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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 동의도 없이 車대출 받은 운송회사…대법 "배임"

등록 2021.07.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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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와 지입계약 맺은 운송회사 대표

경영 어려워져 몰래 차량담보로 대출

엇갈린 1·2심…대법 "배임죄 처벌가능"

[서울=뉴시스]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화물차량의 명의를 받아 대신 관리해주는 운송회사가 원래 소유권을 가진 기사들의 동의 없이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소유주인 기사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차량을 담보로 1억8000만원의 돈을 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입'이란 화물을 소유한 사람이 외부에서 차량과 운전자를 공급받아 운송 업무를 맡기는 계약이다. 이 경우 각 차량을 소유한 운전기사들은 운송회사에 차량 명의를 맡긴다. 다만 차량 운행 등은 원래 소유권을 갖고 있던 기사들이 독립적으로 한다.

A씨는 차량 명의를 맡긴 기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관리해주던 운송회사 대표였다. 그런데 A씨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기사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차량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다른 판단을 내놨다.

배임죄로 처벌받는 대상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즉 계약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보호하는 권한을 얻게 됐다면 그 임무를 저버려 재산을 처분해 이익을 취득하면 처벌받는 것이다.

1심은 "A씨는 피해자인 차주들과의 신임관계에 기해 피해자들의 재산인 지입차량에 대한 권리를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와 차주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A씨의 지위나 의무에 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운전기사와 지입계약을 맞은 운송회사 운영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기사들과 계약서는 쓰지 않았지만 지입료 명목으로 차량 1대당 20만원의 지입료를 받았다. 또 해당 차량에 관한 과태료, 세금, 보험료를 납부받아 대신 사무를 처리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차주들은 A씨의 회사에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하는 내용의 지입계약을 체결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며 "지입회사 운영자인 A씨는 차주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운영자는 차주의 재산인 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며 "A씨가 차주들의 동의 없이 버스에 관해 임의로 저당권을 설정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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