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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라 몰랐다니…파주서 또 발견된 돼지열병 방역 '구멍'

등록 2019.10.02 11: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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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ASF 발생한 적성면서 또…확진 여부 오늘중 나올듯

잔반 급여하고 야생 멧돼지 차단하는 울타리도 설치안돼

50두 이하 소규모 농가는 지자체 관할대상에서 빠져있어

【파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내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2일 오전 경기 파주 파평면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사육 농가 인근에서 파주 보건소 직원이 살처분 작업 관계자들에게 방호복 착용 교육을 하고 있다. 2019.10.02. dadazon@newsis.com

【파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내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2일 오전 경기 파주 파평면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사육 농가 인근에서 파주 보건소 직원이 살처분 작업 관계자들에게 방호복 착용 교육을 하고 있다. 2019.10.0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2일 경기 파주시에서 국내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가 나온 가운데 같은 지역에서 의심 농가가 1곳 더 확인됐다.

특히 이 농가는 정부가 그간 ASF의 유력한 전파 경로로 꼽고 이를 중심으로 취해 온 방역 조치에서 비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경기도가 파주시 적성면 소재 돼지 농장을 예찰 검사하는 과정에서 ASF가 의심되는 농가 1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파평면 소재 농가가 의심 신고를 접수한 후 하루 만에 또 의심 사례가 나온 것이다. 파평면 농가는 정밀 검사 결과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적성면 농장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 국내 발생 건수는 총 11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적성면에서만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와는 7.8㎞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잠복기가 최대 19일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주에서 이미 ASF가 발생한 농가들과 비슷한 시점에 감염됐다가 발현이 늦게 나타났을 수 있다. 파주시 내에선 농가들 간에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뒤늦게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는 즉시 가축위생방역본부 산하 초동검역팀을 투입해 사람과 가축, 차량 등의 이동을 통제하고 소독 등 긴급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선 방역관을 보내 시료 채취를 통한 정밀 검사를 추진 중이다. 확진 여부는 이날 낮이나 오후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닷새간 잠잠하던 ASF 발병이 이번 달 들어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차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돼지 농가들은 다시 불안에 떨게 됐다.

무엇보다 적성면 소재 농가의 경우 ASF가 이미 발생한 파주에 위치해 있어 정부의 방역 역량이 집중되고 있었음에도 방역이 허술했던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 발견됐다.
【서울=뉴시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 소재 돼지 농장 1곳에서 접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심 신고에 대해 양성(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2일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 소재 돼지 농장 1곳에서 접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심 신고에 대해 양성(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2일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 농장은 흑돼지를 총 19마리 사육하고 있어 소규모 농장으로 분류된다. 현재 지자체에선 50두 이상의 농가에만 등록 의무를 부과하고 관할 농가로 관리하고 있다.

우선 농장주가 돼지에 잔반(남은 음식물)을 급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잔반은 ASF 바이러스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간 유력한 감염 경로로 지적돼 왔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지난 5월 북한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의 강도를 높이면서 잔반 급여를 법으로 금지한 바 있다. 지난 8월엔 227개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해당 농장이 소규모여서 잔반 급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지자체를 통해 조사했던 227개 농가는 잔반이 아닌 배합 사료나 전문 처리 업체의 사료를 급여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경기도에서 적성면 농가를 잔반 급여 농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생 멧돼지 역시 또 하나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야생 멧돼지 역시 주요한 전파 경로 중 하나로 보고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농가에의 진입 차단을 위한 울타리를 설치해왔다. 지난 6월부터는 비무장지대(DMZ) 이남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즉각 포획·사살하라고 지시했으며 현재도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20㎢ 지점을 관리 지역으로 설정해 멧돼지 폐사체 등을 예찰하고 있다.

그런데 적성면 농가에선 이 울타리조차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당국은 잔반 급여를 포함해 이 부분에 대한 경위를 확인 중이며 가축전염병예방법,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이 농장의 농장주는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더군다나 해당 농장과 같은 소규모 농장은 정부가 정밀 검사를 확대 시행하고 있는 '방역 취약 지역'에 해당해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인다. 취약 지역에는 소규모 농장 외에도 과거에 전염병이 발생했거나 밀집사육단지 등이 해당된다.
【파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내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2일 오전 경기 파주 파평면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사육 농가 인근에서 살처분 작업을 위해 들어서는 포크레인에 파주시청 직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0.02. dadazon@newsis.com

【파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내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2일 오전 경기 파주 파평면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사육 농가 인근에서 살처분 작업을 위해 들어서는 포크레인에 파주시청 직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0.02.  [email protected]

정부는 오는 4일까지 취약 농가 총 1494호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현재까지 1260호에 대한 시료 채취가 이뤄졌고, 1213호에선 검사가 완료됐다. 지난달 24~25일 인천 강화군에서 확인된 2개 농가 외에는 양성 판정을 받은 곳이 없었다.

방역이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발생한 농가를 기준으로 역학(질병의 원인에 관한 연구) 관계에 놓여 있는 방역대 내 농가 531호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추진했고 모두 ASF가 아닌(음성) 것으로 확인했지만, 지난달 이 농가 중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한편 이 농장을 기점으로 반경 500m에 다른 농장은 없다. 500m~3㎞ 사이엔 농장 2곳에서 2585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ASF 발생을 대비해 지난 7월 마련한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살처분 범위는 발생 농장으로부터 500m다. 하지만 국내에서 ASF가 실제 발생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이를 3㎞까지 늘려 대응해 왔다.

현재까지 파주시와 연천군, 김포시, 강화군 등에서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는 총 9만8610마리다. 이중 66곳에서 9만3530마리의 살처분이 완료된 상태다. 파주시 파평면 농가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만2123마리가 추가로 살처분될 전망이다. 적성면 농가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올 경우 살처분 돼지 수는 11만3318마리까지 불어난다. 이는 올해 6월 기준 국내 사육 돼지 수(1132만 마리)의 약 1%에 해당한다.

ASF는 현재까지 파주시 연다산동(9월17일 확진)과 경기 연천군 백학면(18일 확진), 경기 김포시 통진읍(23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4일 확진),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강화군 삼산면(26일 확진), 강화군 강화읍(26일 확진), 강화군 하점면(27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10월2일 확진) 등 총 10곳에서 발병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당 4031원으로 전날보다 12.1% 하락한 상황이다. 소매가는 2만1770원으로 전날 대비 0.4%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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