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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영업력 없는 '창업 대표이사'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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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06 06:20:00
식자재 유통업 첫 시작, 권한과 책임 문제로 불화
독립해 첫 사업 시작, '전통적 영업' 따르지 않아 진통
결국 적자 이어져 회사 청산...세번째 사업 도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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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명섭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업을 하려면 영업을 대표이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영업력 없이 대표이사돼서 시작하는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창업을 하려면 영업을 대표이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업력 없이 시작하는건 위험하다."

송명섭(46) 대표는 2015년 A회사에서 식품유통업을 시작했다. 대형프랜차이즈 등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사업이다. 친한 후배가 운영하던 회사다. 후배는 자금 조달과 영업쪽을 전담했다. 송 대표는 내부경영을 맡기로 했다. 일종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셈이다.

1년여 만에 A사는 3명이었던 직원이 21명까지 늘어났다. 내부 시스템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회사가 덩치가 커지자 기존 대표였던 후배와 불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대표였던 후배는 영업과 자금조달을 맡고, 송 대표는 경영 전반을 맡기로 했던 것이지만,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나누지 않았던 게 화근이다.

직원들도 누구 말을 들어야할지 눈치를 봤다. 결국 송 대표는 2015년 가을 티엘푸드라는 회사를 만들어 독립했다. 친구가 투자, A사에서 1명이 이직해 영업이사를 맡아 총 3명으로 시작했다. 송 대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영 전반을 맡았고 영업은 A사에서 이직한 영업이사 위주로 돌아갔다.

문제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송 대표가 영업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내가 영업에 대해 거의 아는게 없었다"며 "거기서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식품 영업은 지연, 학연 없이 맺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접대를 하거나, 땡마진, 커미션을 주는 전통적인 영업방식이 여전히 '잘' 통하는 곳이다. 그게 싫다면 큰 자본이 있어야한다.

송 대표는 조금 혁신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전통적인 영업방식으로 술 접대하고, 커미션 주는게 아니라 정보력, 설득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없앨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 방식으로는 거래처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송 대표는 "물건을 만들고 설득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내 방식이 힘들지만 통했고, 당장 볼 수 없는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신뢰'"라고 말했다. 처음 고개를 끄덕였던 영업이사 점차 반발했다. "대표님은 영업을 모른다. 현실을 모른다"는 소리가 들렸다.

송 대표에게 '너무 몽상가였던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기업이 영업을 하면서 해야하는 현실적인 측면을 모두 무시하면 반발하거나, 적자가 나는게 당연하지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송 대표는 "유통업이 건전하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돈까스 제품 종류가 300개가 넘는걸 혹시 아느냐"고 내게 물었다.

돼지고기의 원산지, 함류량, 조리법 등에 따라 돈까스 패티에도 종류가 300개가 넘는단다. 문제는 돼지고기 함유량 95%짜리 패티와 90%짜리 패티는 일반인이 먹어보고 구분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업체는 맛을 구분해낼 수 없는 선에서 저렴한 패티를 쓰고, 그 차액을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구매자에게 넘겨주는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식품)중개업체들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보이지 않는 퀄리티(질)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된다. 나중에 감당할 수 없다. 위험한 일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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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명섭 대표는  2015년 티엘푸드라는 회사를 만들어 식자재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제공=티엘푸드)
다른 문제는 동업에 따른 업무분장이었다. 함께 회사를 차린 친구는 투자자이자 경영인이었지만 실제 경영은 송 대표가 맡았다. 송 대표는 "동업을 하면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책임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미루다가 망하거나, 동업을 했는데 한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면 서로 미루게 된다. 작은 규모의 업체는 대부분 있는 현상"이라며 "업무분장이 확실하지 않고 그걸 넘어선 적극적인 배려가 있지 않은 한 성공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두가지 문제를 안고 시작한 티엘푸드는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2016년 가을께 매출이 월 3000만원 정도였는데, 순이익은 적자였다. 재고값, 운영비,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월 5000만원은 벌어야 본전인 상황이었다. 매달 2000만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2016년 가지고 있던 집을 팔면서까지 버텼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균열은 결별로 이어졌다. 수년전 중소벤처기업 등에서 공장신설을 명목으로 대출받아 '가짜공장'을 차린 뒤 매매해 이득을 수법이 횡행했다고 한다. 정부지원을 등에 엎은 일종의 꼼수였다. 영업이사 등이 이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자고 주장했지만 송 대표는 거절했다. 큰 다툼으로 이어졌고 생각이 다르던 둘은 결별했다.

결국 송 대표는 2016년 12월 사실상 폐업 선언을 했다. 개인 빚 2억원, 회사 빚 3억원, 총 5억여원의 빚을 떠 안았다. 끝이 아니었다. 청산 과정에서 더 기가 막힌 일이 드러났다. 영업방식을 두고 견해차이를 보였던 영업이사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송 대표 몰래 다른 회사에 적을 두고, 두 회사 영업을 해 왔다. 돈이 좀 될 만한 영업건은 다른회사로 넘겼고, 돈이 덜 되고 손이 많이 가는 일를 티엘푸드로 가져왔다. 송 대표는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고 이 영업이사가 회사에 끼친 손해가 1억~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송 대표는 식품유통 회사를 접은 뒤 2017년 1월부터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사업을 접으면서 법인을 바꾸지 않았다. 기존의 개인, 회사 빚을 모두 안고 가겠다는 의미였다. 이 때문에 조금 더 고통스럽지만 송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야할 다른 여러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파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현재 송 대표는 보온용기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공장 등을 상대로 식자재도 납품한다. 한달 매출 5000만원, 순이익은 적은 편이다. 2017년에 다시 시작한 사업이 손익분기점이 넘은지 반년밖에 안됐다. 배달, 물류, 회계 등 모든 업무를 혼자 도맡았다. 아직 직원을 뽑을 여력이 안된다는 판단도 했다. 올해 송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고, 직원 새로 뽑는게 목표다.

초보 창업자에게 조언할 말이 있으냐는 질문에 송 대표는 "잘 주무셔라"며 웃었다. 송 대표는 "창업자 10명 가운데 9명은 제대로 못 잘 것이다. 나도 그렇고, 편하게 잔 적이 없을 것이다"며 "나도 직원일 때는 머리만 대면 잠이 들었다. 초기 창업자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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