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경제위기③]기업 규제 혁파·공공 혁신 속도…저성장 극복 묘수될까
세제 개편안 확정…법인세 6.8조 감면 효과
'경제규제TF'서 86개 과제 공개…1.8조 투자
조직·인력 감축 등 공공기관 강력한 개혁 예고
추경호 "양질의 민간 일자리로 민생·경제 회생"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09.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덜 쓰고 덜 걷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재정 긴축 기조가 담겼고, 같은 날 최종 확정된 세제 개편안에는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이 골자를 이뤘다.
기업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는 동시에 규제 혁파도 추진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버는 돈이 늘어날 것이고, 이러면 정부에 내는 세금은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부문의 경우 600조원에 달하는 빚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 혁신을 예고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일자리를 줄이고 임직원 보수 체계도 성과 중심으로 바꾼다. 그간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내실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얼마 전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 따른 감세 효과는 약 1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법인세 감세 효과는 6조8000억원으로 소득세(2조5000억원), 증권거래세(1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1조7000억원)에 비해 비중이 크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효과다. 최고세율 인하는 일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과세표준 구간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5억원까지 10%의 특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시장경제 활성화와 친기업 기조가 반영된 세제 개편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출범부터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겠다고 말해왔다. 이 과정에서 세제가 과도한 규제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문재인 정부에서 올렸다.
기업에 대한 과세 체계 정비와 함께 짝을 이뤄 추진되는 것이 규제 혁신이다. 이를 위해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이 TF의 팀장은 경제 부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으로 맡는다. 또한 민간 주도로 규제를 찾아 없애겠다는 취지에 맞춰 민간위원(12명)도 정부위원(11명)보다 많게 구성했다.
지난 7월에는 조선소 로봇 규제 등 50개 규제 개선 추진 과제를 발굴했고, 최근 36개 과제를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1조80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추정치도 내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TF 회의에서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행태를 지속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며 "재정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아닌 규제 혁신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21일 처음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동안 과도하게 높아진 세 부담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2023~2026년 4년간 세수가 총 13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는 민간 기업에 지우는 부담은 최대한 덜어주겠다고 했지만, 공공기관에는 강력한 개혁을 예고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6월21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방향'을 발제하면서 "파티는 끝났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연이어 마련했다.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기관을 재편하고 조직·인력 감축, 인건비 10% 이상 절감, 과도한 복리후생 조정, 불요불급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만큼 재무 구조가 악화된 탓이다. 지난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83조원으로 2016년 말(499조4000억원)과 비교해 16.7% 늘었다.
다만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당장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감세는 '양날의 칼'이다. 감세를 통해 소비나 투자 여력이 생기면 효과가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다"며 "이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어떤 변수를 통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다 보니 정치적인 논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수와 분수라는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는 건 좋았지만, 이를 투자나 고용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설계해 명분을 갖췄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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