역시 남한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도 유력 후보곡이다. 사회자로는 MC 김제동 등이 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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