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주택 소음기준 완화했는데…도로는 여전히 40년 전 잣대
등록 2026.09.30 14:24:48
주택공급 위해 도로·철도 인근 공공주택 소음기준 완화
대단지 6층 이상 실내 45㏈ 충족하면 방음벽 설치 면제
도로·철도는 90년대 기준 그대로…주간 65㏈·야간 55㏈
일본은 간선도로 인근 주거지에 별도 소음기준 적용 특례
![[서울-뉴시스] 경부고속도로 지하차도 '경부동탄터널' 출입구 양 옆으로 높은 방음벽이 들어선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30/NISI20260930_0002251935_web.jpg?rnd=20260930133542)
[서울-뉴시스] 경부고속도로 지하차도 '경부동탄터널' 출입구 양 옆으로 높은 방음벽이 들어선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9.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로·철도 인근에 짓는 공공주택의 소음 규제가 잇따라 완화되고 있다. 반면 주택가 주변에 도로를 새로 건설하거나 확장할 때는 43년 전 마련된 소음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제도 간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같은 도로를 두고도 주택을 짓는 경우와 도로를 건설하는 경우 적용되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교통소음 관리 기준이 사업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제도적 불일치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9·7 공급대책에 담긴 아파트 실외 소음기준 관련 법령은 올해 잇따라 완화됐다.
우선 지난 6월에는 도시 내 30만㎡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할 때 층수와 관계없이 소음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되도록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기존에는 30만㎡ 이상 대단지의 6층 이상 주택에서 실외 소음이 주간 65㏈, 야간 55㏈을 넘을 경우 방음벽 설치 등 소음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달에는 공공주택의 소음기준도 완화됐다. 국회가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하면서 공공주택을 건설할 때 면적과 관계없이 기존보다 완화된 소음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종전에는 1983년 도입된 소음 환경기준에 따라 실외 소음이 주간 65㏈, 야간 55㏈을 넘으면 방음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특별법은 공공주택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주택법'에 따라 5층 이하는 실외 65㏈, 6층 이상은 실내 측정 시 45㏈ 기준을 충족하면 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소음방지대책을 도로 관리청과 미리 협의하도록 했다.
이는 창호의 기밀·차음 성능이 높아지고 기계환기 설비가 보급되면서 굳이 과거처럼 방음벽을 세워 실외 소음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가 제한되면서 도로변 등 소음이 큰 지역까지 주택 건설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 현실도 반영됐다.
![[서울=뉴시스] 지난 2023년 3월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고가차도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청소 차량을 이용해 방음벽 등 도로 시설물을 청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30/NISI20260930_0002251937_web.jpg?rnd=20260930133623)
[서울=뉴시스] 지난 2023년 3월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고가차도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청소 차량을 이용해 방음벽 등 도로 시설물을 청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9.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해 9·7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실내소음은 기밀·차음성능 등 창호기술 고도화를 통해 기준을 충족할 수 있고 실외소음은 물리적으로 기준 충족에 한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층 아파트가 일반화된 현대 정주환경에서 방음벽 고도화만으로 실외소음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택을 건립할 때 소음기준은 완화됐으나 주택 인근에 도로를 새로 놓거나 확장할 때 기준은 그대로다.
도로와 철도 사업에는 여전히 1980~1890년대 마련된 실외 소음기준이 적용된다. 도로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주간 65㏈, 야간 55㏈이다. 철도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주간 70㏈, 야간 60㏈ 수준이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가장 쉽게 선택되는 방법 중 하나는 방음벽 설치다. 하지만 방음벽 역시 도시에서는 새로운 민원 요인이 되고 있다.
방음벽은 2023년 기준 전국적으로 1556㎞까지 늘었다. 2010년 1373㎞와 비교하면 183㎞ 증가했다. 대형 방음벽이 도로와 주거지를 가르는 '장벽'처럼 작용하면서 통풍과 일조, 조망을 막고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나 성북구 장위동 장위뉴타운 아파트, 영등포구 양평동 신동아아파트 등에서는 주민이나 지자체가 방음벽을 철거하거나 설치하지 않기 위해 소음기준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방음벽을 투명하게 만들 경우에는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조류가 투명한 벽을 인식하지 못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방음터널이나 도로·철도 지하화 역시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공사비가 크게 치솟는 데다 기존 도시지역에 적용하기에는 공간과 공사 여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재난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5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약 350억원으로 집계됐다. 강풍 등으로 방음벽이 파손되거나 전도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높은 방음벽이 도시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로 거론된다. 최대 18m에 이르는 방음벽이 바람길을 막아 대기 정체를 일으키고 열섬현상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도로 방음벽의 방음시설 성능과 디자인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방음벽은 15m를 넘지 않도록 했다. 방음터널은 최소화하되 화재취약 구간에는 난연재료를 사용하고 학교·병원 인근에는 녹지공간과 방음림을 조성하고 적합한 디자인을 적용하도록 안내했다.
해외에서는 변화한 도시환경을 반영해 교통시설 주변의 소음기준을 별도로 조정한 사례도 있다.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간선도로 주변에 주거지가 들어서면서 '간선도로 특례'를 마련했다. 일반도로의 실외 소음기준이 주간 60㏈, 야간 55㏈인 것과 달리 간선도로는 지역에 따라 실외 주간 70㏈·65㏈ 또는 실내 주간 45㏈·야간 40㏈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에서도 주택과 도로·철도에 각각 적용되는 소음기준을 따로 손볼 것이 아니라 도시환경 변화에 맞춰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도공학 분야의 한 교수는 "주거환경의 교통소음을 다루는 유사하는 법령이 3~4가지 되는데 일부 법령만 완화되는 것은 제도의 형평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교통소음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나 변화된 도시환경에 따라 관련 법의 적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로와 철도 사업을 추진할 때에도 완화된 소음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이원화된 주택과 도로의 소음기준을 통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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