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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않겠다"…70년 역사 용주골 직접 가보니[출동!인턴]

등록 2026.09.27 08:00:00수정 2026.09.27 08:03:16

70년 막 내린 성매매 집결지…곳곳 철거 흔적

업주·종사자, 생계 대책 놓고 파주시와 이견

[파주=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지난 7일 경기 파주시 용주골로 알려진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 내 철거된 건물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지난 7일 경기 파주시 용주골로 알려진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 내 철거된 건물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우은식 기자,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예전엔 아가씨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굿 하러 많이 왔지. 근데 이젠 다 가고 몇 안 남았어. 동네가 쑥대밭이 됐잖아.”

지난 7일 찾은 경기 파주시의 ‘용주골’로 알려진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인적이 끊긴 골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수십 년간 이곳에서 점집을 운영해온 A씨는 성매매 집결지의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A씨의 말처럼 골목을 오가는 사람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한산한 골목길에 건물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사이에는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문 앞에는 수취인을 찾지 못한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본 내부에는 셔츠, 일회용 칫솔, 인형 등 각종 물건과 생활용품이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이 떠난 뒤 미처 치우지 못한 듯한 모습 그대로였다.
[파주=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대추벌 성매매 업소 안 바닥에 생활용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 = 대추벌 성매매 업소 안 바닥에 생활용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골목 안쪽으로 향할수록 철거 흔적은 더욱 선명해졌다. 온전한 형태를 잃은 건물이 하나둘 나타났다.

벽 일부가 뜯긴 건물은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누런 매트리스와 미처 처리하지 못한 듯한 김치냉장고, 구형 모델의 텔레비전도 건물 안팎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남아 있는 건물 한 곳에 들어가 봤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작은 방들이 복도를 따라 이어졌다. 한때 성매매가 이뤄진 공간으로 추정된다.

문마다 여성범죄를 경고하는 경찰의 경고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좁고 어두운 내부에는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듯 적막감이 감돌았다.
 [파주=뉴시스]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 내 한 건물 2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성매매 장소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나온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 내 한 건물 2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성매매 장소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나온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폐쇄 수순 밟는 대추벌

골목 끝 큰길로 들어서니 ‘성매매 집결지 합동거점시설’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 보였다. 건물 외벽에는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파주시는 2023년부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본격 추진했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공간을 없애기 위해 실제 성매매에 쓰였던 건물을 매입하고 위반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올해 7월까지 집결지 내 핵심 건물 16동을 매입하고 위반건축물 36동에 대해 16차례 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파주=뉴시스]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대추벌 골목에 마련된 ‘성매매 집결지 합동거점시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대추벌 골목에 마련된 ‘성매매 집결지 합동거점시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고 지난 3일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 업주와 종사자 20여 명은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영구 중단을 공개 선언했다.

이전에는 영업 중지와 임시 영업을 반복하며 간간이 생계를 이어왔지만, 집결지가 본격적으로 철거되면서 불가피한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에는 관계자 한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묻자 관계자 B씨는 “집결지 주변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주민들 대상으로 교육 업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 옆에는 교육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었지만 불은 꺼져 있었다.

파주시는 해당 건물을 2023년 매입해 순찰 및 방범 활동, 교육 시설 등이 이뤄지는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파주=뉴시스] 지난 3일 파주시청 앞에서 열린 ‘파주 연풍리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업주∙종사자, 성매매 영구 중단 및 자발적 폐쇄 선언 기자회견’ (제공=대추벌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대표 별이).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지난 3일 파주시청 앞에서 열린 ‘파주 연풍리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업주∙종사자, 성매매 영구 중단 및 자발적 폐쇄 선언 기자회견’ (제공=대추벌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대표 별이).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생계 대책 놓고 파주시와 이견

앞선 성매매 영구중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마을 이장과 업주 대표를 한 가게에서 만났다.

이들은 선언과 함께 파주시에 생계 유지 수단이 담긴 상생안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건물의 용도를 변경해 음식점이나 카페, 다방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시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마을 이장 C씨는 “4년간 시로부터 압박을 받아 영업을 못해 월세나 수도세도 못낸 이들이 많다”며 “하다못해 시에서 식당이나 포장마차라도 마련할 수 있게 해줬으면 싶지만 돌아오는 건 (시에서 주최하는) 공론장에서 말하라는 답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이 공론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참여일 뿐 대추벌 전체 업주와 종사자, 주민들의 의견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파주시는 이번 달까지 공론장 준비기간을 거쳐 다음 달 준비위원 구성하고, 12월 시민 배심원 등을 이룬 뒤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된 의제는 이해관계자나 당사자들의 생활 전환, 직결지 공간 전환이다.

파주시 여성가족과 성매매집결지정비TF팀 관계자는 “공론장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일부 업주와 종사자들과 개별적인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면서도 “이들의 의견은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쥬=뉴시스]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철거된 대추벌 성매매 업소 안에 기존 종사자 것으로 보이는 구두가 놓여 있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파쥬=뉴시스]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철거된 대추벌 성매매 업소 안에 기존 종사자 것으로 보이는 구두가 놓여 있다. 2026.09.22. *재판매 및 DB 금지


대추벌에 남은 과제는

대추벌에는 현재 20여 명의 종사자가 남아 있다. 이곳에 4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업주 D(71)씨는 “몇몇 종사자들은 타 지역에 일자리를 얻어 간간이 짐을 챙기기 위해 대추벌에 들린다”며 “몇일에 한번씩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거나 잠만 자고 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어디로 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성매매 영업이 아직 활발한 원주와 평택, 동두천 등으로 갔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경우 종사자들이 다른 지역이나 다른 형태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70여 년간 이어진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져가고 있다. 업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골목에는 철거 중인 건물과 부서진 잔해만 남았다. 집결지 폐쇄 이후 종사자들의 자립과 다른 지역으로의 성매매 이동을 막는 일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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