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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쳐들어간 게릴라 큐레이터 김승민 "예술 판 함께 바꿔요"

등록 2018.08.21 18:04:17수정 2018.08.21 1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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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슬리퍼스 인 베니스'展

초대 받지 않은 작가 8명과 전시...유럽미술계서 화제

전시 다큐 영화도 제작...23일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회

예술로 꿈꾸는 사람들 모인 '슬리퍼스 서밋' 운영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1일 오후 서울 한 레스토랑에서 김승민 큐레이터가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게릴라 전시를 했던 '슬리퍼스 인 베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1일 오후 서울 한 레스토랑에서 김승민 큐레이터가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게릴라 전시를 했던 '슬리퍼스 인 베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영국에 사는 한국인 큐레이터 김승민(38)은 이제 예술가들이 글로벌 크리에이터가 되는 ‘슬리퍼스 서밋(Sleepers Summit)을 꿈꾼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봤기 때문이다. 도전앞에 불가능한 건 없다는 걸 안다. '미술 권력 심장부'인 베니스 비엔날레를 흔들어본 경험은 강력한 자산이 됐다.

 2015년 5월, 제 56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한국작가 8명의 '예술 소동'은 유럽미술계에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김승민 큐레이터가 8명의 작가와 무모하게 열었던 '슬리퍼스 인 베니스'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 받지 않은 작가들의 반란이었다.

  개막 당일 1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영국 유명 미술 매체 'A-N'에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병행 전시 10’으로 소개되며 주목 받았고, 이후 유럽 전시장들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다윗이 골리앗에게 대항하는 기분이었죠.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무작정 독자적으로 병행 전시를 개최한 것이었으니… 그래도 도전적인 젊은 작가들과 세계 예술인들의 심장부인 그곳에 들어가 판을 바꿔 보고 싶었어요.”   

 21일 서울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김승민 큐레이터는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열었던 '슬리퍼스 인 베니스'전시를 다큐 영화로 제작, 한국을 찾았다. 

 김 큐레이터는 "전시 후 잊고 있다가 다시 찾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왜 영화가 안나오냐'는 말을 듣고 그때 찍은 촬영분을 재생해보니 '영화를 만든다'는 말을 하고 있더라면서, 그 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간의 준비를 거쳐 드디어 영화로 나온다"며 설레임을 보였다.

 전시 큐레이터로서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지만, 그의 목표는 하나다.

  "작가와 관객 사이에 친절한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믿는다.  80분짜리로 만든 영화 '슬리퍼스 인 베니스'도 "전시장 대신 극장을 선택해 작가와 작품을 관객에서 보여주는 일이고 큐레이터로서 내가 할 몫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화가들의 꿈'인 베니스 비엔날레에 쳐들어가 게릴라처럼 위성 전시를 연 것도 "작가들의 판을 넓히겠다"는 의지였다.

 '슬리퍼스 인 베니스' 전시는 “작품을 만들고 해체하길 반복하는 현대 미술가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친구’의 눈으로 담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작가들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도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작품을 만들고, 그러다 그걸 다시 부수기도 한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적이 있을 것이고, 이 과정은 하나의 완성 작품이 되었을 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김 큐레이터는 이 과정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었고, 무명 작가들의 작품도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뉴시스】 2014년 제 56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렸던 '슬리퍼스 인 베니스' 전시장. 2~3층을 빌려 국내외작가 8명의 작품을 선보였던 전시는 개막당일 1000여명이 방문, 화제를 모았다.

【서울=뉴시스】 2014년 제 56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렸던 '슬리퍼스 인 베니스' 전시장. 2~3층을 빌려 국내외작가 8명의 작품을 선보였던 전시는 개막당일 1000여명이 방문,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시작된 전시는 참여 작가부터 신중하게 선정했다. 화가라면 달콤하지만 혹독한 시련이 될 전시였기 때문에 ‘어떤 고난 앞에서도 본인만의 매력적인 작업을 이어갈 작가들인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일일이 작가들을 찾아 나섰고 그렇게 만난 작가들과 의기투합했다. 기업과 기관을 다니며 후원금도 마련했다. 그리고 전시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최민영 감독을 찾았다. 최 감독은 '내 머릿속의 지우개', '웰컴 투 동막골', '인천상륙작전' 등 60여편의 영화의 편집을 맡은 베테랑으로 2014년 '설국열차'를 편집해 대종상까지 수상한 영화 편집자다. 그는 주저 없이 '슬리퍼스 인 베니스'의 연출 감독직을 승낙했다.

 김승민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서를 들고 무작정 찾아가 이야기했는데 대부분 승낙이 이뤄졌다"며 "명분이 명확하다면 각 분야의 베테랑들은 흔쾌히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비행기표값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가난한 작가들이 모인 '슬리퍼스 인 베니스'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1년여간 동거동락하며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정신을 보여준다. 2015년 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한 달간 열린 ‘게릴라 전시’이자, 해외비엔날레를 다룬 최초의 한국 미술 다큐멘터리 영화다. 전시하면 끝나버리는 작품 과정을 컨텐츠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촬영한 것으로 '슬리퍼스 인 베니스'전시는 영화 상영으로까지 완성되는 미디어영상 작품인 셈이다.

  전시 타이틀은 토마스 만(Thomas Mann)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영국 최고 권위 현대미술상 터너상 수상자인 영국 작가 마크 왈린저의 영상 설치 작품 ‘Sleeper’에서 영감을 받은 김승민 큐레이터가 만들었다.

 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 8명은 영상부터 설치, 퍼포먼스, 사진, 드로잉 등을 선보이며 예술관을 인정받았다.

  2009년 영국왕립미술원 선정 금메달 수상 작가 강임윤, 2014년 국내 최초 아티스트 서바이벌 '아트 스타 코리아'에서 최종 3인에 선정된 작가 구혜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여 작가 김덕영,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졸업한 우디킴, 미술은 물론 사운드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는 이현준,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2014 한국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작가 장지아,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독창적인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MR36(모즈, 료니) 등을 만나볼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가 있기까지 큐레이터의 멘토였던 터너상 수상자 마크 왈린저까지 출연한다.

【서울=뉴시스】 김승민 큐레이터와 7팀(8인)의 한국 작가들이 2014년 56회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같은 곳에서 한 달간 개최한 ‘게릴라 전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슬리퍼스 인 베니스'전을 23일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한다.

【서울=뉴시스】 김승민 큐레이터와 7팀(8인)의 한국 작가들이 2014년 56회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같은 곳에서 한 달간 개최한 ‘게릴라 전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슬리퍼스 인 베니스'전을 23일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한다.


 김승민 큐레이터(이스카이 아트(ISKAI Art) 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선화예중에서 그림을 그리다 1995년 뉴질랜드로 유학, 1998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 런던대학교에서 법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2006년 '한국현대도자전' 큐레이팅을 한 이후 제1회 직지 코리아 국제페스티벌, 2018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 80개의 국제 전시를 기획했다 .2006년 기획한 '한국현대도자전'은 박영숙 작가의 달항아리를 대영박물관에서 구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전시기획자로 근무하면서 큐레이터의 입지를 다졌다.

  김 큐레이터는 '슬리퍼스 인 베니스'를 시작으로 국내 예술계에 새로운 ‘판’을 만들 예정이다. 이미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들의 모임이자, 더 큰 꿈을 꾸는 예술인들과 뜻을 모아 세계 무대로 나아갈 기획 ‘슬리퍼스 서밋’을 준비 중이다.

 "'슬리퍼스 인 베니스' 이야기처럼 멋진 작업이 전시가 되고 영화가 되었듯, ‘슬리퍼스 서밋’은 앞으로도 예술을 기반으로 색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전시켜 한국 예술계에 ‘새로운 판’을 만들 예정"이라며 "작가들, 제작진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새로운 작업자들의 지원도 기다린다"고 소개했다.

  김승민은 큐레이터로서 '게릴라 DNA'를 다시 내뿜고 있다. 다큐 영화 '슬리퍼스 인 베니스'도 베니스·칸 영화제에 도전한다. 러브콜도 있지만, 초대하지 않아도 무조건 직진하겠다는 의지다. 세계 최고 권위 예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 당당히 깃발을 꽂았는데, 두려울게 없다는 마인드다. 
 
 "꿈을 꾸는 건 우리의 자유니까. 가서 맘껏 꾸고 오겠다"

 김 큐레이터는 "'슬리퍼스 인 베니스'의 이야기를 공감한 뮤지션 아도이, 엘사엔한, 이윤정 (전 삐삐밴드,현 토탈아트그룹 EE), 디구루(이디오테잎)는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을 보탰고 영화 '독전' 출연 이후 대중적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한 배우 이주영과 세계적인 작가 올랑의 깜짝 출연까지 색다른 재미까지 갖췄다"면서 "'슬리퍼스 인 베니스'는 한국의 미술, 영화 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의 작가들이 베니스에서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오는 23일 영상자료원에서 다큐 영화 '슬리퍼스 인 베니스'를 상영한다. 이날 자리에는 전시에 함께했던 작가 8명이 3년만에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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