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론인형 이세은…미모·지능 비례, 얼마든지 가능
【서울=뉴시스】허경 기자 = 배우 이세은이 17일 오후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웨이브 진 긴 머리, 오목조목한 눈, 코, 입과 가는 팔과 다리, 마론 인형이 따로 없다. 하지만 인형에게 없는 표정이 있다. 말도 참 조리있게 잘한다. 지난달 막을 내린 KBS 1TV 대하드라마 '근초고왕'의 '위홍란' 이세은(31)이다.
데뷔 13년째인 이세은은 2007년 SBS TV '날아오르다'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변화무쌍한 부여의 왕족을 연기했다. 수염을 붙이고 상투를 트는 변장의 대가이자 전쟁의 여신이면서 '부여구'(감우성·41)를 만나 훗날 근초고왕의 제2왕후가 되는 인물이다.
"안 가는 데가 없었어요. 금요일, 토요일에 야외 신을 촬영했는데 안동, 제천, 단양, 수원, 완도, 부여, 부안…. 그야말로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니면서 찍었어요. 그러다보니 머리만 대면 자는 거에요. 가발을 쓰고 겨우 1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머리도 못 감고 연기하기도 했어요."
대하사극인 데다 남자 연기자만큼 빡빡한 스케줄 탓에 체력안배에 힘썼다. 홍삼, 마늘즙, 장어, 낙지 등을 즐겨 먹었다. 수영은 1주에 하루를 쉬면 그 하루라도 꼭 하려했고 승마는 극중 승마신 촬영을 준비할 겸 주 2~3회는 했다.
【서울=뉴시스】허경 기자 = 배우 이세은이 17일 오후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함께 출연한 최명길(49)에게 연기가 안정됐다는 칭찬도 받았다. 이세은은 이 역시 캐릭터 덕으로 돌렸다. 캐릭터가 좋아서 행운이었고 그 매력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단다.
물론 아쉽고 힘들었던 점도 있다. "근초고왕을 촬영하기 전에 공연을 하다가 무릎을 다쳤어요. 큰 지장은 없었는데 말을 빨리 타기가 힘들더라구요. 눈밭에서 촬영할 때는 무릎이 좀 약해서 위험한 순간이 있었어요. 잘 살리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요. 말 위에서 더 멋있게 활도 쏘고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반라 목욕신은 여배우로서는 좀 과감한 장면일 수도 있어서 많이 떨리고 긴장했어요. 감우성씨와 처음 찍는 신이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근초고왕'으로 컴백하기 전까지 약 3년간은 스스로를 담금질한 시간이다. 작품 2편이 연달아 제작 무산되면서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지만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서 처음으로 코믹 연기를 했다. 고려대 언론대학원에 다니며 공부도 했다.
【서울=뉴시스】허경 기자 = 배우 이세은이 17일 오후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너와 함께라면'에서는 40세 연상의 노신사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했다. 연극은 처음이었던 이세은은 배우들과의 호흡이 잘 맞았다며 즐거워했다. 작업 자체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단합이 시너지가 돼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에게 연기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선배님들이 의상을 직접 다림질하고 신발도 깨끗이 닦는 거에요. 배우는 항상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다니는데 공연계에서는 어떤 프로, 경력자라도 다 그렇게 하더라구요. 물론 큰 공연이 있으면 의상팀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또 '무대를 한 번이라도 더 밟아본 사람이 자신감 있게 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공연 시작 서너시간 전에 미리 와서 몸을 풀고 계세요. 저절로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어요."
주인공을 맡아서 쉴 틈은 없었지만 연극무대를 원없이 누볐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다시 연극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다. '추리닝'을 입고 헝크러진 머리를 한 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어가도 모든 이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대학로 문화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3년이라는 본의 아닌 휴식기를 거치면서 이세은은 더욱 성숙해졌다.
【서울=뉴시스】허경 기자 = 배우 이세은이 17일 오후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욕심이 많은 이세은은 월간지에 에세이를 연재할 만큼 글솜씨도 수준급이다. 앞서 영화잡지, 어린이재단 월간지에도 그녀의 글이 실렸다. 대학시절에는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동기생이 연출한 단편영화로 제1회 미쟝센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일상은 평범하다. "저는 삶이 재미있는데 친구들은 덜 즐긴다고들 해요. 커피를 못 마시구요, 술도 어떤 술이든지 두 잔만 마시면 취해요. 소주가 독주에 속할까요? 아무튼 잘 못 마셔요. 친구랑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여자끼리 보러가기 싫다는 친구도 있어서 '쿵푸팬더2'도 아직 못 봤어요, 하하.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것도 아주 좋아하구요. 떡볶이를 사 먹거나 친구 집에서 야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밤새 얘기하는 것도 좋아해요."
밝고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정극, 시트콤, 영화 등 장르는 불문이다. "앞으로 오래 쉬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되도록 밝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밝은 작품을 해야 기분도 밝아지는 것 같아요. 물론 매력적인 작품이 있다면 몇 달 동안 울기만 한다고 해도 당연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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