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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트레인·자라섬 재즈, 남녀노소 아우른 비결

등록 2022.10.03 16: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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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정상 개최'한 지역 음악축제…성공적

탄탄한 라인업으로 페스티벌 본질 추구

[서울=뉴시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2' 현장. 2022.10.03. (사진= 피스트레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2' 현장. 2022.10.03. (사진= 피스트레인 사무국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철원·가평=뉴시스]이재훈 기자 = "와~ 예쁘다!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는 것만으로도 참 좋네요. 하하."

지난 1일 오후 강원 철원군 고석정 인근 카페에 20대들이 나란히 들어오자 주인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2018년 음악 축제가 시작한 뒤 이 시기만 되면 젊은 사람들이 잔뜩 와서 좋아요. 지난 2년은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음악 축제가 다시 시작하니 지역도 활기를 띠고…. 음악은 잘 모르지만 듣기에도 좋고. 전혀~ 시끄럽지 않아요."

3년 만에 돌아온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은 젊은 그 자체였다. '희로애락앤롤' '락페가 장난이야' 등이라고 적힌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음악 팬들은 마음껏 다양한 장르를 즐겼다. 

2018년 시작한 '피스트레인'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음악 축제다. 분단선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평화 지향, '노 헤드라이너(NO Head Liner)' 정책에 따른 비상업성 그리고 저렴한 티켓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부지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탄강 유역의 고석정(孤石亭)은 철원의 대표적인 관광지. 신라 진평왕, 고려 충숙왕이 노닐던 곳으로 알려졌는데 그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이곳 바로 옆에서 열리는 피스트레인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다른 곳만큼 잔디밭이 넓지 않지만, 부지 안에 작은 연못·숲 등이 조성돼 있어 돗자리를 깔기에 아늑하다. 메인 객석 경관도 헤치지 않아 깔끔하다.
[서울=뉴시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2' 현장. 2022.10.03. (사진= 피스트레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2' 현장. 2022.10.03. (사진= 피스트레인 사무국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철원군민은 무료 참여가 가능해 중장년 관객들도 꽤 많다. 이날 윤수일 밴드가 '황홀한 고백' '아파트'를 부를 때 남녀노소가 어깨동무를 하고 합창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라인업도 탄탄했다. 첫날 펑크 록 밴드 '소음발광'의 강렬한 록 사운드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광기를 분출하게 했다. 최근 페스티벌계에서 가장 핫한 팀으로 종묘제례악·남창가곡을 재해석하는 얼트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는 우리 음악이 이렇게 근사하게 세련된 음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걸 재확인시켰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파라솔' 베이스 지윤해·'장기하와 얼굴들' 드러머 전일준·밴드 '혁오' 기타리스트 임현제가 뭉친 '봉제인간'은 거칠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줬다.

얼터너티브 K팝 그룹 '바밍타이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신 록밴드 '스타크롤러(Starcrawler)'의 에너지는 다소 쌀쌀해진 초가을밤의 한기를 멀찌감치 쫓아냈다.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거주하며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언더그라운드 신(scene)의 대표 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프로듀서 겸 DJ 마키마쿡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개러지록 혼성 듀오 밴딧 밴딧(Bandit Bandit) 그리고 국내 팀들인 효도앤베이스, CHS, 이랑, 카더가든도 제몫을 했다.

피스트레인의 또 다른 장점은 체급별로 다른 무대가 여러 개 있는 게 아닌, 같은 규모의 무대가 양옆으로 붙어 있다는 것. 다른 공연을 보겠다며 해당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 뮤지션의 공연이 끝나면 옆 뮤지션의 공연이 바로 시작되니 공백 없이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다른 뮤지션의 공연이 시작될 때 축제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기차 소리로 시작한다는 것도 아기자기한 재미다.
[서울=뉴시스] '제19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조이 알렉산더 트리오. 2022.10.03. (사진= 자라섬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19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조이 알렉산더 트리오. 2022.10.03. (사진= 자라섬 사무국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2일 오후 찾은 '제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역시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가운데 들뜬 분위기가 가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작년엔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작년엔 2000명만 현장 관람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올해 경기 가평 자라섬의 쾌적한 환경은 여전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려 생기가 감돌았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역시 피스트레인처럼 남녀노소 관객을 아우르는 장점이 있다. 화려한 라인업의 유료 공연뿐만 아니라 무료 공연 라인업도 알차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은데 이날은 인파가 몰려 아이와 부모가 잠시 헤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다행히 곳곳에 안내요원과 경찰이 배치돼 쉽게 가족이 다시 만났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 객석에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박수가 나오는 것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다정한 풍경이다.
[서울=뉴시스] '제19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현장. 2022.10.03. (사진= 자라섬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19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현장. 2022.10.03. (사진= 자라섬 사무국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메인 무대 포문은 이스라엘 출신 에스터 라다가 열었다. 재즈뿐만 아니라 펑크, 아프로비트(afrobeats) 리듬이 섞인 그녀의 음악은 그루브가 넘쳤다.

라다 무대 이후 빗방울이 꽤 많이 떨어졌지만 객석을 벗어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고즈넉한 운치가 더해졌다. 색소포니스트 대니얼 자미르와 이스라엘 기반의 피아노 트리오 '샬로시'가 함께 빚어낸 근사한 음악이 초가을 비가 내리는 밤을 더욱 적셨다. 네 대의 피아노가 함께 한 피아노 포르테는 피아노 네 대로 역동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특히 '그래미 어워즈' 최연소 후보로 지명돼 '재즈 신동'으로 통했던 조이 알렉산더는 자신의 트리오로, 이제 명실상부 재즈 리더가 됐다는 걸 증명했다. 알렉산더는 이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공연했다. 그는 내한 전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저를 원하는대로 부를 수 있지만, 음악은 그 자체로 말한다"고 강조했다.

1회부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이끈 인재진 총감독은 내년 20회를 앞두고 올해 다양한 고민을 했다고 했는데, 그런 흔적이 여실히 묻어난 축제였다. 반려동물 동반석을 이용하는 관객이 꽤 많았고, 확장현실(XR)을 통한 공연장 내 메타버스 환경 역시 이번에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2일, 3일까지 각각 열린 피스트레인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코로나19를 겪은 지역 페스티벌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음악 축제의 전범이다. 지역과 상생을 추구하면서도 음악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지극히 기본적인 것에 대해 충실했기 때문이다. 최근 MZ세대에서 유행한 시티팝의 선구자 격인 윤수일·김현철을 각각 내세운 라인업도 현명했다. 야외 음악 공연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 방침이 해제된 이후 첫 주말에 펼쳐진 음악 축제들인데, 별 탈 없이 안전하게 행사를 치른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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