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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견 건설사 잇단 서울행…침체 장기화에 ‘수익성 탈출구’

등록 2025.12.25 09:20:00수정 2025.12.25 09: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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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건설경기 침체·미분양 증가…재무건정성 위기 심각

중견 건설업계 수도권 '소규모 정비사업' 새 활로 모색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수도권 소규모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어요."

지난 24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을 묻는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미분양과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방의 거점을 둔 중견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은 일반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비해 수익이 적지만,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고 위험도도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지방을 거점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서울행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누적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행보라는 게 중견건설업계의 설명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 온 중흥건설마저 서울로 본사 핵심 조직을 옮긴다. 본사는 광주에 그대로 있지만, 핵심 의사결정과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 서울로 이전한다. 서울 사무소는 중흥건설그룹의 계열사 대우건설이 위치한 을지트윈타워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가장 처음 서울 서초동으로 본사를 옮긴 호반건설과 성남시 분당으로 간 우미건설에 이어 제일건설 등도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여는 등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중견건설사들이 수도권으로 본사나 핵심 조직을 이전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와 인구 감소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방을 떠나 서울로 상경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광주 인구는 올해 139만명대로 내려앉으며 21년 만에 14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감소율은 전국 최고 수준인 반면 가구수 증가율은 최하위권이다.

지방 주택시장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5만4764가구로 전년 동기간(18만2373가구)보다 15.1% 감소했다. 특히 지방의 분양 물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수도권 분양물량은 9만415호가구, 전년 동기 대비 9.1% 줄어든데 비해, 지방은 동기간 8만2898가구에서 6만4349가구로 22.4% 급감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분양 물량은 예년보다 감소했지만, 미분양 주택은 되레 증가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3.5% 증가한 6만9069가구로, 전년 동월(6만5836호) 대비 4.9% 늘었다. 지방 미분양 주택도 전월 대비 0.2% 증가한 5만1518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주택은 올해 중순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8월 말 기준 전월 대비 7.0% 증가한 6만6613가구를 기록한 뒤 석 달 연속(9월 6만6762가구·10월 6만9069가구) 증가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가구로 2013년 1월(2만8248가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의 84.5%는 지방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서울 및 수도권 진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견건설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건설경기가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건설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진출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수규모 정비사업 등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 중견건설사들이 수도권을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라며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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