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지점 차린 증권사] "점포에 파리만 날려요"…디지털화에 생존경쟁
증권사 국내 지점 수, 작년 말 1000개 붕괴
온라인펀드 순자산액, 올 2월 말 10조 돌파
(자료: 금융투자협회)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 디지털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실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제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55곳의 국내 지점 수는 지난해 말 979개로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천(千)선이 무너졌다. 증권사 국내 지점 수는 연말 기준으로 2010년(1790개)로 정점을 찍고 감소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렇게 증권사 지점이 줄어드는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주식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개인영업(WM)을 위해 점포 대형화와 서비스 고도화로 대응하려고 하지만 과거처럼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기 위해 지점까지 오는 수고를 감수하려는 고개들은 날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지점에 가지 않아도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 계좌 개설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반응도 뜨겁다. 실제 삼성증권이 지난 1월 말 '주식거래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시작한 결과 두 달도 안 된 지난 6일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3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삼성증권은 앞으로도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이 지점 방문 없이도 투자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관리 플랫폼을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다.
공모 펀드 시장은 불황임에도 온라인펀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도 증권업계가 빠르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금투협에 따르면 온라인펀드 규모는 지난달 말 10조1742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말의 8조9014억원과 견줘 두 달 새 14.3% 늘었다. 또 올 2016년 말의 3조3301억원에 비해 2년여 만에 3.1배로 뛰었다.
온라인에 익숙한 투자자들이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서 펀드를 구매하는 것보다 판매와 운용 수수료가 저렴하고 가입 절차도 간편한 인터넷 펀드 장터로 몰려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점포에 가 보면 고객은 없고 파리만 날리는 상황에서 대면 영업은 펼칠 수 없어 비대면 채널을 통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잠재 고객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온라인으로 각종 수수료 혜택·경품, 디지털 콘텐츠를 가지고 찾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연초 증권사 수장들도 한목소리로 '디지털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하며 디지털전담팀 및 태스크포스팀 조직, 챗봇 서비스 개시, IT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핀테크 서비스 출시 등의 계획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울러 핀테크 기업들의 은행, 증권, 보험 등 시장을 향한 공세도 증권사들이 디지털 경쟁력에 진력을 쏟게 하는 이유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토스'를 운용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 상반기 중 직접 증권사를 설립하고 보험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토스는 2015년 2월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후 누적 가입자 수가 지난해 11월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이 기세를 이어 증권업계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고객은 어느 금융업계의 고객보다 재테크에 적극적"이라며 "이들의 투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유튜브 동영상 제작까지 나서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생존경쟁에 빠르게 뛰어들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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