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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협상, 과도한 약속·알맹이 없는 합의 우려"AP

등록 2018.05.22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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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서스펜스··노벨상 등에 고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동 중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18.5.18.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동 중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18.5.18.

【워싱턴=AP뉴시스】박상주 기자 =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20여 일 앞두고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과도한 약속(overpromising)”과 “알맹이 없는 회담(under-delivering)”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의 스포트라이트와 서스펜스, 노벨평화상에 대한 기대 등에 취해 정작 북미정상회담의 알맹이인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AP통신 평양 지국장 출신인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북한프로그램 국장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협상에서 역사적인 합의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상상하는 대로 실현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출중한 협상가라고 생각한다. 미중 무역 갈등 문제만 해도 그는 현재  3350억 달러 규모인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2000억 달러 감축해 달라고 압박하는 등 호기롭게 덤벼들었지만 결국 황급히 갈등을 봉합하는 선에서 휴전을 선언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과의 조율도 거치지 않은 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 핵합의 이후의 밑그림도 내놓지 않은 채 무작정 파기 선언부터 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문제와 관련해서도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의전과 서스펜스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다고 우려를 하고 있다. AP통신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브리핑 자료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CFR)의 한미정책 프로그램 국장인 스콧 슈나이더는 북미정상회담의 의전과 역사적인 회동이 실질적인 북핵 협상의 알맹이를 가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인 성격 때문에 큰 자극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을 자신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무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보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북한 역시 이에 호응해 비행과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양측은 여전히 비핵화 절차와 조건 등에서 여전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북미정상회담을 주선한 문 대통령과 마주 앉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문해 왔다.

 문제는 북한이 갑자기 이 같은 대화 분위기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공군 연합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미정상회담마저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북한의 이런 협박을 엄포라고 판단하고 있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은 여전히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 카다피와는 지킬 합의가 없었다.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파괴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매우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걸 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방식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하는 ‘리비아 모델’을 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리비아 모델은 아주 다른 모델이었다. 우리는 카다피에게 ‘오, 우리가 당신을 보호하겠소’라고 말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만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김정은도 카다피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그를 쳤다. 만일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이루지 못한다면 (북한에서도) 그런 모델이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협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은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 2명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의 불확실성 때문에 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회담을 한 것만으로도 국제적인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결실이 보다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하루 이틀에 풀릴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몇 달을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추었음을 입증했다. 이런 북한의 핵능력을 해체하고 이를 검증하기 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주안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김 위원장과 북한의 비핵화의 구체적인 절차에 합의를 이루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파기한 이란 핵합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북한의 핵프로그램도 중단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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