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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노래하는 다비드상' 크리스토퍼 "韓, 먼곳까지 음악이 갈 수 있다는 믿음 줘"

등록 2026.10.02 08:29:23

11월 19~20일 세종문화회관 '서재페 앳 더 씨어터' 무대 올라

지난해 케이스포돔 거대한 함성 지나 4년 만에 다시 세종문화회관

"완벽함 좇기보다 흠결 있더라도 관객과 '진짜 연결' 바란다"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2026.10.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2026.10.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독한 방 안에서 건반을 짚으며 벼려낸 사적인 독백이, 지구 반대편의 낯선 도시에서 수천 명의 입술을 빌려 가장 뜨거운 합창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환호의 교환을 넘어, 서로 다른 언어와 계절을 통과해 온 타인들이 찰나의 멜로디에 기대어 서로의 결핍과 온기를 확인하는 정서적 환대의 순간이다.

덴마크 특유의 서늘한 멜랑콜리와 담백한 서정을 유려한 팝의 문법으로 조탁해 온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Christopher)에게 한국은 이제 그런 교감이 가장 무구하게 피어나는 장소가 됐다. 2017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래, 그는 청하·이영지 등 국내 뮤지션들과 다채롭게 호흡을 맞추고 넷플릭스 영화 '뷰티풀 라이프'를 경유하며 '노래하는 다비드상'이라는 세속의 수식 너머로 성큼 걸어 나왔다. 박제된 완전함 대신 인간적인 불완전함을 긍정하고, 영원한 청춘만을 찬미하기보다 시간의 더께와 함께 깊어지는 사랑의 소박한 실체를 응시하는 그의 궤적은 늘 '완벽한 연출' 대신 관객과의 '진짜 연결'을 갈망해 왔다.

지난해 약 1만명의 에너지가 거칠게 요동치던 케이스포돔(KSPO DOME)의 정점을 지나, 그가 약 1년2개월 만에 다시 서울의 늦가을을 두드린다. 오는 11월 19~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서재페 앳 더 씨어터(SJF at the theater)'는 2022년 '러브 인 서울' 이후 4년 만에 해당 무대로 귀환하는 여정이자 광장의 거대한 함성을 관객의 미세한 숨소리까지 응집되는 극장 본연의 정직한 울림으로 되돌려놓는 시간이다.

시간을 견뎌내며 한 사람으로서, 또 예술가로서 온전히 익어간 그가 익숙한 공간에서 다시 마주할 자아, 그리고 오랜 벗처럼 다정한 서울의 관객들에게 띄우는 내밀한 음악적 대화의 기록을 서면으로 주고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만여 명의 함성이 파도치던 케이스포돔(KSPO DOME)을 지나, 이번에는 소리와 시선이 정교하게 응집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릅니다.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아레나와 관객의 숨소리까지 음향의 일부가 되는 극장이라는 공간의 차이가, 당신이 노래를 부르고 호흡하는 방식에 어떤 음악적 변화를 가져오나요?

"한국에서 처음 공연했을 때가 생각나요. 지금보다 훨씬 작은 공연장이었는데, 관객이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게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졌어요.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보이고, 객석의 반응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케이스포돔처럼 큰 아레나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정말 좋아하지만, 그런 가까운 거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도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관객들과 조금 더 가까이 호흡하면서 그때의 느낌을 되살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세종문화회관을 찾게 됐습니다. 그사이 넷플릭스 영화 작업과 글로벌 투어를 거치며 뮤지션으로서 수많은 계절을 통과했을 텐데, 같은 무대에 다시 섰을 때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 어떤 음악적 대화가 오갈 것이라 기대하나요?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10.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10.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4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영화도 만들었고, 다큐멘터리도 촬영했고, 투어도 많이 다녔죠. 개인적인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티스트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훨씬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4년이라는 시간을 더 살아낸 지금, 같은 장소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한국 관객의 떼창은 단순한 후렴구 따라 부르기를 넘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지우는 독특한 교감의 순간을 만듭니다. 방 안에서 홀로 써 내려간 내밀한 멜로디가 낯선 도시에서 수천 명의 합창으로 되돌아올 때, 싱어송라이터로서 내면에 어떤 정서적 파동이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제 직업에서 가장 좋은 순간 중 하나일 거예요. 어딘가에서 혼자 기타나 피아노를 치며 시작한 노래가 있는데, 어느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수천 명이 그 노래를 저에게 다시 불러주고 있잖아요. 그런 경험에는 아마 평생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뷰티풀 라이프(A Beautiful Life)'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화려한 팝스타의 모습 뒤에 자리한 한 인간의 불안과 불완전함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결핍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고백은, 무대 위에서 소리를 내고 가사를 전달하는 당신의 라이브 태도에 어떤 해방감을 줬나요?

"예전보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훨씬 덜 하게 됐어요. 음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불러야 한다거나, 특정한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신경을 쓰면 정작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저는 차라리 공연 중에 뭔가 조금 잘못되더라도 관객과 진짜로 연결되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도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덴마크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담백한 멜로디 감각과 한국 대중이 깊이 반응하는 애틋한 서정성 사이에는 묘한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먼 두 문화권이 당신의 팝 선율 안에서 이토록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었던 음악적 교감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10.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10.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멜로디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도 모르죠. 스칸디나비아 음악은 팝 음악이어도 어느 정도 멜랑콜리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음악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6. 청하와 함께한 '배드 보이(Bad Boy)'와 '웬 아이 겟 올드(When I Get Old)' 그리고 방송에서 선보인 이영지와의 교감처럼 한국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과 언어를 가진 이들과의 협업이 당신의 보컬 톤이나 곡을 쓰는 시야에 남긴 구체적인 흔적은 무엇인가요?

"다른 방식으로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언어나 음악적 배경을 공유하지 않을 때는 멜로디와 감정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해지거든요. 그리고 저는 상대방이 제가 혼자였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가져올 때 협업이 가장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무대 특수효과나 연출 대신, 오직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자신의 육성으로 공간을 채우는 미니멀한 방식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모든 감각이 과잉된 디지털 시대에, 악기 본연의 거친 질감과 라이브의 즉흥성에 온전히 기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라이브 공연이 음원을 그냥 재생한 것과 똑같이 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는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해요. 가끔 예상하지 못한 일이 공연 중에 벌어지면서 수백 번 연주했던 곡이 갑자기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저는 그런 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웬 아이 겟 올드(When I Get Old)'처럼 당신의 음악은 팝 음악이 관습적으로 매달리는 영원한 청춘만을 찬미하기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며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을 따뜻하게 응시합니다. 한 사람으로서 삶의 층위를 쌓아가면서, 당신의 멜로디가 바라보는 '사랑'과 '관계'의 의미는 어떻게 깊어졌나요?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2026.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크리스토퍼.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2026.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렸을 때는 사랑이라고 하면 좀 더 큰 감정들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미친 듯이 빠지는 것, 이별의 아픔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랑은 소소한 것들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죠. 누군가와 함께 삶을 만들어가는 것, 가족,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니 제가 사랑을 노래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라이브는 영화 속 내밀하고 서정적인 발라드로 관객의 마음을 열어젖힌 뒤, 후반부 '배드(Bad)'나 '리프 오브 페이스(Leap of Faith)' 같은 앤섬으로 에너지를 폭발시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한 뒤 끝내 함께 춤추게 만드는 이 세트리스트의 흐름에는 어떤 드라마틱한 연출 의도가 담겨 있습니까?

"저는 그걸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처럼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들이 마치 어딘가를 함께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한 순간도, 모두가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순간도 있어야 하죠. 저는 그런 대비가 공연을 짜릿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첫 발을 디딘 이래 한국은 이제 단순한 투어 경유지가 아닌, 정서적 영감을 주고받는 특별한 장소가 됐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이라는 공간과 관객들이 당신의 음악적 여정에 보태준 에너지는, 앞으로 세상에 나올 당신의 새로운 음악에 어떤 색채로 새겨질까요?

"한국은 제가 음악을 처음 만들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곳까지 음악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줬어요. 저는 덴마크 출신이고 영어로 노래를 쓰는데, 그 음악이 어떻게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잖아요. 그런 경험은 제가 계속 음악을 만들게 하는 큰 영감이 됩니다. 또 제 음악이 어디에 맞아야 하는지, 어떤 틀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게 해준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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