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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順 이승철, 우즈 곡 500번 '경청' 끝에 흘린 눈물…40주년에 닿은 '숨소리'

등록 2026.09.29 19:20:34

우즈, 이승철 데뷔 40주년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30일 발매

떠나간 부친의 청춘 헌정한 30세 청년과 60세 거장의 '부자(父子) 연대'

BTS·그래미 보며 "다시 태어나고 싶을 만큼 부러워"

문학의 필력처럼 덜어낸 절제의 미학

"이승철은 듣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숨소리"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6.09.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40년이라는 시간의 지층을 증명하는 방식은 대개 완고한 기념비의 건립에 가깝다. 거장은 지나온 궤적을 훈장처럼 두르고, 대중은 그 화려한 과거를 박제된 액자 속에서 소비한다. 그러나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마주한 가수 이승철(60)의 40주년은 박제와는 가장 먼 곳에 놓여 있었다.

1986년 밴드 '부활'로 출발해 정규 앨범 12장, 2000회가 넘는 단독 콘서트를 치러내며 '라이브의 황제'라 불려온 보컬리스트.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웬만한 파고에도 흔들리지 않던 이 백전노장이 서른 살 차이가 나는 후배가 건넨 노래 한 곡 앞에서 기어이 눈물을 떨궜다. 40년 동안 대중 앞에 보인 적이 드문 그 눈물은, 지나간 영광에 대한 자족이 아니라 한 젊은 창작자가 건넨 지극한 존중과 온기 앞에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해제해버린 자의 무방비한 감응이었다.

오는 30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이승철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40TH ANNIVERSARY TRIBUTE DUET X LEE SEUNG CHUL')의 포문을 연 곡은 올라운더 아티스트 우즈(WOODZ·조승연·30)가 직접 작사·작곡하고 함께 부른 '우리만의 이야기다.

세대와 상실을 건너 부르는 이름…"아버지"

우즈와 이승철의 결합은 단순한 가요계 선후배의 협업을 넘어선다. 둘의 관계에는 사적인 상실과 애도의 서사가 겹쳐 있다. 우즈는 사석에서 이승철을 스스럼없이 "아부지"(아버지)라 부르고, 이승철의 휴대전화에도 우즈는 "아들"로 저장돼 있다.

우즈의 작고한 부친은 이승철과 동갑내기였으며, 생전 이승철의 열렬한 팬이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노래방에 가 목청껏 이승철의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의 기억. 우즈에게 이승철의 목소리는 곧 부친의 청춘이자, 이미 세상에 없는 아버지와 자신을 연결해 주는 유일하고도 아련한 청각적 유산이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오른쪽)과 우즈가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오른쪽)과 우즈가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우즈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항상 선배님의 노래를 들으셨고, 함께 노래방에 갈 때마다 부르셨다"며 "지금 이 순간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가장 부러워하고 기뻐하실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해외 투어를 도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기어이 곡을 써내려간 이유 역시, 한 거장을 향한 헌정을 넘어 자신의 뿌리이자 결핍이었던 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답가였기 때문일 터다.

상처를 가진 청년과 그를 품어 안는 어른이 조건 없는 신뢰로 마주 서는 영화 '굿 윌 헌팅'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은 음악이라는 거대한 안식처 안에서 혈연보다 끈끈한 정서적 부자(父子)의 연대를 맺었다.

500번의 경청…'이승철을 버리는' 거장의 윤리

우즈가 빚어낸 '우리만의 이야기'는 1970년대 클래식 록의 묵직한 아날로그 질감과 모던 팝 록의 팽팽한 호흡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얼터너티브 록이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출발해 융스트링의 드라마틱한 선율과 거친 드럼이 겹겹이 쌓여가는 곡의 구조는, 서로 다른 시간선 위에 선 두 사람이 한 지점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을 빼닮았다.

주목할 것은 이 거대한 울림을 담아내는 이승철의 태도다. 올해로 꼭 예순, 어떤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세상의 이치를 너그럽게 헤아린다는 공자의 '이순(耳順)'에 가닿은 나이다. 하지만 그에게 이순이란 안온한 관조가 아니었다. 40년간 견고하게 구축해 온 자신의 관록과 아성을 스스로 허물고, 타인의 숨결을 있는 그대로 들이마시는 지극한 경청의 실천에 가까웠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가운데)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가운데)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우즈의 창법이 워낙 찌르는 듯 강렬하고 댐핑(소리의 탄성)이 있어서 '내 나이에 이게 될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제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작곡가가 원하는 느낌과 뉘앙스를 온전히 받아들이려 했어요. 우즈의 가이드 데모를 500번 넘게 들었습니다. 그 노래를 스펀지처럼 몸에 흡수한 뒤,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군더더기 없이 불렀죠. '만들어 가보자' 같은 파트에서는 우즈 특유의 발음과 필(Feel)을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꼰대처럼 들리지 않는 것, 그것이 제 작전이었죠."

자기복제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40년 차 거장이 후배의 음절 하나, 호흡의 미세한 굴곡까지 제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워낸 이 역설. 젊은 작가의 원고를 정독하듯 후배의 감각을 통째로 들이마신 그는 단 두 번 만에 녹음을 끝냈다. 우즈는 "곡을 드리고 가창을 다시 받았을 때 황홀경에 빠졌다. 테크닉 너머의 '필(Feel)'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절감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토록 젊은 감각 앞에 자기를 온전히 비워낼 수 있는 바탕에는, 그가 온몸으로 통과해 온 한국 대중음악사의 척박한 풍경이 자리한다. "한마디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은 그는,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월드컵 하프타임 무대에서 노래하고 그래미 어워즈의 중심에 서는 지금의 K-팝을 바라보며 깊은 격세지감을 털어놓았다.

"저희 때는 방송국에서 영어 노래나 노랫말도 마음대로 못 쓰게 했어요. 머리도 못 기르게 했고, 염색도 못 했고, 선글라스조차 쓰지 못하게 규제했죠. 그렇게 다 막아놓더니 이제 와서 K-팝이라니요(웃음). 요즘 친구들은 언어를 배워 세계로 나가고 그래미까지 가잖아요. 상상도 못 하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걸 보면 마냥 부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시기(猜忌)가 아니라, 자신이 겪었던 억압과 결핍의 시대를 훌쩍 뛰어넘은 후배들을 향한 애틋한 헌사였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6.09.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엠넷 '슈퍼스타K'(슈스케)와 ENA '더 스카웃'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도 유명한 이승철은 "내가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룰 수 있도록 트레이닝하고 돕고 싶다"고 했다. 우즈의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호흡에 자신을 기꺼이 포갠 것 역시 시대를 건너온 거장이 청춘에게 건네는 가장 겸허한 응원인 셈이다.

덜어냄의 미학…"이승철은 숨소리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그의 '가창'에 관한 것이었다. '희야',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서쪽 하늘', '네버엔딩 스토리'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는 나이가 들수록 포효하거나 내지르는 대신, 왜 힘을 빼고 읊조리듯 절제하는가. 성대 폴립 수술로 3년간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한 달간 묵언수행까지 견뎌내며 통과한 침묵의 시간은 그에게 소리의 본질을 다시 묻게 했다.

이승철은 이를 문학의 '필력'에 빗대어 명징하게 답했다. "젊었을 때 쓰는 글과 나이 들어서 쓰는 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20대처럼 힘을 주어 노래해야만 잘하는 건 아니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내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 힘을 빼고 절제하는 것이 오히려 듣는 이에게 더 큰 힘으로 가닿는 법입니다."

그에게 40년을 돌아보며 자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고 청했을 때 돌아온 답은 '숨소리'였다. "이승철은 '숨소리'죠. 모든 분들이 숨을 쉬듯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고, 곁에서 편안하게 숨 쉬듯 머무는 가수이고 싶습니다. 제가 늘 말하듯, 저는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니까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가운데)과 우즈(오른쪽), 레이 이 뮤직비디오 감독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가수 이승철(가운데)과 우즈(오른쪽), 레이 이 뮤직비디오 감독이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 음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지나온 영광을 과시적으로 입증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인의 폐부 속으로 공기처럼 스며들겠다는 가장 낮고 겸허한 고백이다. 40년 전 '희야'를 부르며 소년의 절규로 시대를 흔들었던 청년은, 이제 타인의 슬픔에 알맞은 온도를 내어주는 공기 그 자체가 됐다.

신사동 사거리와 동호대교, 옥상에서 완성된 교감

뉴욕을 기반으로 감각적인 미장센을 선보여 온 레이 이(Ray Yi)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두 남자의 궤적을 빛과 어둠의 몽타주로 포착했다. 클래식카를 모는 이승철과 오픈카를 탄 우즈가 서울의 밤거리, 즉 신사동 사거리와 동호대교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장면은 각자의 고독과 창작의 번민을 은유한다.

자연광과 도시의 불빛에 의지해 밤길을 달리던 두 사람은 마침내 탁 트인 옥상 주차장에서 마주 서서 마이크를 잡는다. "결국 가장 노래를 잘하는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듯 노래하는 것, 그것 말고는 다른 장치가 필요 없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엔딩은 세대라는 간극이 음악이라는 순수한 매개 속에서 어떻게 무화되는지를 뭉클하게 웅변한다.

40년 차 가수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그저 오늘만 같아라,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라고 기도한다. 과거의 박제된 '레전드'로 추앙받기보다, 매주 전국을 돌며 관객과 땀을 섞는 '현역'으로 남기를 갈망한다. 12년 차의 우즈가 그 뒤를 바라보며 "선배님처럼 잠깐 반짝이기보다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다"고 다짐할 때, 40년이라는 시간은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 안에서 다시 영원성을 획득한다.

선공개곡 '우리만의 이야기'로 장엄한 40주년의 닻을 올릴 이승철은 오는 11월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 대구, 부산, 그리고 12월 4~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으로 이어지는 전국투어 '더 보이스(THE VOICE)'를 펼친다. 내년에는 세계 40여 개 도시를 잇는 월드 투어도 예정돼 있다. 그의 노래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여전히, 그리고 묵묵히 이어지는 우리 모두의 '네버엔딩 스토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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