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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출 17년 만에 '종주국' 美 문 열었다…K원전 새 분기점

등록 2026.10.03 08:00:00수정 2026.10.03 08:12:24

바라카서 시작해 이집트·체코 거쳐 미국까지

APR1400 2기 美 건설 추진…성사 땐 해외노형 최초

김정관 "순서 놓고 한참 씨름…원전업계 큰 의미"

"지금의 2기, 20기~100기 될 수도…씨앗 심는 단계"

[울산=뉴시스] 새울3·4호기 전경. (사진= 새울원전 제공) 2026.04.12.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새울3·4호기 전경. (사진= 새울원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한국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로 첫 원전 플랜트 수출에 성공한 지 17년 만에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한국형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동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수출 영토를 넓혀온 'K원전'이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산업통상부와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원전 수출의 시작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이었다. 한국은 당시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수주하면서 처음으로 대규모 원전 플랜트 수출에 성공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후 2022년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에서 러시아 ASE와 약 3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터빈건물 시공 계약을 체결하며 아프리카 원전시장에 진입했다. 바라카 수주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해외 원전 프로젝트 수주였다.

2024년에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해 6월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도 현실화했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 규모는 187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1.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1. [email protected]


美 기술 도입국서 '역수출' 눈앞…종주국에 APR1400 진출길

국내 원전 산업의 출발점이 미국 기술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 진출의 상징성은 더욱 크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주계약자로 한 턴키(일괄) 방식으로 건설돼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은 원전 기술 자립을 추진했고, 한국표준형원전을 거쳐 1400㎿급 한국형 노형인 APR1400을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 이어왔다.

미국에서 원전 기술을 도입했던 한국이 약 반세기 만에 자체 노형을 앞세워 미국 본토 진출을 추진하게 된 셈이다.

계기는 한미가 합의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Project Power)'다. 양국은 한미전략투자 기금 최대 1200억 달러를 활용해 미국 내 대형원전 8기를 건설하는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를 ▲AP1000 2기 ▲APR1400 2기·AP1000 2기 ▲AP1000 2기 순으로 추진하는 구상이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1000억 달러는 건설비, 200억 달러는 예비비로 책정됐다.
 
특히 2단계에서는 APR1400 2기와 AP1000 2기를 함께 추진하되, APR1400을 AP1000보다 앞선 순서에 놓은 데도 협상 과정의 의미가 담겼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일 대미투자 사후 백브리핑에서 "짓는 순서에 의미가 있다"며 "병행이라고 하지만 APR1400이 먼저다. 이런 부분도 순서를 놓고 한참 씨름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타협협정(SA)으로 미국 내 건설이 제한돼 있던 APR1400의 진출길이 열렸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전략투자 기금을 활용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APR1400 2기의 미국 건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APR1400이 실제 미국에 건설될 경우 미국에 처음 건설되는 해외 노형이 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확보한 건설 실적이 향후 제3국 수주 과정에서도 한국형 원전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김 장관은 "원자력은 100년 비즈니스라고 얘기한다"며 "사업적인 비즈니스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비즈니스가 맞물린 것이다. 한미 양국이 원자력을 같이 하는 데 미국에서 하겠다는 것은 협력의 정치·외교적인 관계에서도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에서 한국 자체 노형의 건설 실적을 확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AP1000만 건설한다면 하청업자인 셈이지만 APR1400을 2기 건설한다는 것은 기술을 파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격이 높아진다는 차원에서 APR1400이 들어갔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8기 모두 확정은 아냐…부지·상업성 넘어야

다만 원전 8기 건설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프레임워크는 한미 원전 협력의 큰 틀을 마련한 단계로, 개별 사업 구체화와 상업적 합리성 검토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는 실제 사업화를 위한 후속 작업에도 착수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열고 APR1400 2기의 기본설계와 인허가, 설계·조달·건설(EPC) 계약, 시운전 등 단계별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사업 목표 일정과 목표 공기 달성 조건,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도 검토했다.

향후 부지와 사업 일정, 상업적 조건 등이 구체화되면 원전 공기업과 수출금융기관, 시공사, 기자재 업체 등이 협의체를 조기에 구성해 제안서 작성과 이행계획 수립, 입찰서 준비, 인허가 대응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APR1400은 미국에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인식이었는데 이제 그것이 뚫린 것"이라며 "미국에서 APR1400 2기를 성공시키면 그다음에는 2기를 더 지어달라는 곳이 계속 나올 수 있다. 지금 하는 2기가 나중에 20기가 될지, 100기가 될지 그 씨앗을 심는 단계"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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