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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호수 위 날갯짓…천수만 8만 철새 '장관'[출동!인턴]

등록 2026.10.16 07:00:00수정 2026.10.16 07:26:25

“11월엔 10만 마리 넘을 듯"…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노을 지는 저녁시간 모인 철새 떼…장관 이뤄

[서산=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서산시 천수만 일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기러기가 한 마리가 노을 진 하늘을 날고 있다. 2026.10.14.

[서산=뉴시스] 나지현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서산시 천수만 일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기러기가 한 마리가 노을 진 하늘을 날고 있다. 2026.10.14.

[서산=뉴시스]우은식 기자, 고해람 나지현 인턴기자 = "모르고 온 분들이 보시면 ‘우와’하고, 소문 듣고 오신 분들은 ‘와~역시’ 이러죠”

지난 14일 오후 6시께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 간월호. 해가 저물 무렵 호수 위 하늘이 수많은 철새로 뒤덮였다.

사방에서 무리를 지어 몰려온 새들은 '끼룩끼룩'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을 크게 맴돌았다. 이내 하나둘 모래톱으로 내려앉았다. 붉게 물든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 떼가 끝없이 이어지며 장관을 이뤘다.

겨울을 나기 위해 천수만을 찾은 철새들이다.

천수만은 큰기러기, 쇠기러기, 흰뺨검둥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조류가 찾아오는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넓은 농경지와 호수, 갯벌, 갈대밭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이 어우러져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고 쉬어 가기에 적합한 곳이다.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모래톱 위로 모여든 철새 무리.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모래톱 위로 모여든 철새 무리.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버드랜드 한성우 주무관은 “철새에겐 먹이 활동을 하면서도 주변을 쉽게 경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국내에 천수만 일대처럼 넓은 농경지가 있는 곳이 몇 군데 없다”고 말했다.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1980년대 조성된 인공 담수호인 간월호와 부남호도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주무관은 "하천 주변 갈대밭에 서식하는 철새도 많고, 서해 쪽 갯벌에는 물떼새가 날아든다"며 "천수만은 한 장소에서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10월 중순 기준 천수만 일대에 도래한 철새는 약 8만 마리에 이른다. 지난달 말 기러기류 4000여 마리가 관측된 이후 철새들의 도래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그 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 저녁, 간월호 일대에는 약 5만 마리의 철새가 모여든 것으로 추정됐다.

[서산=뉴시스] 봄철 천수만을 찾는 흑두루미 사진. (제공=서산버드랜드)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뉴시스] 봄철 천수만을 찾는 흑두루미 사진. (제공=서산버드랜드)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노랗게 드러나 있던 모래톱은 불과 30분 만에 철새 무리로 까맣게 뒤덮였다. 간간이 들리던 새 울음소리도 점차 커져 옆 사람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낮 동안 주변 농경지 곳곳에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철새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 모래톱으로 돌아온 것이다.

천수만의 대표적인 단골손님은 기러기다. 가을이면 일찌감치 찾아와 이듬해 봄까지 머무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한 주무관에 따르면 기러기류는 과거 최대 18만 마리까지 집계된 적도 있다고 한다.

기러기들이 가을부터 천수만을 채운다면, 흑두루미는 봄철 천수만을 찾는 대표적인 손님이다.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충남 서산버드랜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황새 부부.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충남 서산버드랜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황새 부부.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세계 흑두루미 개체 수의 약 70%가 매년 천수만을 거쳐 간다. 올해는 약 1만 마리, 지난해에는 약 1만4000마리가 천수만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중국과 몽골, 러시아 등지의 번식지와 일본 등 월동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서해안 일대를 거친다.

한 주무관은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에 대해 "금강과 순천만, 제주도 등을 거쳐 일본으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철마다 찾아왔다 떠나는 철새들과 달리 천수만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특별한 새들도 있다. 2022년 10월부터 서산버드랜드 인근에 둥지를 튼 황새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새는 국내에서 한때 야생 번식 개체군이 사라졌던 희귀 조류다.

서산버드랜드에서는 2023년 국내 최초로 야생황새와 인공증식 황새가 짝을 이뤄 자연번식에 성공했다.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추수가 끝난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철새들. 서산버드랜드 관계자의 차량이 다가가자 철새들이 경계하며 날아가고 있다. 2026.10.15.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추수가 끝난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철새들. 서산버드랜드 관계자의 차량이 다가가자 철새들이 경계하며 날아가고 있다. 2026.10.15.



황새 부부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번식에 성공했다. 새끼들이 자라 둥지를 떠난 뒤에도 부모 황새는 여전히 천수만 일대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한 주무관은 황새가 머무는 이유에 대해 “한번 둥지를 틀면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 황새의 특성”이라며 “새끼를 낳고 먹이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천수만이지만, 기후와 서식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일부 철새는 천수만 대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창오리다. 과거 수십만 마리가 천수만의 겨울 하늘을 수놓던 가창오리는 어느 순간 발길이 뜸해지면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2024년 약 1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가 다시 목격됐다.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에서 노을 진 하늘 위로 철새 떼가 비행하고 있다.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에서 노을 진 하늘 위로 철새 떼가 비행하고 있다.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주무관은 “과거에는 넓은 농경지에 떨어진 낙곡을 먹기 위해 찾아왔지만, 지금은 농지의 사유화와 농기계 발달로 먹이가 예전만큼 많지 않다”며 가창오리가 전만큼 찾아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가창오리뿐 아니라 다른 철새들의 이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새들은 이동성이 좋아서 환경 변화에 맞춰 이동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천수만에서는 여름 철새로 분류되는 해오라기가 관찰되기도 했다.

철새들이 천수만을 많이 찾는 계절이면 이들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취재진이 찾은 날에도 천수만 일대 간월호에서는 커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철새를 촬영하는 사진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박순신(74)씨는 “사진전 출품을 위해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는다”며 “이달 말쯤 오면 더 예쁜 풍경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려는 일부 탐조객의 행동은 오히려 새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에서 노을 진 하늘 위로 철새 떼가 비행하고 있다. 이날 관측된 철새는 5만 여 마리다.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뉴시스] 나지현 고해람 인턴기자=지난 14일 오후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에서 노을 진 하늘 위로 철새 떼가 비행하고 있다. 이날 관측된 철새는 5만 여 마리다. 2026.10.15. *재판매 및 DB 금지



철새 탐조 시에는 환경부가 1998년 마련한 ‘행동수칙’에 유의해야 한다. 눈에 띄는 화려한 옷을 피하고, 새들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천수만에서 철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돌을 던지거나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사례가 드물게 있었다.

한 주무관은 “지난 3월에는 사진을 찍으려고 밭 한가운데 들어가거나, 나뭇잎이나 풀 등으로 몸을 위장하는 ‘길리슈트’를 입고 엎드려 있는 탐조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큰 철새가 놀라서 갑자기 날아오르면 날개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철새를 관찰하는 즐거움만큼이나 이들이 머무는 서식 환경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는 “일반적인 관광은 개발 과정에서 자연 자원을 소모하기도 한다”며 “천수만에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생태 관광’이 해외처럼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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