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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의 역설'… 연금 올려도 형편 나은 노인만 소비 늘렸다

등록 2026.09.26 06:00:00수정 2026.09.26 06:06:27

노인 빈곤율 39.8%…70대까지 일하는 고령층

연금 올려도 소득 낮은 고령층 소비 변화 無

"경제적 여유 있어야 노동 줄일 선택도 가능"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앞에서 어르신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8.2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앞에서 어르신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8.2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기초연금이 똑같이 늘어나도 고령층의 형편에 따라 삶의 변화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은 소비를 늘리고 일하는 시간을 줄였지만, 소득이 적거나 없는 노인에게서는 소비 증가나 전일제 근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후소득이 부족한 계층일수록 현금 지원이 늘어도 소비를 늘리거나 일을 덜 하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고령층 상당수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70대까지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한국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22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금 수급률은 90.9%였지만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69만5000원이었다.

연금을 받으면서도 계속 일해야 하는 고령층도 많다.

올해 5월 기준 55~79세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1178만2000명으로 전체의 69.2%였다. 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연령은 평균 73.6세까지 높아졌다.

고령층 취업자도 1012만5000명으로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섰다. 계속 일하려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3.4%)이 '일하는 즐거움'(36.7%)보다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연금을 받은 55~79세의 월평균 수령액도 88만원에 그쳤다.

[서울=뉴시스] 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취업자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했으며, 희망 근로 연령도 평균 73.6세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취업자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했으며, 희망 근로 연령도 평균 73.6세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게재된 손혜림 서울시립대 교수와 조민수 플로리다주립대 박사과정의 연구는 이런 고령층의 현실 속에서 기초연금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들여다봤다. 이들은 2014년 기초연금 개편 전후 고령층의 소비와 노동 변화를 분석했다.

2014년 정부는 최대 월 9만9100원이던 급여를 20만원으로 약 두 배 올렸다. 연구진은 중위소득 60% 미만 가구를 저소득층으로 구분해 인상 효과를 따로 살펴봤다.

결과는 뚜렷하게 갈렸다.

수급자 중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노인들 사이에서는 기초연금 인상 이후 소비가 유의하게 늘었다.  전일제로 일할 가능성은 6.8%포인트 낮아졌고, 주당 근로시간도 약 4.1시간 줄었다. 늘어난 연금이 소비 증가뿐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준 것이다.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소비가 유의하게 늘지 않았다. 전일제 근로 여부에도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주당 근로시간은 약 2.6시간 줄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소비와 노동 형태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현금 지원이 늘어났을 때 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자체가 경제적 형편에 따라 달랐던 셈이다.

형편이 나은 쪽은 추가 소득을 소비에 쓰면서 노동시간을 줄일 여유가 있었지만, 생활비가 빠듯한 저소득층에는 약 10만원의 인상분이 기존 생활이나 노동 방식을 바꾸기엔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 역시 전일제 근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과가 현재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기초연금이 일부 고령층에는 노동을 줄일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제공했지만,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벗어날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기초연금의 역할을 단순히 '얼마를 지급하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노인 단독가구 기준 월 34만9700원이다. 올해 약 779만명이 기초연금을 받는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노후소득을 폭넓게 보완하는 제도지만, 고령층 내부의 경제적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같은 급여도 실제 생활에 미치는 효과가 다를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 고령인구 비중이 이미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3%이며 2036년에는 30%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과 함께 노인 빈곤 완화 효과를 어떻게 높일지도 중요해지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늘어난) 10만원으로 빈곤 상태를 크게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기초연금을 여윳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층에 비해 소비나 근로시간 등 행동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해외의 기초연금 제도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인구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600만명대를 돌파한 가운데, 고령층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에 달했다. 고령층 취업자는 978만명으로 34만4000명 늘었고, 고용률은 59.5%로 0.5%p 올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인구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600만명대를 돌파한 가운데, 고령층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에 달했다. 고령층 취업자는 978만명으로 34만4000명 늘었고, 고용률은 59.5%로 0.5%p 올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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