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일본여행 취소-불매운동 '전방위 확산'
정치·경제·교육·문화계 "여행 백지화, 교류 중단"
일부 고교, 서울 수요집회 참가, 3대 실천안 제시
"위약금 적지 않지만" 페북 등 SNS 인증 잇따라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놓고 '치졸한 경제 보복'이라는 국민적 반발이 일면서 광주·전남에서도 24일 일본 여행 중단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19.07.24 (사진=뉴시스DB)[email protected]
정치권과 경제계는 물론 일선 학교와 문화계 유명 인사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집단행동 등을 통해 이같은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24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전남상인연합회는 25일 전남도청 앞에서 일본상품 판매중단과 불매운동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메이드 인 재팬'이나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체들의 제품은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운동이다.
전남상인연합회 소속 전통시장은 67개로 회원과 가족수는 7만여명에 이른다. 한승주 전남상인연합회장은 "일본의 경제 제재에 맞서 일본제품 판매 중단과 불매운동에 전통시장도 적극 동참해 나라사랑을 실천하고자 선포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곡성 석곡농협은 일본 여행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쌀을 주는 이벤트를 펼쳐 화제다. 농협 측은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일본여행비 100만원 이상 계약자(1인 기준) 중 계약취소한 사람을 19∼23일 하루 100명씩 선정, 유기농 브랜드쌀 백세미 10㎏씩을 드리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국민들의 동참 열기가 뜨거워지자 석곡농협은 당초 23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신청 접수를 오는 25일까지 이틀 연장했다. 호응이 지속할 경우 오는 29일부터 2차로 접수, 300∼500포대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민주당 소속 일부 시·구의원들의 일본연수를 전면 취소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국민적 분노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으로의 연수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일본의 보복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의원들의 일본 연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똥은 교육현장으로도 번져 청소년 교류가 줄줄이 중단 또는 취소되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일본 나고야소송지원단, 도야마호쿠리쿠연락회 등과 손잡고 당초 26일부터 8월2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광주지역 고교 1, 2학년생 중 서류, 면접심사를 통과한 24명을 대상으로 평화교류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전면 백지화했다.
광주 모 고등학교 등 일부 학교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으로 예정했던 일본 현지 학교방문과 문화교류 행사의 최소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중이다.
전남에서는 B초교와 D초교, N고 등 초·중·고 통틀어 10개 안팎의 학교가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하거나 보류하고 이 중 상당수 학교는 방문지역을 중국 상하이 등으로 변경한 상태다. 한일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장기화될 조짐도 보여 대일(對日) 교류행사를 백지화하거나 행선지를 변경하는 학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요즘 한일 무역전쟁으로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학부모들의 염려도 커 당초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광덕고와 광주일고는 학생회 논의를 거쳐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공개 선언했다.
서은상 광주일고 학생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학생회에서 논의한 결과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했다"며 "무역전쟁이 끝날 때까지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일고 역사동아리 학생 20여 명은 이날부터 1박2일동안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등 우리역사 바로 알기와 평화통일 기원 역사기행을 실시키로 했다.광덕고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본학용품보다 국산 구입, 일본음식보다 한국음식 먹기와 부모님에게 적극 알리기, 태극기 상설전시관 수시 방문 등을 실천사항으로 제시했다.
SNS 인증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일본 미술관 여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태프가 10명 있는데 상반기에 너무 수고해서 5박6일 오사카, 동경, 나오시마 여행을 떠나려 했는데 스태프들이 먼저 '여행을 취소하자'고 해 그렇게 했다. 참 기분 좋았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이제는 불매운동도 하자고 하네요"라며 글 아래로 20여개 일본 대표 자동차, 의료, 신발, 음료업체의 로고들을 나열했다.
김정수 광주평화재단 상임대표도 페북 인증에 동참했다. 그는 "일본여행 취소. 위약금 70만원은 적잖은 돈이지만, 식구들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가족여행을 준비한 딸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투어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일본여행 신규 예약 건수는 전국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반일(反日) 감정이 격화되면서 편의점과 대형 마트의 일본 맥주와 일본 의류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매출도 20% 이상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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