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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실패에 지형도 한몫…22사단, 육로 월북 '단골'

등록 2022.01.03 12:17:20수정 2022.01.03 14: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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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사단, 철책 경보음 듣고도 월북 못 잡아

작년 2월 귀순 알림창 2번 임의로 꺼 빈축

노크 귀순, 임병장 총기 난사…별들의 무덤

마음 먹으면 민통선, 군사분계선 접근 가능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남방한계선부터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안쪽 구선봉까지 보인다. 2022.01.02. photo31@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남방한계선부터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안쪽 구선봉까지 보인다. 2022.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월북했다. 이 지역을 지키는 육군 22사단의 거듭된 경계 실패와 남북 간 이동에 유리한 지형이 겹치면서 월남과 월북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22사단은 육로 월북의 '단골' 지역 부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월북 사태의 결정적 장면은 월북자가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던 그 순간이다. 월북자는 1일 오후 6시40분께 철책을 넘었고 경보음이 울렸다.

출동한 신속조치반은 감시장비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철책 훼손 흔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상 없음'으로 상황을 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눈이 내려 있어 발자국 등을 세밀하게 추적·관찰해야 함에도 형식적인 수색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와 감호 등이 보인다. 2022.01.02. photo31@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와 감호 등이 보인다. 2022.01.02. [email protected]

그 결과 월북자는 비무장지대와 보존 경계초소(GP) 인근을 통과해 오후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

22사단의 이 같은 명백한 실수는 지난해 2월에도 발생했다.

2월16일 북한 남성이 오리발을 착용하고 동해를 헤엄쳐 귀순했을 당시 해안 근거리 감시장비 4대가 이 남성을 포착했다. 경보음과 경보등이 작동하는 동시에 화면에 '이벤트'라 불리는 알림창이 떴다. 해당 구역을 맡고 있던 영상감시병은 알림창을 임의로 두 번 껐다. 첫 번째는 광망 감지시스템 기준값을 설정하는 작업을 하느라, 두 번째는 동물 등에 의한 오경보로 여겼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육군 제22보병사단 제진검문소 장병들이 강원도 고성군 최북단 마지막 제진검문소에서 출입 차량과 탑승자 인원 수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2.01.02. photo31@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육군 제22보병사단 제진검문소 장병들이 강원도 고성군 최북단 마지막 제진검문소에서 출입 차량과 탑승자 인원 수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2.01.02. [email protected]

이 외에도 22사단에서는 북한으로부터의 귀순이 반복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경계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2020년 11월 체조 선수 경력을 가진 북한 남성이 일반전초 철책을 넘었지만 광망(철조망 감지기)이 작동하지 않아 신병 확보가 늦어졌다. 2012년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한국군 막사 문을 두드리기까지 상황 파악을 못한 이른바 노크 귀순이 발생했다.

이처럼 경계 실패가 반복되면서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재확인시켰다. 22사단은 경계 실패 등 각종 사건사고로 지휘관 교체가 잦아 별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사건·사고로 그동안 징계를 받은 사단장만 8명이다. 2014년 임모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던 곳도 바로 22사단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합동참모본부 작전1처장 등을 역임한 작전 전문가 이승오 소장을 22사단장에 임명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경계 실패가 또 발생했다.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16일 이승오(오른쪽) 육군 제22보병사단(율곡부대) 신임 사단장(소장)이 강원 고성군 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대기를 이양받고 있다. (사진=육군 제22보병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16일 이승오(오른쪽) 육군 제22보병사단(율곡부대) 신임 사단장(소장)이 강원 고성군 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대기를 이양받고 있다. (사진=육군 제22보병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유독 22사단이 지키는 강원 고성군 지역에서 월경이 잦은 것을 두고 지형적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강원도 안에서도 인제군이나 철원군은 산이 험한 반면 고성군은 철도와 도로가 산길과 연결돼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그만큼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접근도 쉽다. 누구나 마음먹고 가면 군사분계선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송이버섯을 캐러 민통선 지역에 진입하는 민간인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월남 귀순이나 월북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되면서 고성군이 비교적 쉬운 월경 통로라는 인식도 생기는 모양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월남과 월북을 마음먹은 이들이 고성군으로 향하는 일이 거듭되는 분위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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