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이자가 더 부담"…금리 상승에 '월세시대' 뚜렷[뜨는 월세, 지는 전세①]
올해 사상 처음으로 서울 월세 비율 절반 넘겨
추가 금리 인상 불가피…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며 전·월세 매물이 증가하고 신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2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2.08.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잇단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임대차 시장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 부동산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고, 월세통합 가격지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높아진 금리에 대출이 부담스러운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등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부동산 경기 침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자 부담 증가와 깡통전세 우려 등으로 월세 수요가 급등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건수는 9월 둘째 주 기준 11만9536건, 전세는 10만655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52.87%가 월세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전세를 넘어선 것은 올해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에 월세가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45.96%를 차지했고, 이후 3월(49.58%)까지 비중은 올랐다. 4월부터는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더니, 5월 57.78%, 6월 50.27%, 7월 50.40%를 기록했다.
월세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09% 상승한 수치다. 특히 2019년 8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세 이어가며 최근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전셋값 약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6% 하락했다. 이는 전주(-0.12%)보다 하락 폭을 키운 것으로, 2019년 2월 25일(-0.17%) 조사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이다. 또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지수는 12일 기준 85.6으로, 2019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의 비중이 2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8월 직방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13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차인 중 월세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42.6%, 전세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57.4%로 집계됐다.
여전히 전세 선호도가 높으나, 2년 전과 비교하면 월세 선호도가 급등했다. 직방이 2020년 10월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 월세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17.9%에 불과했다.
임차인을 전세 임차인과 월세 임차인으로 나눠 살펴보더라도 전세 임차인임에도 불구하고 월세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2년 전 1.8%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14.6%로 늘었다. 특히 월세 임차인의 경우 월세 선호 답변은 2년 전 34.0%에서 올해 62.1%로 과반을 넘어섰다.
임차인들이 월세 선호 이유로 '목돈 부담이 적다'(40.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전세금반환 등 목돈이 떼일 부담이 적다'(20.7%),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13.55%)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로 당분간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를 찾고 있다"며 "집값 하락으로 인해 깡통전세 등 전셋값을 못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월세 선호 현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무주택 세입자들은 급등한 전셋값에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나 매매 시장은 위축된 반면, 월세 선호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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