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美 소비자신뢰지수 12년 최저인데 가계지출 6.1%↑…실질소비도 늘었다

등록 2026.10.06 11:30:30

물가 상승분 빼도 실질 지출 2.6% 증가…고용·주택·주가가 소비 뒷받침

저축률 4.1%로 팬데믹 전의 절반 가까이…부채도 기록적 수준

[알링턴=신화/뉴시스] 지난 6월10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식료품점에서 주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6.06.11.

[알링턴=신화/뉴시스] 지난 6월10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식료품점에서 주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6.06.1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는 바닥권인데 실제 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달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지난 8월까지 1년간 미국 가계 지출은 6.1% 증가했다.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 소비도 2.6% 늘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 가계의 지출액이 8월까지 12개월 동안 6.1%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연간 증가율 4.3%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최근 발표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바탕으로 상향 조정됐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주 경제포럼 뒤 기자들과 만나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주된 엔진은 광범위한 소비 증가"라며 안정적인 고용시장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의 신규 고용은 9월 둔화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비 증가분 모두가 실제 구매량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8월까지 1년간 지출 증가분의 절반을 조금 넘는 부분은 물가 상승에서 비롯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3.4% 올랐다.

그럼에도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비는 2.6% 증가했다. 미국인들이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비싸게 산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량도 늘렸다는 의미다. 실질 소비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한 증가 흐름을 이어왔다.

실질 소비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늘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기록한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9월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높은 휘발유 가격과 둔화한 채용, 정치적 갈등 등이 소비 심리를 누르고 있다.

브라이언 파베스 시카고대 NORC 선임연구원은 "거시경제 수치는 좋아 보이고 소비도 좋아 보인다. 그런데 아무도 행복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소비심리가 나빠지면 소비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후 두 지표의 움직임이 점차 따로 가고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인들이 돈을 더 쓰고 있다고 해서 모두 살림이 넉넉해진 것은 아니다. 파베스 선임연구원은 고소득층이 상당한 소비 증가를 이끄는 반면 중산층은 더 싼 상품을 찾고 저소득층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한다고 분석했다.

소득과 별개로 주택과 주식 같은 자산을 가진 미국인에게는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여력을 키워줬다. 특히 집과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고령층은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 월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보유 자산이 불어나면서 이전보다 지출에 부담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자산 보유 여부에 따라 경제를 보는 시각도 갈렸다. 미시간대 조사를 이끄는 조앤 쉬에 따르면 2025년 5월 이후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들의 소비심리는 개선된 반면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는 악화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32% 올랐다.

WSJ은 시카고의 이탈리아 음식점 바 로마에서 이런 소비 행태를 엿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사기 방지 서비스를 판매하는 캐슬린 하퍼는 남편과 평소라면 몇 가지 전채요리만 나눠 먹지만 이날은 50달러짜리 시식 메뉴를 주문했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을 걱정하면서도 관련 서비스 수요가 늘어 사업이 잘되고 있어 외식비를 쓸 여유가 있다고 했다.

반면 빠듯한 살림 속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도 있다. WSJ이 소개한 자선단체 모금원 찰리 장(30)은 신용카드 빚을 지고 파산 신청까지 한 뒤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시간당 24달러를 벌어 룸메이트와 월 2800달러의 임대료를 나눠 내고 있으며,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패스트푸드도 직접 가지러 간다고 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형편은 제각각이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소비 수요는 아직 탄탄하다. 올해 6월까지 분기에 온라인 티켓 거래업체 스텁허브의 티켓 판매액은 전년보다 34% 늘었다. 월드컵 입장권을 구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외식과 가구, 여행업체들도 증가폭에는 차이가 있지만 고객들이 여전히 자신을 위한 소비를 꺼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돈이 빠듯해지면 외식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지출부터 줄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소비 행태에서는 그런 위축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학철 소비는 올해 전년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마크 매슈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심리가 아니라 자신의 재정 상태에 따라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가 가처분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인의 저축률은 세후소득의 4.1%까지 낮아져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부채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고 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이 저축과 신용, 보유 자산을 활용해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이런 대체 재원은 유한하다"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지난 8월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영업장에서 옵션거래자 앤서니 스피나가 업무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6.08.27.

[뉴욕=AP/뉴시스] 지난 8월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영업장에서 옵션거래자 앤서니 스피나가 업무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6.08.27.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