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소득 주도 성장, 양극화 잡을 수 있을까
생애맞춤형 소득보장 등 복지 공약, 취약계층 소득 보조 기대
일자리·재벌 개혁 정책은 시장소득 격차 줄일 것으로 예상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지난해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정부 분석이 나온 가운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운 새정부의 정책이 복지와 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고, 이를 뒷받침할 일자리 창출에 무엇보다 방점이 찍히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소득분배지표는 모두 전년에 비해 악화됐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04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고, 정부정책효과를 뺀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 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5.45배로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상대적 빈곤율은 14.7%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늘었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 소득 50% 이하인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진다.
기획재정부는 "가계소득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감소해 2016년 소득분배가 악화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가계소득 정체, 저소득층 소득 감소 등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고, 5분위 배율은 5.35배로 2012년 1분기(5.44) 이후 5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1분기 상황만 보면 올해도 분배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소득분배지표는 세금 등이 반영된 가처분소득 기준과, 정부 개입이 비교적 적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나뉜다.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부 정책도 가처분소득 기준 지표를 개선하는 방식과, 시장소득 기준 지표 자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유연하고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필요로 하는 반면, 후자는 시장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공약이 '생애맞춤형 소득보장제도'다. 이 제도는 ▲아동수당 ▲청년구직 촉진수당 ▲장애인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제도 등 5대 제도의 신설·확충을 담고있다.
예를 들어 청년구직촉진수당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취업 준비생에게 최대 9개월 간 월 30만원을 지원한다.
세대별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조해 가처분소득 지표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청년, 노인 등의 시장소득이 고소득층에 비해 크게 뒤지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부족분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근로장려금 대상자 확대 공약도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세법 개정을 통해 근로장려금 대상자 기준을 맞벌이 최대 2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 경제 정책은 시장 환경 변화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 재벌 개혁 등의 이슈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후보시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외친 문 대통령은 실제로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면서 공약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공약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 상황 개선은 한마디로 전체적인 소득 분배가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다"며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부터 개선되고,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도 큰 틀에서 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 전반적인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뜻이다.
재벌 개혁도 큰 틀에서는 시장소득 분배 개선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보다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는 모습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민간에서 임금격차가 생기는 요인은, 고부가가치 부문에서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대규모 자본가와 그에 속한 노동자들이 이윤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력하고 얻어낸 성과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하청 중소기업이나 아웃소싱으로 참여한 노동자들이 덜 가져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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